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편 2. 두 번째 수업

입이 방정이다

by 노랑연두

두 번째 수업은 삽질의 연속. 역시 입이 방정이다.


영어로 할 뿐이지 쉽네


라는 건 어제 들은 산업경영 첫 시간에 한한 이야기였나 보다.


오늘 들은 프로젝트 관리 수업에서는
딱 어리바리한 늦깎이 수강생였다.


일단 교수의 악센트가 살짝 힘들었고, 재수강생들까지 합세한 활발한 채팅창도 버거웠다.

교수의 악센트는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특정 단어들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그리고 너무나 활발한 채팅까지 더해지니 정신이 없었다.



리고 화상수업으로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두 가지 tool이 있었는데 교수의 지시를 못 따라가서 몇 분간 벙쪄 있었다.


하나는 menti.com으로 퀴즈 풀기.

중간 쉬는 시간 이후 퀴즈를 풀겠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람들이 들어오길 기다린단다.

이미 zoom에 접속해 있는데 또 어떻게 들어오는 건지 아닌지를 아는 거지?


그런데 신기하게 공유해주는 화면의 참여 숫자가 늘어난다. 그러더니 시작한단다.

퀴즈를 내고 마감을 했더니 결괏값이 나오는 게 아닌가?


뭐지? Zoom에 이런 기능도 있는 건가?


애꿎은 퀴즈 화면을 클릭하기 시작했다.

몇 개 퀴즈가 흘러간 후에야 화면 위에 조그맣게 적힌 go to www.menti.com and use the code 89 28 69 3이라는 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퀴즈의 응답결과, 드디어 참여해서 답을 맞춘 화면, 그리고 수강생들이 적은 주관식 답안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모습


두 번째는 zoom 내 소모임 만들어서 수강생들과 대화하기.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조금 있다가 수강생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주겠단다.

화상으로 듣는 수업인데 어떻게 대화를 한다는 거지?


라며 흘려 들었는데, 갑자기 교수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화면 위에 소모임 34에 초대되었습니다 라는 안내 창이 떴다가 이내 없어졌다. 그러더니 다시 또 소모임 29에 초대되었습니다 라는 안내 창이 뜨길래 클릭을 했다. 그랬더니 이미 몇 명의 학생들이 함께 오디오를 켜고 대화하는 게 아닌가?


너는 어디서 왔니, 원래 무슨 공부했어?

등등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나 공부안 했는데?
나 12년 동안 일하고 있어.


라며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수강생끼리 ice break를 위해 만들어준 소모임 대화였는데 그걸 과제를 위한 조모임과 헷갈렸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내 소개를 할 생각은 안 하고 이게 무슨 모임인지 찾는데 정신 팔려있었던 것. 나는 29번 그룹이 아닌데 내 그룹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를 고민하며 소모임을 들락날락하다가 이야기 시간이 끝나 버렸다.


내가 착각했다는 건 이미 대화가 모두 끝난 후, 내가 올린

'조모임 그룹 어떻게 신청해?'

라는 챗에 친절하게 사이트 메뉴를 알려준 다른 학생 덕분이었다.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던 두 번째 수업의 첫 시간.


하지만 의미는 있었다. 그곳 채팅방에서 공유한 WhatsApp 수강생 모임 방을 통해 따로 두 명의 학생과 수업이 끝난 후 대화할 수 있었던 것. 한 명은 인도애인데 자기네 조모임 그룹에 자리가 생긴다며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또 한 명은 핀란드애인데 어제도 수업에서 너 이름 봤다며 말은 건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마치게 된다면 내가 소박하게 기대하는 바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 얻기였다. 그런 면에서 두 명의 왓츠앱 친구가 생긴 건 꽤 반가운 일이다. 한참을 영어로 대화했으니 말이다.

(물론, 과정을 마치고 크게 기대하는 것도 따로 있다)


아무튼, 좌충우돌 원격 대학원 생활 2일 차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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