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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발성 연습 그리고 작업기억력 높이는 방법

10월 첫번째 수업들

by 노랑연두

내가 듣는 기초 음악 이론과 실습 안에는 다양한 수업이 있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끝나는 노래 수업은 아래처럼 9월에 시작해서 10월 중순까지만 한다. 다음 주 수요일에 두 명의 교수가 함께 마지막 수업을 하고 그다음 주에 평가 겸 콘서트를 한다. 따로 성적을 주지 않고 통과 또는 실패만 있는 과목이라 크게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기왕 하는 마무리 공연인 만큼 완성도를 높이고픈 욕심이 있긴 하다. 그건 교수님도 마찬가지인지 마리에 교수도 마지막 연습 전에 최대한 맞춰보려 바빴다.


그래도 워밍업은 빠질 수 없다. 기지개로 긴장된 근육을 풀고 난 뒤 발성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 시간에 새롭게 추가된 건 rrrrrrr! 혀를 진동시키며 소리 내면서 자연스럽게 힘을 뺄 수 있게 도와준다. 챗지피티에서 찾아보니, 아래처럼 성대 부담 완화 & 워밍업 효과가 있다고 한다.

• Rrrrrrr 트릴은 공기가 자유롭게 흐르기 때문에 성대를 과도하게 닫지 않고 진동시킬 수 있습니다.

• 즉, 성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목소리를 ‘부드럽게 깨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주로 river song 연습을 했다. 곡이 길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파트들이 돌아가며 멜로디를 맡기도 하고 화음을 넣기도 해서 복잡했던 것. 그리고 중간에 한 소절씩 부르는 솔로파트가 있는데 두 명의 솔로이스트가 있단다. 지원할 사람은 끝나면 알려달라기에 용기를 내어 지원해 봤다.


수업이 조금 빨리 끝나서 공강시간에 1시간 반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같이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매번 같은 사람들과 있어서 그런지 할 말도 많이 없고, 스웨덴어로 대화하는 게 피곤해져서 연습실을 예약했다. 혹시 같이 할 사람 있으면 여기로 와라고 말하고 혼자 연습실로 향했다. 디지털 피아노를 켜고 좀 전에 배웠던 river song의 악보에 그려진 반주도 쳐보고, 다른 연습곡 vara ingenting 악보 위에 적힌 코드를 보고 코드를 잡아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수업시간이 되어서 강의실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왠지 스몰토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시작시간에 딱 맞춰 들어갔다. 때마침 이번 수업은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스터디테크닉 수업이었다. 스웨덴어로 음악수업을 듣고 다른 학생들과 얘기도 하며 스웨덴어 실력을 늘려야지 했지만, 실상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일단 지난 시간 숙제였던 다큐멘터리 3편 보고 각 편에서 인상 깊은 내용 1-2가지와 활용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웨덴 배울 때 토론하라고 하면 늘 빈약한 표현에 부끄러웠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더 멋지게 말하고 싶은데 실상은 몇 가지 기본 동사들을 돌려가며 쓰는 수준. 항상 붙어 있는 아스트리드와 카린은 거지 같은 내 스웨덴어에도 익숙해졌는데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는데, 같은 조가 된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은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신다. 되묻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더 잘 알아들으려는 의지 같아서 고맙기도 하다.


내용을 잘 정리해서 교실 내 공유한 뒤, 남부 사투리가 심하다는 교수님이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다행히 powerpoint가 있어서 눈으로 볼 수가 있었는데 내용 자체는 수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작업기억에 대한 설명을 했다. 단기 기억이라고도 불리는데, 제한된 용량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7개 더하기 빼기 2개의 내용만을 기억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 더 많이 들어오면 기억을 못 하게 된다. 이런 용량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며, 단기기억력이 떨어지면 지시를 따르거나, 집중하기가 힘들며 수학을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이때 지시를 짧게 하거나, 기억할 수 있도록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도움이 된다. 또한 연습을 통해서 늘릴 수 있는데, 악기 연주도 좋은 방법 중 하나란다. 기억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게 바로 잠이다. 6-7살은 10~11시간, 12-18살은 8~9시간의 잠이 필요하다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자는 사람이 있긴 할까? 일단 7살, 9살 난 우리 아이들은 9시 반정도에 잠자리에 들어 7시에 일어나서 충분히 많이 잔다고 생각하는데도 고작 9시간 반을 자는 셈이긴 하다. 아무튼 잘 자려면 낮에 충분히 빛을 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신체활동을 충분히 하되 자기 2시간 전에 하고, 잘 때는 휴대폰을 떨어뜨려서 충분히 어둡게 만들어 멜라토닌 합성을 늘려야 한단다. 다 알지만 지키기 힘든 조건들이다. 또한 어린이의 단기기억은 어른만큼 크지 않지만 어린 시절 내내 크게 증가한다. 그중에서도 6세에서 7세 사이에 단기기억용량의 20%가 증가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둘째가 7살. 작년과 올해까지가 그 시기였던 거 같은데, 늦었지만 좀 더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지.


그리고 pausdans(쉬는 춤?)를 했다.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뭔가 싶겠지만, 움직이는 게 뇌를 깨워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단다. 지난 시간부터 교수님이 가져온 말랑한 고무 방석을 앉은 채 엉덩이를 움직이는 게 집중력을 높이는 것도 같은 이유란다. 단 허리에는 힘을 주고 엉덩이를 살짝살짝 움직여한단다. 근데 그렇게 움직이면서 공부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집중 못 한다고 혼날 거 같은 느낌이라 필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 정도로 적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이렇게 수요일 수업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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