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된 운전 연습

지겹다 지겨워

by 노랑연두

한국에서 십 년 넘게 운전을 했고 이미 다른 학원에서 거의 10번 가까이 수업을 받았지만, 여름 3개월 동안 스웨덴식 운전방법을 다 잊었기에.. 다시 또 운전수업을 신청했다.


지난번 실기시험 떨어진 후, 웁살라에 빠른 자리가 있어서 예약을 했었다. 그리고 길을 모르니 테스트 수업을 받았고 5번 강의를 받으라는 결과가 나왔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고민하다가, 또 돈을 쓰고 마음에 평안을 찾기로 결심하고는 결제해 버렸다.


오늘이 그 첫 수업.


정말 코딱지만 한 크기의 시내만 있었던 쇠데르텔리에와 달리 웁살라는 그래도 꽤 큰 도시였다. 웁살라에서 한 첫 테스트 운전에서 도심에서 표지판 보는 게 힘들어서 이번 시간은 표지판 보는 연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강사님은 확실히 잘 가르쳐준다. 그래도 꽤 수업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전 강사들이 짚어주지 않았던 걸을 잘 집어내서 알려준다.


오늘 제일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바로

비보호 좌회전 시 나의 위치.

마주 오는 차가 중앙선 쪽 차량은 좌회전, 보도 쪽 차량은 우회전을 하고 있고 그 위에 차가 하나 더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했다. 뒷 차가 없었다면 좌회전해서 중앙선 근처 차선으로 가면 되겠지만, 뒤차가 직진을 할지도 모르니 그냥 서있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때 나의 위치는 교차로 한복판이며 왼쪽으로 꺾은 채로 서 있는 거란다. 내가 원래 차선에 있으면 내 뒤에 있는 차들이 직진을 하고 싶어도 못 하니 차가 늘어서 있게 된단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운전하면서 교차로에 서있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옵션이었다. 그러다가 신호 바뀌면 어쩌려고. 그럼 오도 가도 못 하고 껴서 난리 나는 거 아닌가? 근데 스웨덴에서는 그게 맞단다.



비슷한 예로 좌회전을 하는 데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반대편에서 자전거가 오는 걸 발견했다면? 아래 그림처럼 또 교차로 한복판에 서란다.

한국이었다면 무조건 횡단보도 앞에 설 텐데, 그럼 마주 오는 직진 차선의 통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안 된단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치면 골목길 같은 데에서 교차로가 나올 때 나의 위치도 새로웠다. 약간 골목길 같은 길이지만 일방은 아니라서 차 두대가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인 도로인데, 오른편에 쭉 주차된 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마주 오는 차량이 없다면 그럼 당연히 왼쪽에 붙어서 갈 것이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교차로를 만난다면? 물론 이 교차로도 비슷한 크기의 도로와 만난 것이라고 가정할 때, 교차로를 들어가기 직전 나의 위치는 무조건 오른쪽으로 붙어서 가야 한단다. 교차로 10m 이내는 주차 금지이기 때문에 방금 전까지 주차된 차들 때문에 오른쪽 공간이 없었더라고, 그 근처에 가면 차 두대가 지나갈 공간이 생긴다. 그렇게 해줘야만 내 옆으로 가고 싶은 차나 자전거들을 방해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T자 길에서 유턴을 할 때였다. 후진을 한 다음에 멈추고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고 있는데, 나보고 핸들을 돌리지 말고 원래 위치로 놔두란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리면 바퀴가 땅에 접지된 상태이니 돌리기가 힘들단다. 그래서 공간이 충분한 경우는 핸들을 돌릴 때, 바퀴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돌린단다. 사실, 내 첫 차는 파워핸들이 없는 구형 아반떼라, 요즘 차 핸들 돌리는 건 전혀 힘들지가 않았는데, 여기는 스웨덴이 아닌가.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아도, 그렇게 정지된 타이어를 움직이면 타이어가 마모되기 쉽고 그러면 그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주는 게 좋단다. 실기 감독관도 그런 거 까지 본다며.


실제로 스웨덴 운전면허 시험에는 실기, 필기 모두에 환경오염 관련된 영역이 존재한다. 급출발, 급제동, 불필요한 급감가속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이런 것마저 신경 써야 하다니 정말 놀라운 스웨덴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또 quick learner라는 칭찬을 들으며 수업을 마무리지었다.(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잊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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