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기
이번 주 수요일에는 제일 힘들어하는 스터디테크닉 수업 없이 노래 부르기 수업만 있었다. 1시 반부터 시작이라 게으름 부릴 수 있는 날이지만 청음 숙제도 같이 하고 금요일에 있을 코드 연주도 연습하기 위해 10시에 만나기로 했었다. 알았다고 했지만 굳이 싶었는데, 결국은 사정으로 못 가게 되었다. 전 주부터 둘째 귀 뒤에 나기 시작한 두드러기가 월요일 화요일을 거치면서 점점 얼굴로 퍼져나갔기 때문. 한국이면 주사 한방 놔주고 약 주고 끝났을 일이지만, 스웨덴 병원은 워낙 치료를 안 해주기에 미적거리다 보니 더 심해진 것도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화요일 저녁, 남편이 응급실을 데리고 가서 물약하나를 받아와 먹었는데도 수요일 아침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사정을 얘기하고 어린이 응급실로 갔다. 예상대로 느리디 느린 스웨덴.. 8시 20분쯤 들어가서 10시가 다 되어 의사를 만나고, 11시쯤 다시 와서 코티솔을 준다더니, 20분이나 걸러 약을 만들어왔다. 그걸 먹고 한두 시간 지켜보자 해서, 1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아주 조금 가라앉고, 아주 조금 간지럼이 줄어들었단다. 더 기다리면 노래수업도 못 갈 것 같아서 그냥 의사에게 말하고 나오니 이미 12시 40분이 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지 같은 스웨덴 의료시스템. 아무튼 늦었지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도 헐레벌떡 수업에 갔다.
수업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먼저 기지개도 켜고 어깨도 으쓱하며 몸을 풀고는 발성연습을 시작했다. 발성연습에서 새롭게 추가된 건 스타카토처럼 끊어서 소리 내는 것. 예를 들면 기존에 스~~~~~~이렇게 소리를 냈다면 이번엔 슷 슷 슷 슷처럼 끊어가며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자동적으로 윗 배를 사용하게 되는데 플루트 할 때도 꼭 필요한 근육이라 평소에도 연습하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두 손을 겹쳐서 쇄골에 올린 뒤에 노래를 불러보았다. 차이가 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는데, 집에서 해보니 그렇게 손을 올리고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살짝 커지고 단단해지는 느낌이 난다.
그 뒤에는 시작음을 1로 잡고 12121 123321 1234321 123451432 1358531에 맞춰 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연습을 했다. 만약 도로 시작한다면 도레도레도 도레미미레도 도레미파미레도 도레미파솔파미레 도미솔도솔미도를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반음씩 올라가며 발성 연습을 했다. 이때 조금 어려운 게 마지막 도미솔도솔미도 부분이다. 중간 도가 한옥타브가 높기 때문에 시작음이 올라가면 점점 더 내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높은 도를 낼 때 무릎을 굽히며 몸을 앞으로 숙이란다. 그렇게 하면 자동적으로 배에 힘이 들어가서 높은음을 내기 쉬워서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선 2주 차에 배웠던 라비라비라로 시작하는 노래를 복습하고 river song을 마저 배웠다. 각 성부의 음을 불러주고 따라 하는 방식이었는데, 중간에 오선지에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그린 뒤 음 사이의 간격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음악 이론에서 배운 interval을 복습하는 셈. 그러더니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는 한쪽은 도를 내고 있으면 다른 쪽은 도레—해서 도와 레가 함께 소리 나는 걸 듣게 했다. 그다음에는 한쪽은 계속 도를 부르고 있으면 다른 한쪽이 도레미-불러서 도와 미가 함께 소리 나는 걸 듣게 했다. 오선지로 보거나 피아노로만 듣던 음정(interval)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듣게 하는 독특한 교육법이었다. 그렇게 한 뒤에는 세 그룹으로 나눠서. 한쪽은 도, 다른 쪽은 도레미-, 마지막은 도레미파솔-을 부르게 했다. 결국 각 그룹이 도, 미, 솔(으뜸화음)을 부르는 건데, 굳이 도부터 시작해서 차례차례 올라가 미나 솔을 찾게 만들었다. 따로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아직 음감이 없는 학생들에게 바로 미나 솔을 부르라고 하면 정확한 음을 부르기 힘든데, 도부터 차례대로 도레미파솔 하고 올라오면 훨씬 정확한 음을 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악보를 보고 음을 읽어보면 음 간격이 클 때 특히 음을 정확하게 내기 힘들다. 이럴 때는 마음속으로 도레미파솔 하고 차례차례 소리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부르다 보니 젤 긴 곡인 river song도 끝이 났다. 학교 지하에 있는 책에 있는 노래 중에 한 개만 빼고 다 배운 셈이다. 수업 자체는 1월 초까지 하는 수업이지만, 노래 수업은 3번밖에 안 남았다. 수업이 끝나고 다음 중 10월 18일 날 공연시험까지 하면 이번 학기 노래는 끝이라 유쾌한 두 교수님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