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4시 15분부터 수업이 있었다. 퇴근시간은 5시. 다른 때 같았으면 짧은 휴가를 썼을 텐데, 외근이라 휴가를 쓸 수가 없었다.
촬영은 4시 40분이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그 사이에 시작한 수업에는 일단 접속만 해놓았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 택시 안에서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전송된 카톡.
'시안 보셨나요? 내일 교정보고 마감이라서 수정사항 많으시면 지금 주셔야 하는데.'
결국 가는 택시 안에서 노트북을 펼쳐서 수정사항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교수님의 설명이 흘러나왔지만, 들리지 않았다. 시작한 지 40분 만에 수정 시안을 보내고 고개를 들어 얼마만큼 왔는지 보는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멀미를 전혀 안 하는 체질이지만, 택시에서 노트북 작업은 무리였나 보다.
강의를 들으며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둘째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울렁거리는 속 탓에 누워서 강의를 듣는데, 3시간이었던 강의가 2시간 남짓 만에 끝나버렸다. 수요일 3시간 금요일 2시간이었던 강의가 수요일 2시간 금요일 3시간으로 바뀌었단다.
어느새 도착한 남편. 둘째는 오는 길에 할머니 댁으로 새고, 집에 있던 첫째마저 조카와 놀라고 보내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불편한 명치를 쓰다듬으며, 제대로 못 들었던 오늘의 강의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수요일 강의 주제는 마케팅.
'산업전략과 조직' 이 수업은 경영학과에서 4년 동안 배울 내용을 한 번에 다 훑으려나 보다. 한 학기 짜리 마케팅 내용을 2시간 만에 다 배우니 말이다.
심지어 아직도 끝까지 보지 못한 월요일 수업은 회계 1탄이었고, 금요일 수업의 주제는 구매다.
파워포인트를 읽으며 못 들은 수업 내용을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는데 화기애애한 '프로젝트 경영' 조모임의 채팅방이 계속 울리기 시작한다. 월요일에 했던 회계 수업의 과제에 관한 대화였다. 회사 하나를 골라서 연간 회계보고서를 보고 수업에 나왔던 회계 개념들을 적용해서 답하는 과제인데, 까다로우니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거란다.
부랴부랴 회사를 정해서 리스트에 올리고, 과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했다.
올려져 있던 참고자료
106짜리 ppt포인트 스크립트와 회계 계산용 엑셀, 예제로 쓰는 두 회사의 연간보고서와 그리고 또 백 페이지 가까이 되는 예제문제와 풀이까지.
회계 부분 강의시간은 다 합하면 10시간이나 되려나. 그 시간 동안에 얼마나 많이 가르치려고 92페이지짜리 연습문제를 주는 걸까.
92page짜리 연습문제의 위엄.
스웨덴 대학원이 원래 이런 건지, 이 학교가 그런 건지, 이 과정이 이런 건지. 아무튼 빡세다 빡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