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만든 혈기 왕성한 지구의 시간

by 노을



아이슬란드가 형성된 것은 1천8백만 년에서 1천6백만 년 전으로, 지질학적으로 매우 어린 축에 속한다. 비교하자면 한반도는 5억 4천만 년 전부터 형성된 오래되고 안정된 땅이다. 아이슬란드는 대서양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길이 15,000km의 거대한 해저 산맥 대서양중앙해령Mid-Atlantic Ridge의 일부이자, 가장 파괴적인 화산 활동을 야기하는 열점Hotspot 위에 있다. 해저 화산의 분화로 수면 위로 솟아올라 섬이 되었으며,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지질 활동이 활발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이슬란드의 지질 활동이 뜻밖에도 내게 영향을 미친 것은 2010년 4월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Eyjafjallajökull 화산의 분화였다. 세계의 디자이너와 업계 종사자들이 집결하는 밀라노 디자인 페어 막바지에 폭발한 이 화산은 온 유럽 상공에 화산재를 퍼뜨린 탓에 항공이 마비되어, 출장길에 고립된 사람들 사이에선 대혼돈이 일어났었다. 침침한 호텔방을 간신히 잡아 속사포 같은 이태리어로 방송되는 뉴스를 애태우며 지켜보았다.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의 화산이 폭발했다는 곳이 하필 또 얼음 나라Ice-land라니, 나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이것이 불과 얼음의 나라라 불리는 아이슬란드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화산이 폭발하는 얼음의 나라를 이토록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대서양중앙해령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로, 지각의 틈에서 마그마가 새어 나오며 두 판을 밀어내는 통에 아이슬란드 국토는 매년 3cm가량 동서로 넓어지고 있다. 국토 중심부에 분포한 30여 개의 활화산은 번갈아 폭발하고 지진도 수시로 일어난다. 한편 미처 녹지 못하고 계속해 쌓여 압축된 눈은 빙하가 되어 국가 전체 면적의 10% 이상을 덮고 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는 계곡을 깎으며 하루에도 몇 미터씩 흐르고, 녹은 물은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고, 깎여 나온 바위와 돌 부스러기는 계곡 옆이나 하구로 굴러와 쌓인다. ‘불과 얼음의 나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화산 위를 빙하가 덮고 있는 지역도 있어, 화산이 분화하는 동시에 열기 때문에 빙하가 녹아 대홍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화산의 분화나 지진과 같은 격렬한 지질 활동,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침식과 퇴적,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구름과 무지개와 눈보라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십여 분마다 수십 미터 높이로 끓는 온천수를 뿜어 올리는 간헐천Geysir, 분기공에서 증기가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뜨거운 땅은 언제라도 몸을 뒤틀 수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Geysir © 이노을



2017년 9월, 첫 번째 아이슬란드 여행은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실체를 마주하며 시작되었다. 정지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지면까지 단숨에 내리 꽂힌 미끈한 산비탈을 타고 넘는다. 난간 따위 없는 아슬아슬한 해안 도로 너머로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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