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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밤 중에 빈티지를 탐닉하다

Bold as Love


제주에서 우연히 만난 숙소의 주인장은 젊었을때 Slash(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를 너무 좋아해서 Gibson 레스폴 기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Fender 기타를 마음에 품고 있다고....


대뜸 나에게 fender의 American Standard 모델을 구매해도 괜찮을지 의견을 물었다.



일렉기타의 양대산맥 - Fender와 Gibson


자동차에 있어서 영원한 짝패인 벤츠와 BMW가 있듯이, 일렉 기타에는 양대 산맥 Fender와 Gibson이 있다.

Rock 음악의 태동부터 전성기를 거쳐 지금이 있기까지 Fender와 Gibson 기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마추어밴드라면 기성 밴드의 곡을 주로 카피하게 되는데 하이게인의 헤비메탈곡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클린톤의 발라드곡을 연주해야 하는 등 다양한 음색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저런 다양한 성향의 소리를 소화해낼 수 있는 범용 기타를 주로 쓰게 된다.


하지만 Fender와 Gibson 기타는 서로 너무도 개성이 강한 사운드를 내어주기에 범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까다롭다. 하지만 Fender는 싱글코일 픽업 특유의 카랑카랑한 사운드가, GIbson은 험버커 픽업에서 뿜어져 나오는 걸쭉하고도 파워풀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방구석 기타리스트의 로망 - 좌펜더 우깁슨 (출처: ruliweb)


이 두 기타는 극단적인 사운드를 내어주기에 Fender로는 Gibson 소리를 낼 수 없고, Gibson으로는 Fender 소리를 낼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기타리스트들은 Fender와 Gibson을 모두 장만하는 이른바 '좌펜더 우깁슨' 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소원한다. 그럴만한 여유돈이 없을 뿐.. (아쉬운대로 저가 브랜드인 '좌스콰이어 우에피폰'의 조합을 이루는 이들도 있다.)



결론은 어떠한 사운드를 내고 싶은가..


fender 기타는 현재 미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 제조국에 따라서 동일한 모델이라도 판매되는 가격이 다르다. 물론 소리도 다르다.


주인장이 구매하려고 하는 American Standard 모델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fender 기타의 대표적인 양산형 모델이다.


Fender American Standard Stratocaster 모델 (olympic white 색상)


다행인 것은 밴드의 친한 선배가 동일한 모델의 기타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연주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외에도 일본산 펜더 빈티지 57,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미펜 62 빈티지. 그외에도 미펜 57 빈티지나 에릭크랩튼 시그내쳐인 블랙키 모델, 잉위맘스틴 시그내쳐 모델도 잠깐씩 잡아본 적이 있어서 다행히도 주인장에게 원하는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음. 어떤 기타를 사야하는가는 절대적으로 어떤 사운드를 내고 싶은가에 달려 있는거 같아요. fender 기타가 모양은 비슷하게 생겼어도 모델에 따라서 소리의 차이가 크거든요."


대답 대신 나는 주인장이 어떤 성향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기타소리를 내고 싶은지 주인장에게 되물었다.


"예전엔 헤비한 음악하다가 요즘엔 나이가 들어서인지 미들 템포 곡이 좋아져서요. 점점 더 블루스나 어쿠스틱 곡들이 좋아지더라구요."


어라.. 이건 내 얘긴데.

내 음악 취향과 씽크로율이 80% 이상이다. 그렇다면 답은 빈티지 모델이다.



John Mayer 기타 선율이 애월읍을 녹이


"그렇다면 이 곡 한 번 들어보세요. 이런 기타 소리 좋아하실거 같은데요."


추천한 곡은 John Mayer의 Bold as Love이다.


"이 곡을 들어보시면 4번 정도 기타 톤이 변하는데 정말 맛깔나죠. 이런 소리 원하시면 스탠다드 대신에 빈티지 모델로 추천드려요."


매킨토시 앰프가 재현해낸 펜더의 빈티지 사운드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갓내린 커피향과 어우러져 끈적한 블루스 기타선율에 온 공간이 녹아져 내리는 듯 하다.

틈날 때마다 듣던 그 노래이거늘 매킨토시 앰프로 들으니 감동의 물결이 온 몸을 파고 든다. ㅜㅜ


"으.. 끝내주네요. 펜더 빈티지 모델이면 정말 이 소리가 나는건가요?"

"아. 물론 존 메이어가 여러가지 부띠끄 장비를 사용하긴 하지만 펜더 빈티지 모델이나 존메이어 시그내쳐 모델 기타를 이용하시면 이런 톤이 나옵니다. 참고로 이 고유의 따뜻한 드라이브톤은 zendrive라는 이펙터를 이용하시면 거의 흡사한 소리가 납니다. 남은건 이 곡을 연주할만한 기타 실력이 되냐는 거겠죠."


펜더 기타의 진장한 매력은 부족한 듯한 게인양을 손맛으로 10%정도 부스팅할 때 나온다. 빈티지 싱글코일이 그건 감당 못하겠네 할 때 즈음 나오는 그 고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움이 있는 피킹 어택감.


멀리 제주도에서 뮬 사이트(국내 최대 뮤지션 커뮤니티) 장터에서 펜더 매물을 매일 같이 찾는다는 주인장은 american standard 모델에서 결국 빈티지 57 리이슈로 마음을 돌렸다.


그나저나 멀리 이 곳 제주에 와서 펜더기타 뽐뿌질이라니....


이런저런 음악을 주거니 받거니 들으면서 기타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카페의 시계바늘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 4부에서 계속됩니다 ...





Bold as Love는 원래 지미 헨드릭스의 곡이다. 지미 헨드릭스와 스티비 레이본으로부터 블루스 영감을 받은 존 메이어가 그만의 스타일로 세련되게 리메이크했다.


Bold as Love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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