어느 날 흔적도 없이

너의 시간 속으로 4화

by 다별

선우가 자취를 감춘 건,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그 때 나이가 스물일곱.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딜 즈음이었다. 서연은 그 때 이미 대형 광고기획사의 입사 4년차였고 미뤄왔던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수정 지시가 내려온 카피 문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선우였다.

"서연아, 이따 퇴근하고 시간 돼?"

"응. 오늘은 수업 없는 날이라 괜찮아."

"그래. 그럼 내가 이따 저녁 때 너희 집으로 갈게."

"오케이!"


'4년이나 사귀었는데... 이렇게 연인 같지 않은 대화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둘 사이는 미스터리라는 생각을 서연은 가끔 하곤 했다.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가사처럼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둘의 마음은 늘 변함 없었는데... 같이 있을 땐 온몸의 감각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연은 선우에게서 그 어떤 확신도 얻을 수가 없었다. 꼭 헤어질 날이 정해져 있는 연인처럼, 서연을 대하는 그의 모든 시선과 몸짓에는 애틋함이 뚝뚝 묻어났지만 말로는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사랑해'라는 말조차 아끼고 또 아끼는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쿨해도 그렇지, 오글거리는 거 싫어해도 그렇지... 나도 여잔데... 김선우 너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니? 내가 사랑하는 단 한사람, 너한테만큼은 사랑한다는 말 자주 듣고싶어. 지키지 못할 약속일 지라도 미래에 대한 그림도 같이 그려보고 싶은데... 넌 내 마음이 어떤지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은데 이건 왜 모르니? 너어... 진짜 반성 좀 해야 돼.'


때때로 이런 서운함이 가슴을 파고드는 건 서연도 어쩔 수가 없었지만 그런 걸 얘기한다는 생각만 해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다가도 막상 선우를 만나면 이내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지곤 하는 것이었다.


'그래 뭐... 꼭 말로 해야 아는 건 아니지. 이만큼 매순간 나를 사랑해줄 남자가 또 어디 있다고...'

서연은 혼잣말을 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늘 자리하고 있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걸 애써 외면하면서...


그 날, 그 막연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선우는... 오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는 그렇게 갑자기 서연의 인생에서,

아니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사.라.져.버.렸.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