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어 수업(SFI)을 들으면서 한 달에 한 번은 연습 시험을 보는듯합니다. 뭘 배웠는지 모르겠는데 또 시험인가 싶지만, 어쨌든 월요일 봤던 듣기와 쓰기 결과를 어제 알려주었습니다.
듣기는 매번 안 들리지만 이번에는 찍기에 실패했는지 반타작도 못 했네요.
쓰기 시험은 쓴 답안지를 복사해서 틀린 부분을 체크해주셨고 두 결과를 가지고 면담을 했습니다.
오늘은 쓰기 문제를 한번 보여드릴게요
첫 번째 문제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다른 친구와 함께 'resa(여행)'을 선물하기로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른 선물을 제안하는 편지를 써라. 왜 기존 선물이 별로인지, 왜 이 선물을 주는 게 좋을지 등등을 적으라고 문제에 적혀있습니다.
이 문제는 친구에게 보내기 때문에 전형적인 '비공식 편지'를 쓰는 문제입니다. 저의 답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resa가 여행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여행을 선물한다는 게 이상하게 들려서 다른 뜻이 있나 했습니다. 그래서 왜 이게 별로인지를 쓸 때 "두리뭉실하게 그것도 좋은데 선물 받은 친구가 갖고 싶은 거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이유를 적었네요. 친구가 사람들 초대하는 거 좋아하고 이딸라 접시 계속 갖고 싶어 했으니까 그거 사주자, 다음 주에 나 아웃렛 갈 수 있으니까 너 시간 되면 알려주고 안 되면 나 혼자 가서 사 올게. 이렇게 적었네요.
전체적으로 틀린 부분도 좀 있고 내용도 좀 빈약해서 그런지 점수는 G-입니다. 합격이 G인데 합격하기엔 조금 모자라고 탈락보다는 잘 한 점수라는 뜻이에요.
두 번째 문제
'관계'라는 신문에 '나는 친지와 친구에게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는지'에 관한 내용을 기고하는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어떤 매체를 사용하고 그게 좋은 이유는 뭔지 등등 적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신문사 투고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편지'를 쓰는 문제입니다. 형식에 맞게 인사, 나의 소개, 글을 쓴 목적 설명, 기고 내용, 마무리 인사, 맺음글 의 순서로 글을 씁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고 모든 가족 친지와 대부분의 친구들이 한국에 있다고 그런데 한국에서는 모두 카카오톡을 쓰기 때문에 그걸로 연락한다. 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엄마나 친한 친구에게는 전화를 하며, 엄마가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하면 카메라를 켜서 통화한다고 적었습니다. 와이파이를 쓰면 공짜로 쓸 수 있어서 좋다면서요. 그리고 스웨덴에 있는 친구들은 한국사람이면 카카오톡, 아니면 왓츠앱으로 연락을 하며, 만나는 것 역시 즐겁다고 적었습니다.
이건 그래도 그 전보다는 틀린 게 사소하고 내용이 길어서 그런지 점수는 G이네요. 나쁘지 않네요.
결국 이번 연습시험으로 알게 된 건, 저에게 필요한 게 스웨덴어로 대화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현재는 듣기도 힘들고 말하기도 힘든데, 대화는 둘다를 하니까요.
예전에, 지난달에 본 연습 시험 결과를 보고 선생님이 말하기 연습이 필요하다고 코멘트를 해주었죠. 그 이후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상점에서 부족한 스웨덴어지만 더듬더듬 스웨덴어로 노력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더 노력이 필요할 거 같네요.
영어든 중국어든 스웨덴어든 저에겐 늘 말하는 게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잘하려는 강박, 틀리지 않으려는 부담감이 있어서 말이죠. 그걸 내려놓고 틀리더라도 좀 더 많이 시도하려고는 하는데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해봐야겠죠. 같은 두려움을 가진 첫째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부끄러움을 좀 더 극복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