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은 어느 곳에서나 있다
트렌디하고 엣지있게...
이번 나홀로 제주도여행의 테마는 '트렌디하고 엣지있게'로 정했다.
큰 조직에서 있는 동안 나도 모르게 갖게된 고정관념이나 습관들을 떨쳐버리고 싶었던 걸까.
겉치레나 허세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비행기 예약는 항공사앱과 마일리지 결제로 이틀전에 예약 완료.
숙소는 요즘 핫하다는 Airbnb를 이용해서 찾아보기로 했다.
한적한 동북부나 동부해안가 게스트하우스 위주로 알아보던 중...
순간 손길이 멈추는 곳이 있었다.
Airbnb 화면을 가득 메운 숙소 사진 속에서
매킨토시 앰프와 통기타가 있는 이 곳의 사진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수암 마을에 위치한 힐링캠프
지도를 보니 제주공항에서 멀지않은 산자락 유수암 마을에 위치한 숙소이다.
문득 매킨토시 앰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쿠스틱 사운드에 취하고 싶어졌다.
망설임 없이 예약... 완료.
어둑해진 제주 밤길을 네비게이션의 화살표에 의지하고 숙소를 향해 달려간다.
마음이 급하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는 저녁 10시까지만 운영하는데 이미 시계 바늘은 9시가 넘어가고 있다.
아무 정보없이 우연히 찾게된 유수암리 마을은 최근 인근에 이효리 등 연예인들이 다수 이사와서 핫한 곳이라고.
밤이라서 그런지 매우 한적하고 깜깜한 동네.
풀벌레 소리만이 나를 반긴다.
너무 늦게 도착했다...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
넓은 뜰 주변으로 여러 개의 건물이 있는데 사진에서 본 카페 건물이 눈에 띈다
차를 주차하고 나니 별채에서 주인장으로 보이는 분이 마중을 나오신다.
"안녕하세요. Airbnb로 예약하신 분이신가요?"
"네.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도착했네요."
"아. 아닙니다. 원래 외지분들은 낮에 구경 다하시고 늦게들 오세요. 그런데 혼자 오셨나요?"
"아 네.. (머슥) 그냥 아무 준비도 없이 혼자 왔네요."
체크인을 하고 카패 건물 옆에 있는 1층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안 피곤하시면 커피 한 잔 내려드릴까요? 저도 잠깐 커피 한 잔 하려던 차인데.."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짐 간단히 정리하시고 여기 카페 건물로 오세요."
낯선 곳에서 김촌장님을 만나다.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았던 카페에 다시 조명이 켜지고 커피머신에서 이내 향긋한 내음이 실내에 아늑하게 퍼진다.
주인장님이 커피를 내리느라 분주한 동안 카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데 마샬 기타앰프에 커즈와일 신디사이저, 통기타들이 보인다.
그리고 파란 백라이트의 매킨토시 파워앰프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혹시 기타 치세요?"
갓 내린 커피 잔을 건네며 주인장이 나에게 물어본다.
아니.. 어디 이마에라도 써있는걸까.
"네... 그냥 아마추어 밴드에서 취미로 기타 연주하긴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 혼자 오시는 분들은 음악 매니아에 연주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딱 그런 느낌이 왔어요."
"저도 숙소 급히 알아보다가 기타랑 오디오 사진보고 여기 예약한건데.. (두리번 거리며) 크흐... 여기 분위기 정말 좋은데요."
낯선이와 fender 기타를 논하다
주인장은 '김촌장'이란 닉네임을 쓰는 분인데 예전에 아마추어 밴드에서 보컬을 했다고 한다.
주로 Dream Theater 곡을 카피했었다고...
헛. 드림씨어터 곡을 불렀다면 초고음 샤우팅 보컬이라는 얘기인데...
"우와... 저도 대학밴드시절에 드림씨어터 곡을 몇 곡 공연했었거든요."
대학 1학년 밴드시절 친구 녀석이 드림씨어터의 Pull me under 라는 곡을 연습하자고 했을 때 다른 멤버들이랑 미쳤다고 깔깔대며 웃었었는데..
그로부터 두 달 후 우리는 실제로 가을 정기공연에 그 곡을 올렸다.
우리 스스로 대학밴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고 자축했었고, 그 이후로도 드림씨어터곡은 매공연때마다 한 곡씩 연주했었다. 물론 그 당시 우리 실력은 형편없었다.
"기타는 혹시 뭐 쓰세요?"
"아. 저는 아이바네즈(Ibanez)랑 펜더(fender) 기타를 가지고 있어요."
주인장의 눈동자가 순간 빛난다.
"마침 잘되었네요. 제가 fender 기타를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데요. 조언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시작된 fender 기타 얘기가 새벽까지 이어질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 3부로 이어집니다 ....
Pull me under - by Dream Theater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