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황은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는 개학을 하지 않았고 일부 회사들이 재택을 시작했다. 스웨덴도 확진자가 급증하면 50명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졌고, 남편의 회사도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남편은 원래 4월 중순에 복직이었는데 출국 비행기가 계속 캔슬되면서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입장에서 덕분에 헤어지지 않게 된 셈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굳이 댕장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을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남편의 비자 갱신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은 두 번째 연장이자, 영주권 신청 케이스라서 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근데 애매하게 비자가 끝나는 날짜가 8월 중순이고 학기 시작이 8월 말.
Universityaddimissions.se에 보면 등록금 내는 조건부 합격이라고 표시되어있다. 학교에 물어보니 비자와 비자 갱신 신청 서류를 보내달란다. 보냈더니 갱신된 비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너를 돈 내는 학생으로 간주하겠다는 메일이 왔다. 총학비는 290,000 sek,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천만 정도 된다. 돈을 내야 한다면 굳이 지금 갈 필요가 없었다. 내년에도 남편이 스웨덴에서 일한다면 그때는 공짜로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차피 못 가는구나 생각하고 잊고 있었는데, 학기 시작 바로 전주, 같이 대학원에 지원했던 스웨덴 지인이 연락을 했다. 대학원 시작할 마음의 준비는 되었냐며. 비자 때문에 시작 못 할 거 같다고, 그리고 어차피 코로라로 남편도 서울에 있으니 굳이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전해 듣는 남편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연신 미안하다는 게 아닌가. 같이 시작하면 좋지 않겠냐며 자기 때문에 못 시작하는 거 같단다. 원래부터 남편 덕분에 할 수 있는 학위기도 했고, 일정이 꼬인 게 남편도 탓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지 싶었다. 또 남편이 아니었다면 스웨덴의 대학원은 생각조차 안 했을 거라서 못 간다 해도 당사자인 나는 감흥이 없는데 왜 그럴까 싶은 마음뿐.
그런데 학기가 시작하기 이틀 전 대학원에서 온 메일을 발견했다.
학기 시작 4일전, 학비 면제 학생으로 간주해주겠다는 메일이 왔던 게 아닌가? 스웨덴에서 캠퍼스 폐쇄를 풀어서 이제는 50명 이하 강의는 대면으로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 과정은 사람이 많아서 진작에 10월 말까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고 선언해놨던 터라 한국에서도 수업 참여가 가능했다. 부랴부랴 학생 포탈에 가입하고 수강신청을 하고 실라버스를 다운로드하여서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