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쇼핑 핫스팟
어업은 아이슬란드를 지탱하는 산업이다. 깨끗하고 차가운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피와 살이 되어 왔다. 어업 관련 수출은 국가 전체 수출 규모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생선과 전기를 뺀 나머지는 죄다 수입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아이슬란드에서도 북쪽 끝, 이사피요르두르에 자리 잡은 웨스트피요르드유니버시티센터에는 해양 생태와 관련 산업, 연안 관리 분야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며 공부하려는 전 세계의 학생들이 모인다.
우리는 운 좋게도 고래 투어로 유명한 작은 마을 달빅Dalvík에서 혹등고래를 여럿 볼 수 있었다. 팬 서비스하는 삼인조 아이돌 그룹처럼 배 가까이로 다가와 나란히 점프하던 녀석들이 여전히 기억 속 수면 위를 슬로 모션으로 솟구친다. 하지만 꽁꽁 언 손으로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낚싯대를 담그자마자 낚이던 허벅지만 한 대구를, 배에서 내리자마자 버터와 허브를 발라 그릴에 구워 다 같이 먹었던 일이야말로 투어의 대미大尾, 대미大味였다. 대구라는 생선이 이런 맛이었던가?!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와 거기 뭐 먹을 게 있더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대구가 엄청 맛있다고 해 봐야, 대구가 맛있어 봤자지 하는 안쓰러운 표정이 돌아올 뿐이다.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나 역시 그런 대구는 처음 먹어봤으니까.
아이슬란드에서 쇼핑을 한다면 식료품점의 과일과 채소는 다소 실망스럽고 수입 공산품의 가격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하지만 생선 가게에 가면 탐스럽고 탱탱한 대구 살이며 혀와 간, 연어와 아귀와 늑대고기, 발효시켜 톡 쏘는 그린란드 상어까지 아이슬란드가 자랑스러워하는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장소인 피스크부드 스야우바르팡스Fiskbúð Sjávarfangs는 우리가 아이슬란드를 두 번째로 여행할 때 우연히 방문했던 곳인데, 이름 그대로 생선Fisk과 해산물Sjávarfangs을 파는 작은 가게búð다. 생선가게 바로 앞 항구에서는 어선들이 물고기를 내리고, 여름이면 크루즈선에서 마을 전체 인구의 두 배가 넘는 관광객이 쏟아져 내린다. 생선 가게에서는 싱싱한 생선 외에도 염색한 생선 가죽과 생선 가죽으로 만든 소품, 마치 물고기같이 생긴 아가미 뼈도 파는데, 벽에 걸린 사진들과 포스터와 펼쳐 말린 대구가 어우러진 풍경이 묘하게 아름다워서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그럴듯한 분위기로 공간을 꾸민 것이 아니라 물건마다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인의 손이 닿은 흔적이 역력했다.
이사피요르두르 토박이인 주인 카우리 요한손은 필렛으로 다듬어진 물고기에 관해 설명할 때면 꼭 벽에 걸린 포스터나 지도를 손으로 짚어가며 이야기하곤 했다. 이야기는 자주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산파였던 카우리의 증조할머니에게까지 이르렀다. 마을 사람들은 생선을 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쾌활하고 바지런한 카우리, 온화하고 상냥한 제니퍼 스미스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곳에 왔다. 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레지던시에 짐을 푼 지 삼일 만에 전시를 제안했고, 두 사람은 너무도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