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운전면허 연습 3번째 시간

여긴 2차선인가, 아닌가

by 노랑연두

오늘 수업은 9시 반에 시작이라 서둘러 나섰다.


웁살라로 가는 펜델톡(우리나라 치면 국철)이 30분마다 있는데 평소대로 애들을 데려주면 9시 40분 정도에 도착한다. 그래서 애들 버스만 태워주고 혼자 알아서 내려서 가라고 할까 아님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갈까 고민하다가 일찍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아이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시간 내에 도착했다.


날이 꽤 쌀쌀하더니 강사가 지난밤에 0도까지 내려가서 자기 집 창문이 얼었다고 알려줬다. 스웨덴의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오늘은 placement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했을 때 알맞은 자리를 찾아가는 건 여전히 까다롭다. 특히 차선이 없는 도로에 들어서면 말이다.


이 도로는 과연 몇차선 도로인가?

차선이 없는 도로란게 한국의 상식으로 이해가 거지 않지만 위의 사진이 바로 그런 문제의 차선이다. 2차선이라고 하기엔 도로 폭이 좁아서 넓은 1차선 도로처럼 보이는 이 도로는 왠지 모르겠지만 이차선이란다. 차선이 없지 않으니 1차선 아니야 싶은데, 아니란다. 저 도로의 폭은 스타렉스가 나란히 가면 사이드미러를 부딪힐 정도다. 그런데도 저기가 2차선이라서 내가 바로 좌회전을 할 게 아니면 오른쪽으로 붙어서 가야 한다. 저런 비슷한 종류의 길을 몇 번이나 중앙으로 달렸고 지적을 받았다. 저기는 그나마 중앙분리대 옆에 반대편 차선이라도 있지.. 때론 저것보다 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설 때도 있다. 근데 왕복 2차선이란다. 차가 나올 수 있으니 오른쪽으로 붙어서 가야 한다고. 내가 보기엔 내가 아무리 오른쪽으로 붙어서 간다 한들, 차가 마주 오면 둘 다 속력을 줄여서 지나가야 할 거 같은 레알 골목길인데 말이다.


한국에서 주로 주택가에 살았던 나에게 저 정도 길은 무조건 중앙으로 지나가야 하는 길이었다. 오른쪽이나 왼쪽에 주차된 차량이 있기도 하고 인도가 따로 없어서 사람들도 지나다니다 보니 마주 오는 차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중앙으로 다니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여기선 그래도 마주 오는 차가 있을 수 있으니 오른쪽으로 붙어야 한단다. 수십 년간 가지고 있는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가 않다.


비슷한 게 또 하나 있었다. 철도를 건너서 'ㅏ'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도로에 들어서자 강사는 우회전을 한 뒤 차를 멈추라고 했다. 그런 뒤 나에게 way- back을 하라고 했다. 이 말을 후진(reverse)을 하라고 이해하고는 후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을 후진을 하면 철도 건널목을 후진으로 건너야 하는 상황. 아무리 신호등이 있어도 그건 위험해서 싫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가냐고 물었더니, 우린 원래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갈 거란다. 아, 애초에 이건 후진이 아니라 돌아가라는 거였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굳이 후진을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차를 돌려서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파란 차를 노란 차처럼 만드는 게 미션

먼저, 이 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차량 둘이 지나갈 수 없는 폭의 도로였다. 하지만 도로가 만나는 부분에는 조금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집들이 있었는데 문은 아니지만 담이 없는 넓은 부분이 있었다.

첫 번째 내가 생각한 방법은 후진해서 왼쪽으로 들어간 다음 나오는 것. 근데 그럼 탈락이란다. 그쪽에서 오는 차량이 있을 수도 있으니 나는 무조건 오른쪽에 붙어서 움직야하는데, 저렇게 하면 (안 보이는 중앙선을 밟은 거 마냥) 그쪽에서 오는 차를 막게 되는 거라나.. 솔직히 차도 한 대도 없고 심지어 온다 해도 지나갈 수 있는 폭이 아니었지만, 나는 면허를 따야 하므로 순순히 말을 들었다.


오케이, 그럼 오른쪽으로 붙어서 가서 유턴을 해야지.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이 도로의 폭은 매우 좁아서 아무리 만나는 부분이라 할지라도 한 번에 돌기는 힘든 넓이였다. 그래서 아래 그림처럼 집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입구 앞의 공간까지 활용해서 한 번에 차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 것도 안 된단다. 남의 땅에 들어가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문도 없고, 살림집이 아니라 무슨 창고? 같은 건물들이 있는 부지였는데도 말이다.



결국 다시 처음 위치로 간 뒤 후진하고 다시 유턴을 하는데 벽 있는 고랑에 빠질 거 같은 느낌으로 해서 나왔다.


음.. 한국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안 되는 일이긴 했다. 이 좁은 골목에서 마주 올지 차를 생각해서 후진을 한다고?? 어차피 차가 안 오는 걸 확인하고 후진을 하는데? 그리고 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입구 앞 정도는 살짝 지나갈 수 있지 않나? 근데 뭐 안 된단다.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이때 강사가 냈던 다른 문제.

파란 차 위치에서 노란 차처럼 다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사실 유턴을 해버리면 될 거 같기도 한데 아마도 한 번에 유턴이 안 될만한 폭이었겠지라고 생각하고 답을 이야기했다.


나는 먼저 1처럼 간 뒤 좁은 골목길로 후진 뒤에 좌회전하는 방법을 말했고, 강사는 맞다고 했다. 후진은 작은 길에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나는 십수 년 동안 운전하는 동안 후진을 막다른 골목이나 주차할 때 빼고는 거의 하지 않았다. 뒤로 가는 것보다 차를 돌리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근데 스웨덴 면허에서는 그것도 볼 수 있단다. 그전 쇠데르텔리에에서 시험 볼 때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라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조금 비슷한 미션은 있었다. 어떤 외곽에 공사자재나 자동차 용품 같은 걸 파는 상점들이 늘어선 길이 있었다. 거기를 들어가더니 다시 돌아 나오란다. 그래서 나는 잠깐 주차 칸에 주차를 한 뒤 방향을 바꿔 나왔었다. 물론 강사가 예를 든 것처럼 큰 도로에 인접한 작은 도로는 아니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2차선 회전 교차로에서 오른쪽 차선으로 달릴 때 곡선이 아닌 직선을 그리려고 하는 것을 지적받았고 우회전할 때 진입하는 도로 옆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확인하지 못해서 지적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행주차를 하는데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강사가 알려준 공식과 나의 원래 주차 방법이 짬뽕이 되어서 이도 저도 아니게 열몇 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냥 원래 내 방법대로 하면 아무리 많아도 4-5번 안에는 들어갔을 텐데 이건 이도저도 아니었다.


왜 운전을 배우는데 더 이상해지는 걸까...


아무튼 그렇게 했더니 다음번에 주차는 내 방식대로 하란다. 하지만 좀 더 천천히 움직이라고 주문했다. 늘 항상 빠르게 주차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핸들도 빨리 움직이고 멈출 때 빼고는 브레이크를 안 밟고 기본 속도(?)로 움직이는데 그 게 빠르다고 느껴지나 보다.


아무튼 5번 중에 3번의 수업이 지나갔다.

이제 2번 하면 다음 주 월요일에 시험.


근데 하면 할수록 더 자신이 없어지는 건 왜일까? 시험준비 초기만 해도, "내가 한국에서 몇 년을 운전했는데"라고 생각하며 금방 붙을 거라고 자신감 뿜뿜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최선을 다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또 수업 듣고 또 시험 봐야지.. 뭐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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