웁살라에서의 테스트 수업

새로운 곳에서 첫 연습

by 노랑연두

수요일 시험이 끝나자마자, 교통국사이트에 들어갔다. 필기 만료되기 전인 9월까지 자리가 있는 시험장을 찾으니 스톡홀름에서 50km 떨어진 웁살라에 이틀 후에 자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웁살라는 놀러 두 번 가봤을 뿐 한 번도 운전해 본 적이 없는 곳이라 다음날 바로 테스트 수업을 신청했다.


미리 유튜브로 본 웁살라는 그전 시험장인 쇠데르텔리에에 비해 훨씬 큰 도시였다. 일단 이제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2차선짜리 회전 교차로가 있었고, 시내도 훨씬 복잡했다. 강사는 이제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한적한 시골길에서 왼쪽으로 돌며 후진을 시켜봤다.


웁살라 시내는 중간에 버스 전용차로, 정류장 그리고 주차된 차들이 많아서 차의 위치를 잘 정하는 게 중요했다. 일반적으로 오른쪽 차선을 쓰라고 이야기하지만, 도로진입하자마자 표지판이나 바닥을 확인해서 버스 마크나 글씨가 보이면 왼쪽 차선을 택해야 한다. 또한 멀리 내다보고 오른쪽에 주차된 차가 있다면 먼저 차선을 왼쪽으로 변경해 주는 것도 중요했다. 이게 바로 스웨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획(planering) 운전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표지판이 너무 많다. 온갖 예외들을 여기저기에 있는 표지판에 써놓기 때문에 빠르게 표지판을 스캔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은 강사가 직진을 하라고 하는데 표지판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금지표시가 되어 있는 거다. 이러면 못 가는데 다른 길이 있나 하면서도 그냥 움직이니까, 강사가 차를 멈추게 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표지판을 잘 보라고 하며 저기는 차가 못 가는 길이란다. 그리고 거기서 5m 오른편에 또 두 개의 표지판이 더 있었는데 하나는 내가 본 것과 동일한 '차/오토바이금지'였고 다른 하나가 왼쪽으로 가라는 화살표 표지판이었다. 즉 나는 비록 강사가 직진을 하라고 했지만 표지판을 보고 왼쪽으로 가야 했던 것.


그 외에도 3달 전에 해냈던 것들 중에서 까먹은 운전 습관들도 지적받았다. 예를 들면 주차한 다음에 나올 때 깜빡이를 키는 게 룰인데, 까먹고 있다가 깜빡이를 켜라는 지시를 받았다. 주위에 아무런 차가 없어서 내가 나오는 걸 알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골목길처럼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 들어갈 때 따로 일방 표시가 없었다면 맞은편에서 차량이 올 수 있으니 오른쪽으로 더 붙어서 가야 한다고 지적당했다.


테스트 주행의 결과는 다음날 시험을 볼지 안 볼지는 당신의 선택이지 5번의 수업을 더 듣기를 추천한단다. 운전면허 학원을 시간이 맞는 데로 바꿔서 이번이 무려 5번째 학원이었는데 여기는 기본이 80분 수업이었다. 그래서인지, 45분이나 50분인 다른 데보다 1회 수업 단가가 두 배가까이 비싼 터라, 5번이면 약 80만 원 정도. 지지난주랑 지난주랑 그냥 돈 아깝다도 생각하지 말고 한 3번 수업 듣고 시험 쳤으면 30만 원 안 쪽으로 쓰고 끝났을 텐데. 시험비(약 20만 원)에 테스트 주행 및 수업까지 하면 거의 백만 원이 사라지는 터라 속이 쓰려왔다.


하지만 후회하면 뭐 하겠는가 어차피 이미 물은 엎질러졌는걸.


스웨덴 운전면허 시험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어느 시험장을 선택할지, 어떤 학원을 골라서 얼마만큼의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칠지. 시험 볼 때는 이쪽 차선을 탈지 저쪽 차선을 탈지. 내 앞에 느리게 가야 하는 차량이 있다면 추월을 할지 말지. 회전교차로에 들어갈 때나 비보호 좌회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주어진 루트를 가면 되는 한국의 도로주행과 달리 매번 다른 루트를 시험관의 지시에 따라가야 하니 쉽지가 않다. 심지어 시험 예약하기도 힘드니.. 더 힘든 느낌.



아무튼 내 생각에도 다음날 보면 또 떨어질 거 같아서 일단 시험을 취소했다. 그리고 필기 만료가 끝나기 전에 일단 다른 자리를 찾고 그곳 근처 운전학원으로 가서 수업을 들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돈을 쏟아부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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