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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Aug 09. 2021

오늘 점을 보러 갔습니다

첫 신점

회사와 육아로 힘들어하던 4월 초.

친구가 용하다는 점집에 대기 걸어놨다고

'점집에서 연락 오면 같이 갈래?'

라고 물어봤습니다.


40년 가까 살면서 점이라곤 사주카페 1회가 전부인 저에게 점집은 매우 낯선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던 터라 끌리더라고요. 심지어 주중에 휴가 내고 가겠다며.



오늘, 예약한 지 거의 6개월 만에 저희에게 차례가 왔습니다.


점집은 가정집 같은 곳에 있고, 신방  한편에는 장난감들이 있어 생각한 것보다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점 봐주시는 분도 평범한 옷을 입고 계셨고요.




-(들어가자마자 아무런 얘기를  안 했는데)

 이렇게 화가 많냐,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다.

=> 올해 들어 애들이 조금만 잘 못해도 자꾸 화를 내고 있어요. 그게 퇴사를 결심한 큰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죠


 골반 삐뚤어진 건 알고 있지. 소화기가 안 좋다. 탄산, 커피, 술 먹지 마라. 특히 술 절대 먹지 마라.

=>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배가 아파서 골골대고 있었는데 신기했네요.


잠을 잘 자라. 잠을 잘 자야 체력이 생기는 체질이다. 잠이 중요하다. 안 졸려도 누워있는 습관을 가져라.

=>자꾸 애들이 잘 때 안 자고 버티면, 결국 꼬리에 꼬리에 무는 생각과 웹서핑으로 너무 늦게 자서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있었어요. 애들 잘 때 자면 내 인생이 없어지는 느낌이라 그것대로 힘들어서 자꾸 안 자고 버티고 있었는데... 찔렸네


-일 관련: 일은 해야 한다. 공부는 이제 기운(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끈기가 부족하다. 9~7시까지 그렇게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4시간 집중해서 딱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사부작사부작 돌아다녀야 더 공부가 잘 되는 스타일이다. 공부만 파면 더 못 한다.

=> 사실.. 예전에 대학원 때도 전공만 파기 힘들어했었죠. 그리고 늘 시험 전날, 과제 제출일 임박해서 능률이 쭉쭉 올라가는 스타일이라 맞는듯했어요


-3개월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건강에 유의해라 물갈이할 수 있으니 물 조심하고 소화제랑 유산균 챙겨 먹어라.


-취직은 올해는 너무 스트레스받고 안 좋으니 생각하지 말고, 내년부터는 있으니 알바처럼 작은 거부터 시작해라.(그림, 글 물어봤는데 그런 것도 좋다며 번역 같은 거 좋다고 함)

=>취직은 사실 당장 할 생각이 없었는데 내년부터 작은 거라도 하라고 하네요.


-한국 집은 팔지 말고 스웨덴에 집사는 건 6개월 있다가 사라. 남들이 뭐래도 내 마음에 드는 거 사야 되는 사람이다.


-엄마 집은 정리하지 마라. 힘들 때 돌아올 데가 있다고 생각해야 덜 힘들다. 없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하게 된다.

=> 앞으로 3개월이 적응의 고비인가 보네요.


-하나 물어볼게 "너 끌려가는 거니?"

=> 여기서 눈물이 좀 나오네요. 여기 있어도 힘들고 가기로 결정했다고 하니까.

어차피 가는 거니까 즐겨. 잘할 거라고 격려(?)해주시네요. 한국에 있는 게 좋냐 나가는 게 좋냐 물어보면 가는 게 더 좋다.


-남편은 내년 말 내후년에나 이동수가 있음. 지금은 없어서 이직하더라도 더 좋은 데로는 못 감. 지금 있는데서 더 잘되고 싶으면 위에 좋은 말(?) 아부(?) 같은 것도 하고 그래야 한다. 

-남편은 친구처럼 지내면 오래 베프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다. 기대거나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님

=> 천생연분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래요 하하. 친구처럼 지내면 평생 베프로 지낼 수 있다는데 그게 제가 원하는 부부상이긴 해서 괜찮네요.


-첫째 고집이 있음. 자기가 관심 가질 때 뒷받침해주고 나서서 끌고 가려고 하지 말 것. 문제 10개 풀었을 때 10개 더 풀라고 하지 말 것. 스스로 10개 더 풀어서 20개 하고 싶다고 하면 그러라고 해라. 뜨거운 게 있을 때 뜨거운 거라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살짝 만져보고 뜨겁네 이렇게 알아야 하는 아이다. 의사, 약사, 공무원 같은 게 어울림. 칭찬받기 좋아함.

=> 진짜 칭찬받기 좋아하는 아이예요. 그래서 유치원에서 엄청 대답 잘하고요. 언어나 수학 쪽으로 좀 빠른 편이라서 잘 못 키워주고 있나 걱정이 있었는데, 조금 부담을 덜었습니다.


-둘째는 자유로운 영혼임. 나중에 크면 문제 10개 풀면 뭐 사줄게 이렇게 딜해야하는 아이다. 벤처기업가나 it 업계가 좋다.

=> 진짜 둘째가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점보는 중에서 제일 놀랐던 부분이네요.


-그럼 저는 어떤 직업이 어울리나요? 라고 물으니 (어차피 이미 늦었지만)'검사'라고 하하하.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직업이네요


그 외)변화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한번에 여러가지를 못 함. 두개를 한번에 하면 이도저도 안 되니 초기에는 적응만 할 것.



요약: 스웨덴 가는 게 더 낫고 잘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3개월 동안은 힘들 테니 몸과 정신 건강에 힘써라.



걱정은 그만하고 적응해보아야겠습니다. 건강 유의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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