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만 알아듣는 수업 내용
3주 차 금요일에는 청음과 음악이론 수업 두 개가 있었다. 두 수업 다 머리가 하얗지만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 유머스러운 교수님이 하시는데, 솔직히 두 수업 간의 경계를 잘 모르겠다. 청음에서 해야 할 것들을 음악이론에서 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번 청음은 두 번째 시간. 첫 번째 시간에 내준 숙제를 간단히 확인 겸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으뜸음도를 1로 해서 악보를 보고 숫자로 부르는 것과 기본 3화음을 쳐보는 것. 그러고 나서 질의응답도 받았다. 왜 청음시간에 그것도 숙제 확인 후에 이런 질문을 하는지 맥락은 모르겠지만, “노래할 때 말하듯 하라고 하던데”라는 질문에 기억에 남는다. 답은 말할 때 쓰는 음의 영역보다 노래 부를 때 쓰는 음의 영역이 더 커서 말하듯이 할 순 없다였다. 말할 때 중간 영역대의 음을 쓴다면 노래할 때는 더 높은음도 더 낮은 음도 쓰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소리 낼 순 없단다.
이번시간에는 박자에 대해서는 음악이론시간에 배워서 간단히 언급한 뒤 리듬연습을 했다. 여기는 몸으로 익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음도 그렇고 박자도 몸을 이용해서 세기 시작했다. 손으로 첫 박자에는 무릎, 두 번째 박자에는 손뼉, 세 번째 박자에는 가슴, 네 번째 박자에는 머리를 두드리란다. 만약 4분의 2박자면 무릎-손뼉, 4분의 4박자라면 무릎-손뼉-가슴-머리 순서로 치는 것이다. 몇 번 반복하면 리듬을 익히고는 한 박을 두 개씩 나눠서 치란다. 머리 2번-손뼉 2번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 나눠진 박자를 기억한 뒤에 다시 원래대로 한 번씩 치며 아래와 같은 리듬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할 때, 처음 오케스트라를 시작한 분들을 보면 리듬을 읽는 걸 힘들어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악기 배우고 레슨 받고 할 때는 악보를 보긴 하지만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시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온전히 악보를 읽어본 경험이 적다. 그래서 조금만 리듬에 복잡해져도 엉망이 되기 쉬운데 그때 옆에서 도와줬던 방법이 교수님이 했듯 박자를 쪼개는 것이다. 8분 음표 리듬을 잘 모르겠다면 박자를 8분 음표길이인 반박자로 쪼개서 박수를 치며 리듬을 불러주며 연주할 수 있게 도와줬다.
박자 쪼개기는 특히 세 번째 네 번째 마디 같은 리듬을 연주할 때 중요하다. 한 박에 세개음이 들어가는 경우 균일하게 세 개를 쪼개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반으로 나누는 게 익숙해서, 딴딴딴따안딴, 딴딴딴딴따안을 연주할 때 사분음표 따안이 길어지거나 사분음표 옆의 딴이 짧아지기 쉽다.
그러고 나서는 지난번처럼 음표를 보며 읽는데 대신 조표가 있는 음표를 보며 읽는 연습을 했고 숙제도 받았다.
크게 새롭거나 어려운 건 없었다. 그저 중간중간에 질의응답하는 스웨덴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 또르륵.
끝나고 공강시간에는 카린과 아스트리드와 함께 숙제로 받은 음표 숫자로 부르기와 리듬연습을 했다. 이번에도 또 카린이 잘 따라가지 못했다. 지원자격이 따로 없는 수업이라 그런지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카린처럼 악보 읽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도 드물게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연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알려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수요일도 또 연습을 하자고 해서 알겠다고는 했는데 시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이 아니라 스웨덴어를 배운다 생각하고 다독이는 중.
음악이론수업도 숙제 확인으로 시작했다. 박자표 빠진 음표 그리기, 장음계(major scale)에서 조표 있을 때 음이름 쓰기 등등의 꽤나 다양한 숙제가 있었다.
이번 시간에는 음 사이의 간격, 음정(intervals, intervall)을 배웠다. 음악에서 다른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가 같아서 헷갈릴 때가 있다. 흔히 음정은 음정이 안 맞아 음정이 정확해라고 말할 때 이때 음정은 intonation (pitch accuracy)을 의미하며, 사실은 음고라고 해야 한단다.(아무도 음고라는 말은 안 쓰지만) 아무튼 음정은 음 사이의 간격이 맞단다.
이러한 음의 간격은 도레미파 같은 계이름을 기준하여 도-도처럼 같을 때는 1도로 시작해서 도-레 2도 도미 3도로 순차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미-파, 시-도는 사이에 검은건반이 없는 “반음”차이다. 따라서 이러한 반음 사이가 있는 음 간격과 아닌 음 간격을 나누어 준다. 예를 들어 도-레는 한음이기 때문에 장 2도(Major 2nd, stor sekund)라고 부르지만 미-파, 시-도는 반음 차이이기 때문에 단 2도(minor 2nd, liten sekund)라고 부른다.
특이하게 1도, 4도, 5도, 8도는 완전이라는 말을 쓴다. 같은 음이나 한 옥타브 차이의 음을 낼 때 완벽한 화음을 느낄 수 있으니 1도와 8도가 완전한 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도-파 나 도-솔을 낼 때는 그 정도의 느낌이 아니라 4도와 5도 앞에 완전이라는 말이 붙는 게 낯설 수 있다. 챗 지피티에게 물어보면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 자연 배음(harmonic overtone)에서 4도·5도·8도는 가장 단순한 비율을 가짐
• 완전 8도 (옥타브): 2:1
• 완전 5도: 3:2
• 완전 4도: 4:3
• 이 비율들이 아주 안정적이고 순수하게 울림. 그래서 다른 음정보다 “완전하게 조화로운 소리”로 인식됨
증 4도 감 5도는 무엇일까? 증은 증가, 감은 감소를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4도는 도-파처럼 반음관계 미-파 하나를 품고 있다. 하지만 파-시의 경우 반음관계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4도보다 반음이 더 멀다. 그래서 반음이 “증가한” 4도를 의미하는 증 4도라고 쓰는 것. 반면에 5도의 경우 시-파만 반음을 두 개나 포함한다. 따라서 반음이 “감소한” 5도를 의미하는 감 5도라고 쓰는 것이다. 파-시 던 지 시-파 던지 사실 음사이의 간격은 같다. 그저 우리가 명명한 계이름으로 봤을 때 파솔라시, 시도레미파로 다르게 셀뿐이다. 이 음 간격은 셋 온음(트라이톤 tritone) 이라고도 하는 특별한 음간격으로 굉장히 심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중세시대 때는 너무 심한 불협화음이라서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음 간격에 대해 배웠고, 그에 관한 숙제도 받았다. 더불어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과제도 주어졌다. 멜로디가 그려진 악보를 보고 1, 4, 5도 화음을 분석한 뒤 조별로 연주해 내는 것! 피아노든 기타든 노래든 뭐로 하던지 상관없단다. 즉석에서 앉은 자리에 맞춰 조를 정했는데 어쩌다 보니 익숙한 청음 조(아스트리드, 카린)+산트리나의 조합이 되었다. 사실 밴드나 재즈피아노 치는 애들이랑 해서 모르는 것 좀 배우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다음 주에 다들 어떻게 연주할지 조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