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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un 30. 2021

회사 그만두는 기분이 어때요?

툭 치면 울 수 있어요

이상한 일입니다.


잘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만둔다고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날까요?


퇴사 날을 12일로 정하고 슬슬 인수인계를 하고 유관부서에도 메일이 오면 후임자를 적어서 답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 그 메일을 보고 교육파트에 파트장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머 뭐예요, 다른 데로 가는 거예요?


그만두고 남편 만나러 가려고요.


거기 가도 힘들다면서요, 무소식이 희소식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채널에 세팅 다 하고 고생 많았는데 아깝게..


매출도 안 나오는데요 뭐


에이, 매출은 쉽지 않아요. 그래도 시황 보면 나쁜 얘기 안 나오고 좋은 얘기도 많이 올라오잖아,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


비록 팀에서도 위에서도 잘 모르고 인정도 못 받았지만 그래도 유관부서만큼은 알아주고 있었다는 게 못내 고맙네요. 그리고 한편으로 노력을 몰라주고 남들도 다 이렇게 한다던 팀장에게 섭섭함이 몰려와서 또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늘은 같은 판매채널을 담당하는 파트장님이 고생 많았다고 열심히 했던 거 누구보다도 자기가 안다며 얘기해주시는데 또 그게 울컥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성격 좋고 일 못 하는 사람보다 '성격 나쁘더라도 능력 있고 뛰어난 사람'이 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녀보니 저는 이도 저도 아니구나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그러서 더더욱 열심히 했고 잘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참 고맙네요.


13년이나 다녔는데 떠난다고 할 때 열심히 붙잡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섭섭하고, 3주를 끌고 휴직 적용을 안 해준다는 것도 섭섭하고 섭섭한 것 투성이지만, 가기 전에 술이라도 한잔 사서 보내야지 말해주는 선배도 있고, 퇴사하기 전에 꼭 들려서 얼굴 보고 가라는 동기들도 있고.  그래도 잘 맞았다고 그동안 잘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유관부서 분들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떠나고 나면 제 자리는 채워지고 아무렇지 않게 잊힐 테지만 그 자리에 지키기 위해 애썼던 내 청춘이 나에게는 소중하기도 해서 눈물이 나나 봅니다.


그렇다고 조금 더 버티기에는 회사에서 느끼는 힘듬이 버겁네요. 미래 없는 내일이 답답해, 마음을 잘 다독이고 한 발 나아가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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