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한국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마치고 21년 스톡홀름 대학에서 마케팅 석사를 시작했었습니다.
16년 남편의 이직 이후 육아휴직 때마다 스웨덴에 오고 가길 반복하다 저의 마지막 복직 이후 기러기 부부(?) 생활이 길어진 끝입니다.
처음 석사를 시작하며 다시 스웨덴에 올 때 많은 분들이 석사 끝나면 뭐 할 건데?라고 물어보셨는데요. 사실 명확한 생각은 없었습니다. 한번 해보고 재밌으면 박사도 해보고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해 보자.
2년 동안 석사 생활은 영어의 한계와 문화의 차이도 많이 느꼈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소속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십 대 때 했던 첫 석사논문과 달리, 주제부터 연구방법까지 내가 스스로 정해서 발전시켜 나갔던 졸업논문도 꽤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박사를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하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했던 졸업 논문은 너무 궁금한 게 많은 탓에 연구범위를 크고 복잡하게 잡았었고, 결국 깔끔하게 정리를 하지 못해 학점을 잘 받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어볼 때마다 괜찮다고만 하고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던 지도교수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연구주제라면 박사도 꽤 재밌겠다 싶어서 박사도 고려하는 동시에 이력서도 계속 내고 있긴 했는데요.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저의 업무 경험 상, 마케팅을 하려면 매력적으로 콘셉트를 잡고 카피를 만드는 게 현지언어가 굉장히 중요한데 스웨덴에서 스웨덴어로 그걸 잘 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비자 분석 같은 다른 걸 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그쪽에는 경력이 없다 보니까 구직이 쉽지 않았네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주재원으로 나와있는 분을 통해 한국회사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직장과 모기업이 같은 곳인데, 전 직장 경력을 좋게 보시고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8월 말부터 다시 직장인이 되었네요. 계속 다니는 게 맞나 싶게 속 터지는 일들의 연속이고 진심으로 이렇게는 못 하겠다 싶어서 최후통첩을 날려보기도 했는데 일단 아직은 다니고 있습니다.
스웨덴 회사를 다녀야 스웨덴 회사 문화를 알려드릴 텐데 여기는 한국에서 안 좋은 것만 날아오는 거 같아서 아쉽네요.
한국 기업 해외 지사의 속 터지는 이야기라도 궁금하시다면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