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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Apr 06. 2021

월요일마다 강해지는 퇴사의 욕구

feat.13년산 회사 노예

최근 몇 주 월요일마다 퇴사의 욕구가 강하게 몰려오고 있다.


딱히 욕을 먹은 것도 아니고 업무가 미친 듯이 많은 것도 아닌데.. 너무 회사가 그만두고 싶은 것.


일단, 쳇바퀴처럼 한 달 단위로 도는 일정이 지겹다.


프로모션 짜고 실행하고 정산하고 또 다음 달 프로모션 짜는.

내부 교육 자료 만들고 교육용 영상 만들고 또 다음 달 꺼 기획하는.

신제품 기획하고 품평하고 디자인하고 사양 확정하고 생산 챙기고 입고시켜서 파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물건을 계속 만들고 계속 사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입사 후 13년 동안 한해도 성장하지 않은 해가 없지만, 직원의 처우는 그다지 나아진게 없다.

계속 성장했고 이익도 계속 늘었고 어느새 업계 1등이 되었다. 하지만 그 많은 이익은 이 핑계 저 핑계되며 아주 조금 나눌 뿐이고, 연봉 인상률은 물가상승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그러고 보니 지난주 월요일에 연봉계약서를 통보받았다.) 직원을 비용으로 보며 고정비를 늘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그러면서 임원들의 연봉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재계 최고수준이 되었다.


전사적으로 보면, 열심히 일하면 임원만 즐거운 구조.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평가를 못 받았다.

그래서 성과급도 절반만 나왔고 연봉 인상률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평가 면담 때 나쁜 고과를 주면서 더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나는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왜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하다.


밑바탕에 깔린 허무함과 회사에 대한 불신.

굳이 나에게 많은 돈이 필요한가? 아껴 쓰면 되지.

언제까지 이렇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 것인가. 인생은 길지 않은데 좀 더 행복한 방법으로 살아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들이 뒤엉킨 월요일.


퇴사의 욕구가 찰랑찰랑 목까지 차오른다.



그러다가 안 할 수 없는 급한 일들을 하다 보면 또 어느새 금요일이 된다.


그쯤 되면 퇴사 대신 휴가가 간절하다. 금요일 내내 잠깐이라도 휴가를 쓸까 말까를 고민한다.


주말이면 애 둘과 계속 씨름해야 할 텐데, 나도 휴식이 좀 필요하지 않나 하면서 말이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어제 미친 듯이 올라갔던 퇴사의 욕구는 잠시 주춤하다. 대신 해치워야 할 일을 하나하나 꼽아보고 있다.


어떤 일들은 유관부서 사정으로 계속 미뤄지고 어떤 일은 내가 결정을 못 해 자꾸 미뤄진다. 그것들이 짐이 되어 짓누른다.


출근해서 좀 정리해야지.



이렇게 회사 노예는 또 일주일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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