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악센트는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특정 단어들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그리고 너무나 활발한 채팅까지 더해지니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화상수업으로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두 가지 tool이 있었는데 교수의 지시를 못 따라가서 몇 분간 벙쪄 있었다.
하나는 menti.com으로 퀴즈 풀기.
중간 쉬는 시간 이후 퀴즈를 풀겠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람들이 들어오길 기다린단다.
이미 zoom에 접속해 있는데 또 어떻게 들어오는 건지 아닌지를 아는 거지?
그런데 신기하게 공유해주는 화면의 참여 숫자가 늘어난다. 그러더니 시작한단다.
퀴즈를 내고 마감을 했더니 결괏값이 나오는 게 아닌가?
뭐지? Zoom에 이런 기능도 있는 건가?
애꿎은 퀴즈 화면을 클릭하기 시작했다.
몇 개 퀴즈가 흘러간 후에야 화면 위에 조그맣게 적힌 go to www.menti.com and use the code 89 28 69 3이라는 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퀴즈의 응답결과, 드디어 참여해서 답을 맞춘 화면, 그리고 수강생들이 적은 주관식 답안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모습
두 번째는 zoom 내 소모임만들어서 수강생들과 대화하기.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조금 있다가 수강생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주겠단다.
화상으로 듣는 수업인데 어떻게 대화를 한다는 거지?
라며 흘려 들었는데, 갑자기 교수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화면 위에 소모임 34에 초대되었습니다 라는 안내 창이 떴다가 이내 없어졌다. 그러더니 다시 또 소모임 29에 초대되었습니다 라는 안내 창이 뜨길래 클릭을 했다. 그랬더니 이미 몇 명의 학생들이 함께 오디오를 켜고 대화하는 게 아닌가?
너는 어디서 왔니, 원래 무슨 공부했어?
등등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나 공부안 했는데? 나 12년 동안 일하고 있어.
라며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수강생끼리 ice break를 위해 만들어준 소모임 대화였는데 그걸 과제를 위한 조모임과 헷갈렸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내 소개를 할 생각은 안 하고 이게 무슨 모임인지 찾는데 정신 팔려있었던 것. 나는 29번 그룹이 아닌데 내 그룹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를 고민하며 소모임을 들락날락하다가 이야기 시간이 끝나 버렸다.
내가 착각했다는 건 이미 대화가 모두 끝난 후, 내가 올린
'조모임 그룹 어떻게 신청해?'
라는 챗에 친절하게 사이트 메뉴를 알려준 다른 학생 덕분이었다.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던 두 번째 수업의 첫 시간.
하지만 의미는 있었다. 그곳 채팅방에서 공유한 WhatsApp 수강생 모임 방을 통해 따로 두 명의 학생과 수업이 끝난 후 대화할 수 있었던 것. 한 명은 인도애인데 자기네 조모임 그룹에 자리가 생긴다며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또 한 명은 핀란드애인데 어제도 수업에서 너 이름 봤다며 말은 건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마치게 된다면 내가 소박하게 기대하는 바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 얻기였다. 그런 면에서 두 명의 왓츠앱 친구가 생긴 건 꽤 반가운 일이다. 한참을 영어로 대화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