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놀이터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놀이터 천국

by 노랑연두


스웨덴 육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바로 놀이터다

이 주제로 글을 쓰기 전까지 사실 근질근질했다. 오픈 유치원은 이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용시기가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박물관은 다른 엄마들은 나만큼 잘 이용하는 것 같지 않았고 시설은 우리나라가 좋은 곳도 많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놀이터만큼은 시설, 운영, 관리 모두 스웨덴이 승리라는 걸.



한국에서 놀이터는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린 시절 연립주택에 살았다. 서울임에도 각 동 사이에 있는 공간이넓었다. 그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모여 마당에서 놀 수가 있었다. 고작 철봉 두 개와 넓은 흙바닥 전부인 마당이었지만 할 수 있는 놀이는 무궁무진했다.


1234, 고무줄놀이, 허수아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참 열심히도 놀았었다. 'OO아 놀자~~' 소리를 시작으로 모아진 동네 아이들이 'OO아 빨리 와서 밥 먹어라'는 부름으로 집으로 가기 전까지. 해가 지도록 마당에서 놀던 기억이 유년시절의 소중한 단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벌써 이것도 삼십 년 이야기이다. 놀이터에 아이가 없다는 말이 나온지도. 아이들은 뛰어놀아야지라는 말이 구닥다리가 된지도 한참이다.


평일 4시 놀이터를 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붐비는 모습에 놀랄 수 있다. 어린이집 끝나고 들른 어린아이들이 하원길에 놀이터를 들려 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치원만 다니기 시작해도 놀이터에서 노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다. 다녀야 할 학원이 생기고, 해야 할 공부도 늘어나는 탓이다.

어느 주말의 붐비는 놀이터 @월드컵공원 모래놀이터





하지만 스웨덴 놀이터는 조금 다르다.





어린이집 근처에 있어서 첫째 하원에 자주갔던 놀이터@Vasaparken

스웨덴에서 날만 나쁘지 않다면 놀이터는 항상 아이들로 붐빈다. 놀이터 입문 시기는 한국보다 훨씬 빨라서 돌도 안 되는 아이들도 놀이터에서 놀기 시작하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있으니 이용기간도 훨씬 길다.



처음에 놀이터를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건 바로 '스스로 앉지도 못하는 어린 아기'가 모래밭에 앉아 '모래장난'을 하는 것이었다. 한국이라면 엄마 품에 꼭 안겨서 위생에 신경쓰느라 물티슈로 깨끗이 닦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시기이다. 그런 꼬마들이 방수 오버롤을 입고 모래를 온몸에 묻히며 놀다니. 한국에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걸어다니기 전부터 이렇게 모래놀이를 했다@어린이집 모래놀이터

스웨덴 스타일을 따라서, 우리 애들도 돌 되기 전부터 모래놀이를 시작했었다. 사실 그 시기가 모래놀이를 하기 좋은 시기는 아니었다.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구강기라 잠깐 한눈을 팔면 모래를 먹고 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난리가 나서 바로 씻기고 병원을 갈법한 일이지만 스웨덴에서는 그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안돼'라고 말하고 입을 닦아주는 정도로 넘어가는 걸 보면 말이다.

모자, 장갑에 오버롤까지 중무장을 한 채 바깥놀이를 나온 아이들 @Lekplatsen Hälsingehöjden


스웨덴 놀이터는 아주 어린아이들에게도 열려있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의 바깥놀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육아관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바깥놀이가 맑은 날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너무 비가 많이 오는 날씨나, 한겨울철에도 영하 10도 이상 내려가는 너무 추운 날씨가 아니라면 야외활동은 필수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갈 때 방수가 되는 겉옷을 입고 간다. 또한, 놀이터가 도심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제일 손쉬운 곳이기 때문에, 시설이나 관리에도 큰 신경을 쓴다.

놀이터를 관리해주는 건물@Observatorielundens Parklek


규모가 조금 있는 놀이터들은 사랑방 같은 공간(parklek)과 창고가 같이 있고 이 시설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Parklek에는 실내에서 놀 수 있는 장난감과 탁구대, 게임기 등과 화장실,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주방이 마련되어 있다. 창고에는 야외 놀이터에서 쓰는 공, 아동용 자전거, 모래놀이 장난감들이 들어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장난감을 안 챙겨와도 재밌게 놀 수가 있다. 이 물품들은 아침에 꺼내놓았다가 저녁에 다시 들여놓는다.


스웨덴에는
놀이터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놀이터의 시설을 관리하고 계절에 따라 물품을 바꾸기도 하고 시즌에 맞는 이벤트들을 기획하기도 한다. 부서진 것이 있으면 고치기도 하고 낡은 건 새로 구입하기도 하기에 시설은 늘 관리된 상태로 유지된다.


또한 중간중간 위험한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제지하고 같이 게임을 하며 놀아주기도 하는 역할도 한다. 목공체험을 하는 시간에는 아이들을 가르쳐주며 놀이터를 장식하는 목공 소품들을 만들기도 하고, 핫도그를 구울 수 있도록 불과 소스를 세팅해주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연못 같은 곳에 물을 채워 놓고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시설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주로 Stockholmstad(스톡홀름시)라고 적힌 옷을 입은 공무원에게 물으면 된다.



한국의 놀이터들은
반짝반짝한 새 시설로 시작하지만,
녹슬고 노후되기 쉽다.

실제로 한국 집 근처의 놀이터에는 자전거 바퀴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열심히 돌리면 불이 들어오는 기구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가보니 그 기구를 없애버리고 바닥을 막아 빈 공간이 되어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시설이 늘어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기는 스웨덴의 놀이터와는 대조적이다.





스톡홀름에서는 놀이터마다 특색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어디 가든 비슷한 시설로 되어있는 놀이터와는 다르다. 유명한 동화를 모티브로 한 놀이터, 배를 모티브로 한 놀이터, 과일을 모티브로 한 곳 등등 어디를 가도 똑같지 않아서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날 좋을 때는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멀리까지 원정을 나가기도 했다.

Anders Franzéns park

배와 항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놀이터.

스톡홀름은 섬으로 이뤄진 도시이다. 그래서 요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교통카드로 배를 타는 등 운송수단으로써도 한 몫을 한다. 놀이터에도 이런 문화가 녹아있다.

출처: Google map
Aspuddsparken

놀이터라기보다는 작은 놀이동산처럼 꾸며진 공원. 먹이체험을 할 수 있는 작은 동물원, 미니골프장, 얕은 수영장이 같이 있다. 놀이터에 있는 양모양 탈것이 귀엽다.


Mulle Mecks Lekpark

스톡홀름의 근교인 solna에 위치한 놀이터.

Mulle meck이라는 동화책 콘셉트로 만들어진 만큼 아기자기한 시설이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그 외


어느 놀이터를 가도 같지가 않다.@목성 모양의 놀이기구가 독특한 Odenplan의 놀이터
평소에는 축구장으로 쓰이는 큰 풀밭이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으로 변하고 비탈에서는 썰매를 탄다@어린이집에서 끝나면 매일 들렸던 Vasaparken
문재인 대통령 방문 일정에도 들어 있었던 Humlegården




스웨덴에서는 단순히 그네, 미끄럼틀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놀고 경험할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곳, 스웨덴 육아를 잘 보여주는 상징이 바로 놀이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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