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포스팅했듯이 10월 동안 듣는 buyer behavior 수업에는 조모임이 있다. 이 조모임이 요즘 나의 스트레스 원인이다. 스웨덴 Frida와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그게 너무 힘들다.
일단 스타일이 다르다.
먼저 나는 가능한 걸 모두 펼쳐 놓은 다음 의미 있는 걸 정리하는 스타일인데, 얘는 먼저 틀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결과를 넣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걔가 제일 많이 한 말이 자리 없으니까 또는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히 정리하자는 거다. 의미가 중요한 나와 결과물이 중요한 그녀.
내가 '이런 거 저런 거 해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하면 '그건 시간 많이 걸려', '그것까지 발표할 시간 없어', '최종보고서에 그걸 넣을 자리 없어'같이 말하니 화가 날 수밖에.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해놓고 무엇이 중요한지 취사선택해야지!!!!!!"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설득이 잘 안 된다
다년간의 회사생활로 얻어진 깨달음이 있기 때문에 나도 하고 싶은 방향이 확고히 있다. 그런데 그걸 잘 설득하기가 힘들다. 거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애들이 나만큼의 배경지식이 없어서 이해를 못 하거나, 아니면 내 영어가 이상해서 못 알아듣거나.
줌으로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정적이 흐른다. 그럴 때면 당황하게 된다. 이게 싫다는 뜻인지 아니면 내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되물어서 무슨 대답을 하는데 그 대답을 또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니 조모임이 더욱더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
오늘 조모임에서는 프리다가 결과 부분을 회귀분석을 잘하는 애랑 둘이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그게 자기가 넣고 싶은 것만 넣겠다는 뜻처럼 들려서 기분이 나쁘다. 질문도 내가 만들었고 가정도 대부분 내가 만들었는데 왜 결론을 자기가 정하려고 하지? 그리고 그러면 내가 찾아낸 사실들을 안 중요하다고 다 빼버릴 거 같기도 해서 기분이 나쁜 것도 있다.
사실 질문이랑 가정을 내가 주도적으로 만든 이유는 그걸 하는 시점에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프리다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다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보고서 앞부분 쓰기에 집중했고, 나는 실험 설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쪽에 집중했던 것. 근데 이제 와서 설문의 의도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 결과 부분을 정리하겠다니..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럼 걔가 다하게 놔두면 되잖아'라고 할 것 같다. 안 한다는 것도 아니고 걔가 꾸려서 한다는 것이므로. 그런데 그러면 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 될 것 같아 싫다.
사실... 내가 막 안 되는 영어로 힘을 다해서 설득시켜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지언정,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엄청난 성적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석사생의 조모임 결과물이라 엄청난 걸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굉장한 사실을 찾아내길 기대한다기보다는 그 과정을 잘 따라가며 저사를 했고 결과를 얻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려놔야지 내려놔야지 하는데 잘 안 된다.
사실 한국에서 그룹 프로젝트를 해도 답답한 일이 많지 않은가. 그런데 이 건 국적도 언어도 나이도 모두 다른 5명이니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 싶다.
나이가 들면 이해심이 많아진다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이런 게 이렇게 답답하고 화가 나는지. 좀 더 수양이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