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노래 수업은 끝
이번 수요일에는 마지막 노래 수업이 있었다. 처음으로 마리아와 샬롯이 함께 수업을 했다. 작고 통통하고 유쾌한 두 선생님은 생긴 건 다르지만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걸 본인들도 아는지, 나란히 서서 수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쌍둥이는 아니라며 농담을 던진다.
늘 그렇듯 수업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는 이제까지 배웠던 다양한 발성법들로 소리를 내본다. 한 발을 들고 두 손을 맞잡고 위로 올려서 균형을 잡으면서 ‘S‘, ‘F‘ 내기, 복근을 쓰면서 ‘웁웁웁웁‘ 소리 내기, ”I’m gonna have a great day(도-미-솔-도-솔-미-도)“를 반음씩 높여가며 강의실 돌아다니기 등등.
이번 시간에는 모든 곡을 연습해야 하므로 스케줄이 빡빡했다. 선생님들도 돌아가면서 담당한 노래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분은 반주를 해주셨는데 상대방의 곡은 잘 모르시는지 처음에는 악보를 처음 보는 것처럼 버벅거리시더라. 곡은 모두 여섯 곡, Jag går i tusen tankar, Riversong, Kom!, Regnbågen, Wagol, Vara ingenting이다. 이 중에서 솔로가 있는 곡은 riversong과 Regnbågen이다. regnbågen의 솔로는 지난 금요일 수업시간에 정했던 터. 나를 포함한 솔로 세명을 앞으로 나오게 시켜서, 선생님과 함께 불렀다. 처음이라 그런 건지, 혼자 불러서 그런 건지 내 앞에 부르던 아이들이 쭈뼛거리는 느낌이라 솔로보다 선생님의 노랫소리가 더 크다. 나라도 잘하자 싶어서 조금 부끄러운 맘을 누르고 목청껏 불렀다.
다음 곡은 수요일 수업이 끝나고 찾아가 솔로를 지원했던 riversong. 그런데 나말고는 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보다. 다 같이 부르다가 솔로 부분이 나오니 그제야 솔로할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남자에서 대충 두 명을 뽑았고, 나를 빼고 여자 한 명을 더 뽑아야 해서 알토부터 쳐다보는데 다들 손사래를 친다. 결국 젤 끝에 서있던 소프라노하는 아이가 간택되었다. 눈이 똥그레져서 ‘왜 내가?‘라는 표정을 짓지만 선생님이 못 본 건지, 결국 앞으로 나왔다. 솔로를 부르러 앞으로 나올 때마다 못마땅해하는 걸 보니, 내가 솔로한다고 한 게 다른 학생들이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준 건가보다. 욕심부린 것같아 편치않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외에 다른 곡들도 모두 연습을 했다. 따로 연습을 안 한 곡들은 아직 가사가 입에 붙지 않아서 오선지를 보다 보면 가사를 자꾸 틀리게 된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피아노로 멜로디를 쳐가며 연습을 해서 음과 가사를 익혀야 할 듯하다.
이번 주 수요일은 딱 노래수업뿐, 수업이 끝나고는 kmh 다니는 한국 동생이 미국으로 이사가기 전에 얼굴을 봤다. 혹시 같이 악기라도 할까 싶어 플루트를 가지고 왔는데 또 다른 약속이 있단다.악기를 가져온 김에 혼자 연습실에 가서 악기 연습을 했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노래는 십여 년 전에 같이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 하던 언니한테 받은 “카르멘 판타지”이다. 비제의 카르멘에 나온 익숙한 멜로디들을 이용해 보레가 플루트 협주곡을 만든 것인데 노래가 참 좋다. 그때 언니가 연습하는 걸 듣고 악보를 달래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어려워서 하는 둥 마는둥하다가 최근에 제대로 악보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일단 조금 연습한 부분부터 메트로놈 틀어놓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흔히 악기 연습할 때 하기 쉬운 실수가 잘되는 부분은 빨리하고 안 되는 부분에서 느려지거나 틀려서 다시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습하면 틀리는 부분은 아무리 연습해도 계속 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 되는 부분만 반복해서 연습해서 손가락이 돌아가게 한 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느린 속도부터 연습해서 메트로놈의 속도를 2나 3씩 올려가며 연습하는 게 정석이다. 마음은 포르셰인데 내 손가락은 모닝인지라, 모닝 속도에 맞춰서 찬찬히 연습을 하다 보니 애들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수요일 음악시간도 끝.
https://youtu.be/2BAnTqN8bQQ?si=16v4-JAoDYf8p5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