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편 11. 회사 끝나고 5시간 강의 듣기

첩첩산중 급기야 단 둘이 남은 조모임까지

by 노랑연두

금요일은 강의가 4시 15분부터 10시까지 강의가 5시간 동안 있던 날이었다.


지금 회사가 금요일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권장하고 있어서 아침 8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수업을 듣기 위해 반반 차를 내서 3시까지 일하는 거였지만, 해야 하는 일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수업 직전까지 일을 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수업을 듣는데..

영어로 1시간이 넘어가니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고 집중도 안 되고 너무 힘든 게 아닌가.

듣는내내 너무 힘들었던 3시간짜리 강의


전략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배웠다.

늘 답답해하던 우리 회사의 전략. 그런데 다른 회사도 똑같았나보다. 열심히 정한 전략 눈꼽만치 남고 나머지는 다 임기웅변으로 채우는게.


그래도 처음에 신기해하며 듣긴 했다. 계획된 전략과 긴급 전략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열심히 전략을 만들고 그중에서 신중하게 전략을 골라서 하지만 실제 전략은 갑자기 들어오는 산발적인 응급 전략들이 합해져서 만들어진다는 것.

사실 입사 초기, 내년도 전략을 정해도 어차피 지켜지는 게 별로 없고 그때그때 떨어지는 의사결정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회사생활을 좀 한 다음에는 어차피 제대로 안 지킬 거니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기는 왜 그렇게 밖에 못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강의를 들어며 '회사는 원래 다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데 급급하는 게 당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은 필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달까.


하지만 수업이 너무 길고 밖에서 아이들은 떠드니 집중이 안 돼서 나중에는 멘털이 나갈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스웨덴 점심시간 한국시간 저녁 7시-8시까지 부족한 잠도 채우고 정신도 추스를 겸 불을 끄고 누웠다.


8시 15분 또다시 시작된 수업. 이번에는 agile이라는 project management 방법을 배웠다.


남편이 스웨덴 회사로 이직한 이후 참 많이 들었던 방식인데, 먼저 2-4주 간격으로 scrum을 운영하며 그 기간 동안 어떤 일할지 정한다. 그 일들의 현재 상황을 그림과 같은 스크럼 보드에 시작, 진행, 마침 칸에 업데이트해서 붙여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스크럼이 끝나면 하기로 했던 일들의 진행 여부를 체크하고 다음 스크럼에 할 일을 다시 정한다.


이 방식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경영방식인데, 그때그때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면서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렵사리 총 5시간 강의를 끝냈다.

그리고 금요일까지 내야 하는 조 계약서를 무사히 제출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조가 결국 가장 시니컬하고 말없는 스웨덴 애만 남기고 다 떠났다는 것. 인도계 스웨덴 애마저 다른 과정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는지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는 말과 함께 채팅 방응 떠나버렸다.


처음에는 맛이라도 보겠다고 시작한 수업이었다. 하지만 조모임 때문에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이번 period라도 최선을 다해야지 했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는지 자꾸 사람들이 사라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스웨덴이나 EU 학생들은 학비가 무료라 조금 적성이 안 맞다 깊으면 바로 그만두고 다른 걸 시작하더니 그래서 그런 건지. 그래서 초반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더니 진짜 그런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참 난감하다.


과연 대화가 뚝뚝 끊기는 Martin와 단둘이 남은 2개의 과제를 잘 해낼 수 있을는지.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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