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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친구란 이름을 부를 수 없을 때부터
난 이미 그와 나의 결론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 이전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해서, 오랜 시간 그와 나 사이에
친구란 벽을 단단히 세워 두었었고
그 벽이 허물어지면
그를 영영 볼 수 없을까봐
지금껏 그 벽을 잘 지탱해왔었습니다.
허나, 감정의 벽은 쉽사리 무너지는 법
한순간에 친구란 벽은 무너져 내리고
그 벽과 함께 그의 모습도 이제 볼 수가 없으니
그 벽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나를 채찍하며
오늘밤도 회한의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