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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Feb 27. 2022

(넷플릭스) 애나 이야기

만약 당신도 그녀를 알았다면?

요즘 재밌다고 소문이 난 '애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뉴욕을 사로잡은 가짜 독일 상속녀 '애나 델비'

그녀의 사기행각과 뻔뻔스러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서 9편을 하루 만에 다 봐버렸다.



근데 하룻밤 지나고 나니까, 나도 회사에서 저런 사람을 만나 꽤 오랫동안 고통받았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자기를 로열(회사에서 재벌가 또는 CEO의 자재를 불렀던 말)인 거처럼, 마치 서울대를 나온 것처럼, 돈이 많은 것처럼 오해하도록 했던 사람.


일개 대리 주제에

'내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함부로 대하냐'

'내가 널 자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안 하는 것뿐이다'

라며 나를 협박하기도 했었다. 내가 자기 말을 잘 안 따른다는 이유로 말이다. 따를 만해야 따르지.. 제대로 해내는 일은 하나도 없고 근무시간에 말 안 하고 없어지고, 무단결근하고 무단 조퇴하는데 내가 어떻게 따르겠나.


한 번은 해외 출장 갈 때 한도 문제로 호텔 예약은 그 사람 계정, 카드는 내 법인카드로 결제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 오후 그는 헬스장이 더 좋은 호텔을 찾았다며 호텔을 변경하자고 했었다. 자기는 헬스장이 엄청 중요하다며.


근데, 나중에 보니 첫 번째 결제가 체크인이 너무 임박해서인지 환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거의 백만 원 가까운 돈을 내가 떠안게 생겼었다

.

그런데도 나몰라라 하던 그.

결국 내가 아고다에 한참을 전화하고 고생 끝에 전액 환불을 받게 되어 그 소식을 알렸을 때 그의 반응이 놀라웠다. 왜 창피하게 자기 이름으로 예약된 건데 (가오 상하게) 따지냐며 화를 냈던 것이다.

그러면 자기가 돈을 낸다고 하던지, 자기가 해결하던가. 아무것도 안 하고 나 몰라라 하더니...


그 외에도 그는 숱한 무단 조퇴, 무단결근, 밥먹듯한 거짓말을 일삼았다.



거의 2년 가까이 한 팀을 했던지라 그와의 에피소드는 끝없이 많다.


이미 사이가 틀어질 때로 틀어졌던, 마지막 중국 출장. 이젠 비행기도 비슷한 시간에 다른 항공사로 예약했는데, 이상하게 공항 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옆방이 조용한 거다.

결국 나 혼자 공항에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법인카드로 편도를 다시 끊어서 돌아왔단다. 회사 회계팀에는 비행기가 캔슬되었는데 자기가 빨리 한국으로 와야 되어서 그냥 편도를 샀단다. 비행기 캔슬되면 항공사에서 다시 잡아주는데 뭔 ×소리인지, 그리고 나중에 찾아보니 그날 캔슬된 비행기는 없었다.

늦잠 자다가 못 탄게 분명한데도 결국 친한 회계팀 동료가 도와 편도 비행기 값을 추가로 받았지... 왕복표보다도 더 비쌌던 편도 표를 말이다.


하루는 자기 할머니 집 김치냉장고 사드리는지 배송 일자랑 패밀리카드 할인 건으로 업체랑 한참을 전화통화를 하더라. 그리고 전화가 끝나자마자 친구한테 전화하더니, 자기가 방금 자기가 봉사 다니는 시설에 김치냉장고 10개 사서 기부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옆에서 통화내용을 내내 들었던 나는 너무 황당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가 한 회사에 지원한 이야기를 건네 듣게 되었다. 내가 당시 내가 다니는 회사의 중국 마케팅 임원 자리 오퍼를 받았다며 그는 새 회사에 연봉을 3억을 달라고 했단다.


근데 그 임원 자리는 이미 한 달 전에 다른 사람이 상무로 승진되었던 자리. 한 달 만에 다시 뽑을 리도 없고, 회사 다니면서 전무님한테 '멍청이'라고 불렸던 사람을 무려 임원으로 부를 일도 없는 터.


어쩜 저런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나 싶었던 그 사람.


애나 이야기 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니, 그때 그 사람과의 행동과 너무 닮아서 소름이 끼쳤다.


벌써 10년이 가깝게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그 모든 일들과 괴로웠던 시간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총 2년 가까이 한 팀을 하고 심지어 초기에 6개월은 회의실에서 함께 했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그 거짓말들과 각종 가스 라이팅을 견뎌내는 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진짜 미스터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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