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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un 30. 2021

로또 됐어요?

갈 만하게 되었으니까 가는 거지

어제 현팀장에게 보고하고 있는데 옛 팀장님이 지나가다 말을 거셨다. 유관부서로는 일한 적이 있고, 육아휴직기간 동안에 내 소속팀의 팀장으로 발령나셔서 휴직기간 동안 스웨덴 갔다 온 건 아시는 분.


현팀장(이하 현): 노랑연두씨 퇴사한데요

옛 팀장(이하 옛): '안 그래도 소식을 들었어요

로또 됐어요?'


나: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현:남편 따라간데요


옛:남편 회사가 어디랬지?

현:스웨덴 회사요..


옛:아아.. 원래 거기였나?

(아마 한국회사의 파견이라고 착각하신 듯)

나:. 5년 전에 스웨덴으로 이직해서..



옛:'로또 된 거 맞네,

이제 갈만한 상황이 되니까 가는 거 아냐?'


이상하게도 이 말이 그 날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았다.


갈만하니 가는 거라는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제, 처음 갔을 때 정착하지 않았던 많은 이유들이 해소되었다.


1. 가처분소득:

처음 갔을 때 가처분 소득이 너무 낮았다. 남편이 월급을 받아서 세금과 렌트비를 내고 생활비를 쓰면 마이너스였다. 남편의 연봉은 스웨덴 평균보다는 높다고 들었는데 스웨덴 자체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구조였다.


2. 주택 마련:

스웨덴에서는 렌트비가 너무 높아서 대출끼고 많이들 집을 산다. 집값의 85%까지 대출이 된다고 들었는데, 막상 여윳돈이 없었고 가처분 소득이 낮으니 대출도 너무 적었다. 내가 취직을 하면 더 많이 빌릴 수 있었는데 현지 취업의 장벽이 너무 높았다.


3. 아이 교육

아이는 아직 너무 어려서 언어를 배우는 외국생활의 장점을 누리기가 힘들었다.


5년이 지난 지금.

1. 가처 소득

남편이 이직을 하면서 가처분 소득이 늘었다. 전 회사은 연봉이 월급+스톡옵션(당시 미상장)이었는데 지금 회사는 월급+주식(아주 조금)으로 바뀌면서 연봉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매달 받는 월급의 금액이 늘어났다.


2. 주택 마련

그동안 나는 한국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아 모았고 남편 회사 주식이 상장되면서 스톡옵션 행사했고 어느 정도 현금이 확보되었다. 월급액 자체가 올라가면서 은행의 대출한도도 올라갔다.

(나도 취직은 아니지만 대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그 경우 일부 생활비를 보조받는 걸로 알고 있다.)


3. 아이 교육

아이가 4살 6살로 언어를 배우기에 충분한 나이가 되었고 8월부터 스웨덴 영어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정리를 해보니 새삼스럽게 내 결정에 이해가 갔다. 그래서 가기로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거구나.


갈만한 상황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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