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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Jan 29. 2023

린다의 비만

린다시리즈 괴물 웬디고

 새해 들어 살을 빼겠다는 말들을 한다. 새해에만 다짐하겠는가. 나는 365일 다이어트를 한다고 입에 달고 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계에 오르고 내리지만 몸무게는 줄지 않고 늘 익숙한 숫자에서 멈춘다. 비만이 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니 살을 빼는 이유도 있지만 잡지에서 본 모델처럼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젊은이들만 날씬한 몸매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이 불문하고 이유야 각자 다르겠지만 날씬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 비만하다는 것은 긍정보다 부정의 의미에 가깝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에둘러 얼굴 좋아졌거나 솔직하게 살이 찐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썩 좋지는 않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며 오늘부터 다이어트한다며 눈에 힘을 주고 말한다. 당장 저녁부터 살을 빼겠다고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꺼낸다. 그래도 작심삼일 넘길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작심삼일이 계속되면 된다고.      


 미국과 캐나다의 서해안과 오대호 지역 알곤킨 족 인디언 원주민들의 전설에 등장하는 웬디고라는 괴물이 있다. 괴상하고 악취를 풍기고 다니는데, 사람 같기도 하고 짐승 같다고 한다. 이 사람 저 사람 모습을 바꿀 수도 있다. 웬디고는 식탐, 탐욕, 과잉의 화신이기도 하다. 웬디고는 한 사람을 죽여 잡아먹는 것으로는 절대 만족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다닌다. 웬디고가 사람을 잡아먹으면 그때마다 잡아먹은 양만큼 몸집이 커지기 때문에 웬디고는 절대로 배가 부를 수 없고 식탐과 동시에 굶주림으로 인해 바싹 말랐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탐욕이 도가 지나친 인간이 웬디고가 된다고 했다.           


 명품을 좋아하는 지인이 얼마 전 새로 산 가방을 들고 나와 자랑을 한다. 명품을 사는 것을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사서 자기만족으로 들고 다니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과시로 사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주로 어디에 들고 다니냐고 물으니 정답을 말하듯 장례식과 결혼식이라 한다. 웃음이 났지만 꾹 참았다. 자신은 경조사에 가면 주위 사람들의 옷과 가방을 본다고. 뭐 그럴 수 있다. 관심이 그런 쪽에 많으니. 그런데 느닷없이 명품에 인격이라는 말을 한다. 명품가방을 안 들면 인격이 없고 손에 명품 가방을 쥐면 없던 인격도 생기는지. 혹시 보일 듯 말듯한 인격이 눈에 띄게 자라나는 것인지. 인격이 돈으로 살 수 있다니 너무 쉬운 것 아닌가. 과시의 틈새로 인디언의 괴물 웬디고가 보인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웬디고처럼 사도 사도 배고픈 과시욕.     


 몸이 너무 비만하면 위절제술을 받는다고 하는데 마음에 과시의 비만이 한계치를 넘어 선 사람은 어디를 절제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몸의 비만은 음식부터 바꾸면 되지만 마음의 비만을 없애줄 것은 어디에 있는가. 분명 냉장고에는 없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좋은 사람, 책, 사색에 있다는 것을. 몸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듯 마음의 건강을 위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어 몸이 건강해지듯 좋은 책과 사색은 마음이 건강해진다.      


 몸의 건강을 위해 살도 빼지만 마음의 건강을 위해 어디를 빼야 할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식탐이 비만을 부르듯 과시의 탐욕으로 먼 나라 괴물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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