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선생님

마지막 날까지 마음에 안 드네

by 노랑연두

둘째 녀석은 작년 여름에 처음 학교에 들어갔다. 첫째와 같은 학교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참 신기하다.


가장 큰 원인은 까다로운 담임선생님. 일단 기본값이 인상을 쓴 상태인 데다가 자기의 원칙이 강하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의 생활태도는 집에서 배워와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학부모끼리 채팅방 만들어서 알아서 소통하고, 의견이 있으면 취합해서 대표가 자기에게 전달하라고 말했다. 절대 개인적으로 자기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그리고 아픈데 아주 예민하게 구는데 이게 둘째랑 잘 안 맞는다.


일단 둘째는 원래 표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다가 약간 엄살도 있는 편이다. 반면 이 담임선생님은 감염에 엄청 민감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조퇴도 많이 시키는 편이고 열나거나 토하면 48시간 동안 가정보육하라는 원칙을 강하게 지키는 편이다. 여기에서는 토하는 감기 같은 게 있는데 그게 전염성이 있는 탓이다.


예전에 둘째가 속이 안 좋은지 조금 토했는데 그냥 보냈다가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근데 진짜 체해서 토한 건데, 다른 애들 감염시키면 어쩌냐고 어찌나 뭐라고 하던지 인종차별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또 한 번은 기침을 심하게 하고 기운이 없어해서 학교 앞까지 돌아온 적이 있다. 그리고 집에 갔는데 다시 살아나서 괜찮은 거다. 원래부터 열도 없었고, 기침도 잦아들었고 기운도 차리니 학교에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아이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시 학교에 갔다. 30분 정도 늦어서 조용히 교실에 들여보낼 생각이었지만, 선생님이 나와서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상황을 설명했는데도 교장선생님한테 확인을 받아야 한단다. 결국 다른 학생들을 다 교실에 놔둔 채로 한참을 기다려서 교장선생님한테 확인을 받고야 교실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학년의 마지막날인 오늘. 정말 마지막까지 힘들게 굴더라.


오늘 아침부터 꽃단장을 하고 선생님들 선물도 사서 기분 좋게 학교에 도착한 둘째, 0학년 마치는 기념으로 잔디구장에서 노래를 부를 때까지 한참 남았을 때였다. 남은 시간 동안 친구들과 정글짐에 매달리고 미끄럼틀을 타며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비록 오늘 최고 온도가 14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나눠준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잔디구장에 도착했는데, 둘째가 잠바와 가디건을 벗고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노래를 부르겠다는 게 아닌가. 바람도 불고 구름도 잔뜩 있어서 추운데도 가디건을 입으면 스타일 완성이 안 되는지 입이 잔뜩 나와있었다. 어차피 두 곡밖에 안 부른다니 금방 끝날 줄 알고 가디건을 벗게 해 줬는데, 인사말씀, 0학년 한 명 한 명에게 종이 메달 전달등을 하니 민소매 원피스차림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래서였을까. 그게 모두 끝나자 둘째의 표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배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순서가 남아있었다. 전 학년이 근처 교회로 걸어서 이동해서 졸업식을 하는 것. 순서를 기다리며 밖에 서있는데 앉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결국 걸어갈 때도 계속 눈물을 보이더니 교회에 앉아서도 허리를 잘 못 펴고 있었다. 급한 대로 따뜻한 코코아를 사서 조금 먹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보다. 졸업식 행사가 시작하자 오프닝을 장식하기 위해 나온 무대에서 아파하기 시작한 것.


결국 문제의 담임이 나한테 오더니 둘째를 데려가라고 했다. 개회사 같은 게 끝나지 않아 아직 노래를 채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언제부터 아팠냐고 물어보고 물어보니까 배가 아픈데 화장실 배는 아닌 거 같더라, 근데 요즘 장염감기 같은 게 유행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봤다. 추운데 서있어서 아픈 거 같은데도 자꾸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며 밖으로 데려가라고 하지를 않나 애들한테 옮길 수 있으니까 밖에 앉던지 뒤쪽에 앉으라고 않나.. 결국 애들이 노래를 부르고 내려오니까 다시 찾아와서, 어차피 노래 끝났으니 집에 먼저 가라는 게 아닌가.


하지만, 어차피 첫째도 졸업식 끝나야 데리고 있어야 해서 집에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계속 배를 동글동글 문질러 주면서 행사를 보았다. 배를 문질러준지 20분이나 지났을까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한 둘째는 결국 졸업식이 끝날 때쯤에는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하고는 웃으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담임은 그 모습을 지나다가 봤는지 다시 자리로 데려갔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둘째는 전교생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해 속상함의 눈물을 보였다. 나는 아픈 학생에 대한 안타까움 대신 짜증이 묻어나는 태도에 기분이 상했다. 마지막까지 꼭 이래야 하는 건지, 사간 꽃을 도로 가지고 싶게 만드네..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이 0학년 마지막날이라는 것! 새 학년에는 보지 맙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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