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가까이 살면서 점이라곤 사주카페 1회가 전부인 저에게 점집은 매우 낯선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던 터라 끌리더라고요. 심지어 주중에 휴가 내고 가겠다며.
오늘, 예약한 지 거의 6개월 만에 저희에게 차례가 왔습니다.
점집은 가정집 같은 곳에 있고, 신방 한편에는 장난감들이 있어 생각한 것보다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점 봐주시는 분도 평범한 옷을 입고 계셨고요.
-(들어가자마자 아무런 얘기를 안 했는데)
왜이렇게 화가 많냐,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다.
=> 올해 들어 애들이 조금만 잘 못해도 자꾸 화를 내고 있어요. 그게 퇴사를 결심한 큰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죠
골반 삐뚤어진 건 알고 있지. 소화기가 안 좋다. 탄산, 커피, 술 먹지 마라. 특히 술 절대 먹지 마라.
=>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배가 아파서 골골대고 있었는데 신기했네요.
잠을 잘 자라. 잠을 잘 자야 체력이 생기는 체질이다. 잠이 중요하다. 안 졸려도 누워있는 습관을 가져라.
=>자꾸 애들이 잘 때 안 자고 버티면, 결국 꼬리에 꼬리에 무는 생각과 웹서핑으로 너무 늦게 자서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있었어요. 애들 잘 때 자면 내 인생이 없어지는 느낌이라 그것대로 힘들어서 자꾸 안 자고 버티고 있었는데... 찔렸네요
-일 관련: 일은 해야 한다. 공부는 이제 기운(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끈기가 부족하다. 9~7시까지 그렇게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4시간 집중해서 딱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사부작사부작 돌아다녀야 더 공부가 잘 되는 스타일이다. 공부만 파면 더 못 한다.
=> 사실.. 예전에 대학원 때도 전공만 파기 힘들어했었죠. 그리고 늘 시험 전날, 과제 제출일 임박해서 능률이 쭉쭉 올라가는스타일이라 맞는듯했어요
-3개월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건강에 유의해라 물갈이할 수 있으니 물 조심하고 소화제랑 유산균 챙겨 먹어라.
-취직은 올해는 너무 스트레스받고 안 좋으니 생각하지 말고, 내년부터는 있으니 알바처럼 작은 거부터 시작해라.(그림, 글 물어봤는데 그런 것도 좋다며 번역 같은 거 좋다고 함)
=>취직은 사실 당장 할 생각이 없었는데 내년부터 작은 거라도 하라고 하네요.
-한국 집은 팔지 말고 스웨덴에 집사는 건 6개월 있다가 사라. 남들이 뭐래도 내 마음에 드는 거 사야 되는 사람이다.
-엄마 집은 정리하지 마라. 힘들 때 돌아올 데가 있다고 생각해야 덜 힘들다. 없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하게 된다.
=> 앞으로 3개월이 적응의 고비인가 보네요.
-하나 물어볼게 "너 끌려가는 거니?"
=> 여기서 눈물이 좀 나오네요. 여기 있어도 힘들고 가기로 결정했다고 하니까.
어차피 가는 거니까 즐겨. 잘할 거라고 격려(?)해주시네요. 한국에 있는 게 좋냐 나가는 게 좋냐 물어보면 가는 게 더 좋다.
-남편은 내년 말 내후년에나 이동수가 있음. 지금은 없어서 이직하더라도 더 좋은 데로는 못 감. 지금 있는데서 더 잘되고 싶으면 위에 좋은 말(?) 아부(?) 같은 것도 하고 그래야 한다.
-남편은 친구처럼 지내면 오래 베프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다. 기대거나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님
=> 천생연분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래요 하하. 친구처럼 지내면 평생 베프로 지낼 수 있다는데 그게 제가 원하는 부부상이긴 해서 괜찮네요.
-첫째 고집이 있음. 자기가 관심 가질 때 뒷받침해주고 나서서 끌고 가려고 하지 말 것. 문제 10개 풀었을 때 10개 더 풀라고 하지 말 것. 스스로 10개 더 풀어서 20개 하고 싶다고 하면 그러라고 해라. 뜨거운 게 있을 때 뜨거운 거라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살짝 만져보고 뜨겁네 이렇게 알아야 하는 아이다.의사, 약사, 공무원 같은 게 어울림. 칭찬받기 좋아함.
=> 진짜 칭찬받기 좋아하는 아이예요. 그래서 유치원에서 엄청 대답 잘하고요. 언어나 수학 쪽으로 좀 빠른 편이라서 잘 못 키워주고 있나 걱정이 있었는데, 조금 부담을 덜었습니다.
-둘째는 자유로운 영혼임. 나중에 크면 문제 10개 풀면 뭐 사줄게 이렇게 딜해야하는 아이다. 벤처기업가나 it 업계가 좋다.
=> 진짜 둘째가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점보는 중에서 제일 놀랐던 부분이네요.
-그럼 저는 어떤 직업이 어울리나요? 라고 물으니 (어차피 이미 늦었지만)'검사'라고 하하하.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직업이네요
그 외)변화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한번에 여러가지를 못 함. 두개를 한번에 하면 이도저도 안 되니 초기에는 적응만 할 것.
요약: 스웨덴 가는 게 더 낫고 잘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3개월 동안은 힘들 테니 몸과 정신 건강에 힘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