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어는 언제쯤 익숙해질 것인가
늘 금요일에는 청음과 음악 이론을 하는데 노래 수업 끝날 때가 되어서 그런지 지난 금요일에는 청음 대신 노래 수업이 있었다. 이번에는 샬롯이 단독으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었다. 늘 그렇듯 시작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발성 연습을 했다. 새롭게 추가된 건 낮은음을 낼 때는 목을 위아래로 누르지 말고 옆으로 넓혀서 내라는 것 정도였다.
그러고 나서는 샬롯이 담당하는 세 개의 노래를 시작했다. 여기서 제일 까다로운 곡이 jag går i tusen tankar이다. 멜로디가 파트별로 돌아가면서 있고 다른 리듬의 화음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음정 집기가 힘들다. 가사도 파트마다 다른 것도 있어서 어떤 가사를 읽어야 하는지도 헷갈린다. 늘 기본은 윗줄에서 음표 꼬리가 위로 위쪽을 향한 게 소프라노인데, 하도 왔다 갔다 해서 집에서 형광펜과 색연필로 칠해놨다. 거기에 c.b.ch라고 써져 있으면 ‘아‘또는 ’오‘로 불러야 한다고 해서 그것도 같이 표시해놓았다.
참 신기한 게 그냥 계이름으로 부르면 맞는 음정도 가사를 붙이면 음정이 이상해지고, 그냥 혼자 노래를 부르면 맞는 것도 같이 부르면 헷갈린다. 결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해 보는 게 해결책인듯하여 쉬는 시간에 혼자 헷갈리는 부분을 부르고 있었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은 말린 이 내 음정이 정확한 것 같다며 자기가 따라 할 테니 같이 연습하잔다. 혼자 할 때는 맞는 것 같던 음정이 옆에서 틀리게 부르니 무너진다. 몇 번이고 반복하니 말린도 음정이 점점 맞아져 간다. 그걸 지켜보던 교수가 한마디 거든다.
“jättefint! 정말 멋져”
그리고 regnbågen(무지개)라는 곡을 연습했다. 연주 때 세 부분으로 나눠서 세명의 솔로가 각 부분을 부르겠다나. 첫 번째 부분을 한 남자애에게 시키고는 나머지 할 사람을 물었다. ett hav로 시작하는 세 번째 부분이 좋아하는 부분이라 손을 들었다.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이 없으니 대단히 잘하는 노래가 아니어도 솔로를 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 지난 시간에도 솔로를 하겠다고 손들고 이번에도 손들어서 좀 나대나 싶기도 했지만, 뭐 너도나도 다 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니 욕심을 내본다.
시간이 지나면 스웨덴어가 익숙해질 거라는 기대와 달리 점점 대화를 피하게 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으레 수다를 떨곤 했는데 할 얘기도 없고 스웨덴어도 알아듣기 힘들어서 자꾸 도망가고 싶다. 그나마 이번에는 학교도서관에 가자 해서 컴퓨터 앞으로 피신했다. 다 빌렸는지 다시 교실 근처로 향했는데 못 알아듣고 멀뚱히 있는 게 싫어서 교실로 쏙 들어가 피아노를 쳤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다니엘이 들어온다. 자꾸 틀려서 계속 피아노 치기가 민망한데 아니면 스웨덴어를 얘기를 해야 하니 그냥 피아노를 쳤다. 말을 안 하면 더 못 하게 돼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음악이론 시간은 늘 그렇듯 숙제 검사로 시작했다. 한상 그렇듯 이번에도 틀린 답이 있었다. 늘 틀린 답 찾기로 변질되어 가는 숙제시간….. 그러고 나서 또 음 간격(음정 interval)을 배웠다. 지지난 시간에는 두 개의 음표 사이의 간격만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샵이나 플랫 같은 임시표가 붙었을 때 음 간격을 알아보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1. 두음을 기준으로 음이 몇 개인지 센다.
예) 레 파면 레미 파이므로 3도(ters)
2. 그 사이에 반음이 껴있는지 확인한다
예) 레파면 미와 파사이가 반음이므로 단3도(L3)
3. 임시표를 넣어서 확인한다
예) 레파#이므로 파보다 반음 올라가니 간격이 커지므로 장3도(S3)
그러고 나서 숙제를 내줬는데 방금 한 것 그대로 따라 하며 음 간격을 찾는 문제 그리고 곡을 보고 화성 분석하고 연주하는 과제였다. 심지어 이번에는 악보가 두 개! 원래라면 당연히 도솔미솔 도파라파 시솔레솔 같은 기본 3 코드만 가지고 화음을 넣을 텐데, 멜로디 음이 들어가는 다양한 화음들을 쳐보며 시험해 보란다. 그러면서 반짝반짝 작은 별을 가지고 시범을 보여줬다. “도도”부분에 도미솔(C major) 말고도 들어갈 수 있는 다른 화음들을 말해보란다. 파라도(F major)뿐 아니라 라도미(A minor)나 레파라도(Dminor7) 같은 화음에도 도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단다. 그러면서 도도 솔솔 부분에 라도미 Am-미솔시Em로 단조 화음으로 반주를 해서 멜로디를 연주해 주신다. 같은 멜로디에 반주만 장조에서 단조로 바뀌었는데도 반짝반짝 빛나던 별이 슬프게 아른아른 빛나는 것 같다.
화음만 배우면 그저 지식일 뿐인데 이렇게 실제로 반주를 넣어 활용하면 음악이 되니 참 좋다. 마치 수학으로 치면 응용문제 같아서 이렇게 배우면 어떤 멜로디에도 반주를 만들어 넣을 수 있는 힘이 생길 듯하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두 개 멜로디의 화성을 분석하고 반주를 만들어서 연주하거나 노래를 불러야 한다. 윗곡만 해봤는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레벨 업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