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oddy
요즘이야 목이 따가우면 바로 코로난가? 싶어 불안해지지만, 겨울이 오고 숨을 들이마실 때 찬 공기가 폐 깊숙이 훅 들어올 때쯤이면 목이 따가워지기 전에 몸이 먼저 알아서 만들고 있는 게 있다. 배경음악 따위 없이 조용히 혼자 담요를 둘둘 말고 소파 한쪽 구석에 틀어박혀 앉아 따듯한 핫 토디 (Hot Toddy) 한 잔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진다. 어느새 몸에 따듯한 기운이 훅 퍼지고, 따끔하려나 싶던 목도 금방 잠잠해진다. 뭐, 과거 스코틀랜드에서는 핫 토디를 기침감기 약으로 먹었다고 하지 않나, 분명 이 안에 있는 시트러스와 꿀은 목에 좋은 거니까. 적절히 그러려니 하고 이 마법 같은 효과를 믿기로 했다. 거기다 위스키라는 영혼까지 깃들었으니, 무조건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사람들은 술을 약으로 먹었다. 증류주들은 만성 통증을 줄여주고, 다양한 허브들을 과실주에 인퓨전해 원기 회복이든 특정 질환이든 치료에 활용했다. 과학적 근거야 당연히 부족하고 부작용이 분명 있겠지만, 나한테도 핫 토디는 술보다는 차 (tea)나 약에 가깝다. 잠자리에 들기 전, 몸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한 잔. 전기장판을 뜨겁게 틀어놓고 오리털 이불 위에 담요까지 덮어서 자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이만한 약이 없다. 뱅쇼 (Vin chaud)처럼 끓인 와인도 있지만, 그건 크리스마스 저녁에 사람들과 둘러앉아 한참을 떠들다 한기가 들면 다 같이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핫 토디는 다르다, 혼자 있을 때. 혹은 둘이 소파의 양쪽 끝에 앉아 몸속 차가운 공기를 덥히면서도 코는 시린 그 느낌을 즐기고 싶을 때. 그럴 때 찾게 된다.
요즘 들어 버킷리스트처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여행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페로 제도나 스코틀랜드 섬 지방에 있는, 밭 한가운데 있는 조용한 집 하나를 빌려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이 핫 토디를 마시는 것이다. 물론 이미 증류소 투어와 숱한 펍 방문으로 이미 혈관에서는 피 대신 위스키가 흐르고 있겠지만. 하루쯤 책만 읽고 소파에 드러누워 담요로 내 몸을 꽁꽁 말아 핫 토디를 마시며 온전히 혼자 고요를 즐기는 그 느낌은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곧, 갈 수 있으려나.
Hot Toddy
위스키 조금
레몬 한 개 (오렌지-라임으로 대체해보는 것을 추천)
꿀 한 스푼
뜨거운 물, 머그잔 가득. (차를 우려서 넣기도)
+) 집에 있다면, 시나몬, 클로브, 그리고 넛맥.
어떤 위스키를 써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위스키는 셰리향이 강한 글렌드로낙이나 묵직한 과실 단맛을 내는 아란, 부나하벤등이 좋았다. 아벨라워는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진득한 꿀 맛이 강해 꿀을 좀 줄여도 될 것 같다. 레몬이 없던 날 밤, 단 맛을 내줄 오렌지와 라임을 같이 넣어보았는데, 라임의 깔끔한 쌉쌀함과 오렌지의 묵직한 단맛이 어우러져 레몬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 꽤나 추천한다. 뜨거운 물의 경우 영국에서는 차를 우려 더한다고는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미 맛의 profile이 complex해서 이 이상의 맛을 첨가하고 싶지 않아 시도는 하지 않았다- 다만 굉장히 인기 있는 조합이라는 점은 참고했으면 좋겠다. 나에게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로 향신료들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집에 다양한 향신료가 대기하고 있어서 참 감사할 일이지만, 사실 완전 전통적인 핫 토디 레시피에는 향신료가 없다. 다만, 집에서 내 입맛에 맞게 만드는데 그런 게 뭐가 대수랴, 나는 트위스트가 있는 맛이 좋다. 대부분 시나몬, 클로브, 넛맥을 많이 쓰는데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훨씬 다채로운 향과 맛을 즐기려면 한번 구매해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