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시작한 가을 학기 period 1이 8주 만에 마무리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Industrial management and innovations이라는 석사과정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산업공학' 또는 '경영과학'의 느낌이 전공이다. 쉽게 생각하면 이과 출신들이 배우는 경영 석사이다.
스웨덴 대학원이 다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다니는 웁살라대학이 그런 건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해서 그런 건지. 첫 period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고 정신없었는지, Period1을 끝낸 기념으로 정리를 해볼까 한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원 과정의 특징
1. 고정된 시간표가 없다
모든 혼란을 만든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수강 신청을 할 때 너무 당연하게도 각 수업의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다. 3학점 수업의 월수금 10시-11시라던지, 월요일 1시-4시라던지 말이다. 전공과 교양을 적절히 믹스하고 공강과 점심시간 등을 고려해서 시간표를 짰던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고정된 수업시간이 없다.
처음에 너무 당황했던 포인트가 바로 이것. 매주 수업 시간과 요일이 다르다. 강의안을 보면 수업을 2시간씩 한주에 세 번씩 하는 주도 있고. 8시간 연속 세미나가 잡혀있는 날도 있다.
시간표.정신이 하나도 없다
고정된 시간이 없으니, 매일 수업의 유무와 시간을 체크하지 않으면 결석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매번 접속하는 zoom링크도 다르니 하루에도 몇 번씩 학생포털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구글 앱용 시간표를 다운로드하여서 매일 확인하고 있다. 매번 달라지는 zoom링크는 석사 과정 채팅방의 도움을톡톡히 받곤 했다.
매일 일정과 zoom링크, 과제를 공유하며 도움을 받는 이 채팅방이 없었다면 정말 진작에 포기했을 것만 같다.
2. 한 과목을 가장한 4과목
Period 1에 들은 수업은 크게 두 개. 10 credit짜리 '산업 전략과 조직(Industrial strategy and organization, 이하 ISO)과 5 credit짜리 산업 프로젝트 경영(industrial project management, 이하 IPM)였다.
Credit은 한국의 학점과 비슷한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1 크레디트를 0.6학점로 환산된다. period 1에 모두 15 크레디트를 들었는데 0.6을 곱하면 9학점 정도. 하지만 이걸 반학기 만에 들었으니 18학점 듣는 셈이다.
ISO
그런데 문제는 ISO가 4명의 교수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이었다. 4명의 교수가 각기 다른 걸 가르치는 데다가 처음 웁살라 대학에 온 학생을 위한 소개 세미나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어서 더 정신이 없었다. 교수별로 한 일을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Ase: 학과장이자 이 과정의 총책임교수.
-수업내용: 산업조직에 관해 강의하고 각종 세미나 등을 관리했다. 예를 들면 학교 도서관 소개 세미나, 학술 작문 관련 세미나, 평등 관련 세미나, 문화적 차이 관련 세미나 등의 초대 세미나 등이 있었다.
-과제, 발표 및 시험:group contract(조모임 규칙 계약서), self reflection(조모임 관련해서 나의 역할, 그룹 내 상황을 서술하는 보고서) 2번, 선택한 회사의 3개년 전략보고서 제출 및 발표를 시켰다.Home exam에서 한 문항은 그녀의 몫이었다.
2.Anrico: 산업조직, 전략, 마케팅, 구매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유일하게 과제가 없었던 교수이다.
-과제, 발표 및 시험:대신 하루 동안 진행했던 home exam의 3개 문항 중 두 개가 그의 수업내용에서 나왔다.(나머지 하나는 Ase가 냄)
3. Jens: 회계 관련 내용을 담당했다
-수업내용: 원가 계산, 수익성 분석 등을 알려줬다.
-과제, 발표 및 시험: 지정한 회사의 연례보고서 등을 이용해서 매주 수업과 관련된 질문에 300 단어 이내로 답하는 continuous question가 4개 있었다. 한번 내고 나면 피드백 없이 채점만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답을 하면 코멘트와 함께 수정 요청을 하는 게 독특했다. 통과할 때까지 계속 고치고, 그 4개의 답을 합해서 peer-review를 진행한다. 2명의 동료부터 자신의 답변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 나 또한 2명의 답변을 읽고 평가를 해줬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보완하여 최종보고서를 작성했다.
4.Serdar: 마이크로 시뮬레이션을 담당했다.
-수업 내용: 마이크로 시뮬레이션은 6분기 동안 진행되는 전략 게임이다. 우리의 주제는 '탄소 자전거'였고, 제품 개발, 생산, 매장 오픈 및 판매, 마케팅, 회계, 인력관리까지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분기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각 분기마다 정해진 기안까지 의사 결정을 해서 6분기 제출. (이거 하느라 밤새우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있었으니 괜찮다)
6분기를 마치고 그 과정을 ppt 만들어서 발표, 다른 팀 발표에 대한 peer-review 올리기, 조별 보고서 쓰기, 개인별 보고서 쓰기까지 꽤나 많은 걸 시켰다.
IPM
이에 비해서 5 credit 짜리 수업인 IPM는 상대적으로 정돈된 느낌이었다. 수업을 듣고 과제로 주어진 회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프로젝트 진행단계에 따라 3번의 보고서를 냈고, 각각에 대해 3번의세미나를 통해 내용을 발표하고 다른 조와 의견을 나누고 교수 또는 대학원생의 피드백을 받는 식이었다.그리고 4지선다형 시험으로 마무리되었다.
3. 조모임
학부시절, 전공인 화학에 조모임 같은 게 있을 리가 만무했지만, 부전공이었던 심리학이나 교직이수 과목들에는 꽤 조모임이 많았다. 졸업한 지 벌써 15년이나 지났지만, 조를 짜주면 조원끼리 만나서 과제 준비하고 발표하고 보고서를 내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산업경영과 혁신 석사과정의 모든 수업에는 조모임이 있어도 이미 학부에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자체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그리고 영어를 써야 한다는 건 좀 다른 이야기였다.
만나서 영어를 해도 잘 못 알아듣는 외국인들끼리 zoom으로 화상회의를 한다는 건 처음에는 매우 힘들고 낯선 일이었다. 게다가 모두들 이 석사과정이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ISO 조모임의 경우, 첫 zoom모임 때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를 알아차리는데만 거의 4시간을 썼더랬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그렇듯, 시간이 흘러가면서 결국 우린 방법을 찾았고 곧 익숙해졌다. 돌아가면서 본인의 노트북 화면을 공유하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구글 doc이나 구글 ppt에서 문서를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방법으로 비대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4. 통과를 위한 끝이 없는 피드백
기본적으로 스웨덴 교육의 특징인 건지 통과를 시키는 것에 포커스 된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시험이든 과제든 하고 나면 성적을 받는 게 끝이고 잘 하든 못 하든 그건 학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웨덴은 자신의 과정을 들은 학생이 그 내용을 숙지하고 체화하도록 만드는 게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듯하다. 그래서인지 시험이든 과제든 하고 나면 성적과 함께 피드백을 준다. 보고서의 내용이 통과하기에 부족한 경우,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보고서를 내라고 하기도 하고, 시험을 못 본 경우에는 보충 과제를 줘서라도 과정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든다. 다행히 나에게는 나머지 과제는 없었다.
성적
이제 period 1가 끝난 지도 벌써 3주째이다.
먼저 IPM는 5점 만점에 4점을 받고 마무리가 되었다. 시험+과제&세미나의 조합으로 최종 점수를 정하는데 시험이 28문제 중 20개를 맞춰서 점수가 4점이어서인지 최종 점수 또한 4점이었다.(5점 만점이며 3점부터 패스이다)
ISO는 아직도 집계 중.
Home exam은 60점 만점에 49점이었고, 3개년 계획은 pass with distinct, Jens의 끝없이 돌아오던 질문들에 대한 최종보고서는 5점 만점에 4점이었다. 아직 Serdar의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관련 피드백이 오지 않은 상태라 최종 성적이 책정되진 않았지만 전체 점수는 4점일 것 같은 느낌이긴 하다.
이렇게 period1이 마무리가 되었다. 우왕좌왕하며 정신없는 시간이었지만, 영어로 하는 학위 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지울 수 있었고, 좋은 조모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ISO조모임의 경우 한 번도 얼굴은 못 봤지만, period 2 과목들도 같은 조를 하기로 했을 정도로 끈끈해졌다. 나만 빼고 이제 다들 웁살라로 도착해서 얼굴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