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겨울 하늘을 날다

홀로 떠난 여행, 조금은 무모했던 소심한 도전

by 노이의 유럽일기

Dear Flyers,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네요. 바쁜 일상을 핑계 대기보다는,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조금 억눌려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할슈타트도 못 가고 끝낼 수는 없죠. 다시 여행을 떠나봅시다. :)



의외의 기쁨을 안겨주었던 장크트 볼프강을 빠져나와서 할슈타트로 향하던 길, 저는 한 가지 강렬한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었어요.




오스트리아의 하늘을 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조금 오래 걷기만 해도 추워서 핫팩을 주무르며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매는 이 날씨에 웬 하늘을 나냐구요?

그렇기 때문에 날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안할 것 같으니까.


같이 간 사람도 없는 이국 낯선 땅에서 행여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냐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데, 당시에는 그런 두려움이 들지 않을 만큼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마 혼자서 입에 거미줄을 치고 다니던 여행에 조금 지루해졌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러분 덕분에 오게 된 이 여행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전 잘츠부르크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한 패러글라이딩 업체에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을 할 때 비행시간을 고를 수 있었는데 일부러 석양을 보기 위해서 오후 4시 10분 스케줄로 예약을 했어요.



스크린샷 2017-01-04 오전 6.47.12.png 우측 하단의 검은 포인트가 패러글라이딩을 타는 지점




다음 날 오후, 혹시 나를 버리고 갈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에 30분 일찍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저를 픽업하기로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저는 결국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어요. 알고 봤더니, 저에게 메일로 전화로 왓츠앱으로 연락을 시도했는데 제가 오프라인 여행을 하느라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은 바람에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아 제가 안 오는 줄로 알고 있었던 거였죠. 전화를 했던 타이밍은 하필 배터리가 다 돼서 핸드폰이 저도 모르게 꺼져있던 상황. 이 상황을 몰랐던 저... 날은 춥지, 사람들은 안 나타나지, 주변은 휑 해서 구경할 것도 없지, 춥고 지치고 힘들어서 그냥 타지 말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어요. (결제 전이었거든요 하하)


혼자서만 이 여행을 계획하고 왔더라면 나는 이런 순간에 금방 포기하고 말았을 것 같아요.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합리화를 해가면서 말이죠. 이 여행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잖아요? 가격도 싼 편도 아니고, 여행 가서 비싼 돈 주고 하는 경험들이 기대 이하였을 때에 느껴지는 커다란 실망감을 다들 몇 번 겪어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If not now, when?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또 여길 찾아올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





이건 나 혼자 왔지만 혼자 온 여행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여러분들에게 이 경험을 같이 공유하고 싶다! 는 생각에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정말 5분만 더 기다려보자 하고 언 손을 녹이고 있는데, 'Flytandem Paragliding'이 적힌 승합차 한 대가 다가오더라구요. (올레!)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저는 드디어 산 정상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설렘은 이미 차를 타고 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시작되지요. 굽이 굽이 커브를 돌 때마다 펼쳐지는 산 아래의 장관! 하늘은 맑고, 구름도 적당했어요.



그렇게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조금은 제 기대와는 다른 곳이었어요. 아마 한국에서의 경험 때문이겠죠. 한국에서 갔던 곳은 패러글라이딩 업체가 운영하는 카페나, 대기 공간이나 패러글라이딩 업체의 시설들이 있었는데 오스트리아에서 제가 찾은 이 곳은 그런 시설은 전혀 없었어요. 버스 정류장과, 관제 타워 같은 것으로 보이는 건물 그리고 철조망 조금. 산 아래 장관을 즐기러 온 일반인들 몇 명. 정말 일상 속의 자연 그대로인 공간을 내달려서 산 아래로 날아오르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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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 조금 다가가 날씨와 바람을 보던 직원이 Bad news를 전합니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좋지 않아 지금은 비행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이었죠. 그러고 보니 하늘에는 더 이상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바람도 강한 편이었습니다. 사진 속에 제 뒤에 보이는 다른 패러글라이더도 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접고 있는 중이었어요.

여기서 취소할 것이냐, 아니면 내일 아침 다시 날아볼 것이냐의 선택지가 앞에 놓인 상황. 내일은 좋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혹시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으면 또 못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또 한 번 그만둬버리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지만, 한 번 더 참아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볼프강에서의 마지막 시간. 호텔 체크아웃과 함께 저는 다시 잘츠부르크로 향했습니다. 밤 중 너무 추웠는지 차에 성에가 끼는 탓에 출발이 좀 늦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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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45분,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저와 함께 날아줄 패러글라이더 분도 미리 와 계셨고 날씨도 바람도 'OK'였습니다.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했을 때는 앞사람들의 비행을 기다리느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었는데, 저는 오늘의 첫 손님이다 보니 그런 시간 따위 없이 바로바로 비행 준비에 들어가더군요. 사실 살면서 제가 날아본 건 지난가을 단양에서의 패러글라이딩 경험 딱 1번.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은 설레지만 여전히 너무나 무서운 것. 심장이 떨려 죽을 것 같은데 제 몸에는 이미 안전 장비가 채워졌습니다. 단양에서도 느낀 것이고, 여기서도 느끼는 거지만 패러글라이딩을 처음 할 때 가장 무서운 순간은 하늘에 떠있을 때가 아닙니다.

바로 절벽 아래로 힘차게 아주 힘차게 내달려야 하는 그 순간이죠.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있고,
내 몸은 온 힘을 다해 그 두려움을 향해 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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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절벽, 발견하셨나요? 한 마디로 그냥 낭떠러지였어요. 예전에도 지금도 저는 이 순간이 제일 무서운데,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패러글라이더인 Tom은 고프로를 켜고 웃어보라고 하며, 기분이 어떠냐는 둥 인터뷰를 하기 시작합니다. 영상 촬영 울렁증 + 절벽 공포증이 뒤엉켜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어버버. 'I don't know' 만 무한반복...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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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막상 날기 시작하면 신날 거야!', 라며 스스로를 달래며 환하게 웃으려고 애써봅니다.







이 사람도 처음엔 저처럼 떨리고 무서웠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 두려움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뒤바껴있는 것이겠죠?





처음이 아닌데도 왜 또 무서웠냐면, 그건 바로 산의 높이에 있었어요.

오스트리아에서 제가 올라갔던 산은 Mt. Gaisberg 해발 약 1,300m.

단양에서 올랐던 산은 봉우등, 실제 비행 장소는 정상에서는 조금 낮은 지대여서 대략 600m 정도.

그러니까 거의 2배나 높은 산에서 날아야 했던 거였죠.

하지만, 더 높은 곳이었기에, 또 이 곳이 한국이 아니었기에 도전하는 가치가 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빨리빨리 날고, 빨리 착륙해서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했던 상업적인 곳이 아니라 이 곳은 진짜 패러글라이딩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비행하는 곳. 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함께 날아주는 지원자를 얻은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Go! 신호와 함께 열심히 제자리 뛰기(?)를 했는데, 이 날 바람이 너무 좋아서 낭떠러지 끝까지 달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위로 날아올라버렸어요. (꿀이득)

눈 앞에 놓인 장애물이, 운이 좋으면 나에게는 스킵될 수도 있구나, 라는 교훈을 얻으면서... 하늘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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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 말할 수 없이 청명한 하늘,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에 넋을 놓은 제 표정이 읽어지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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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정상에서 멀어져 갑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면서 서서히 비행을 하지만, 이 날은 바람이 넘나 좋은 바람이라서 오히려 산 정상보다도 더 높이 위로 위로 자꾸만 떠올랐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했을 때 보다 훨씬 더 긴장되고 무섭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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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 떠서 항공 샷을 찍으면 이런 느낌입니다. 형형색색으로 뻗은 줄들이 제 생명을 지켜주는 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꿈을 이루고 성공을 한다면 우리는 그 아래로 떨어질까 두려워하게 돼요.

그럴 때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꿈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잘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겠구나. 내가 눈을 뜨면서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나의 습관 하나하나가 저는 바로 이 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상에 올라가서도 내가 이 습관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그게 내가 추락해버릴 수도 있는 원인이 되겠구나, 뭐 이런 생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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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저 방향 멀리 보이는 땅은 독일 남부 경계 지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잘츠부르크는 독일의 남쪽 경계선과 인접해 있어서, 저쪽 방향으로 쭉 직진해서 날아간다면 뮌헨에 도착하겠지요.





한국도 고프로 사진+영상 촬영을 위해서 추가 비용을 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대신 한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만 Full로 찍어서 핸드폰에 옮겨주었고, 여기서는 짤막짤막한 영상들과 사진들을 모아서 메모리 카드에 담아서 줍니다. 메모리 카드까지 포함된 가격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드네요.

사진으로도 너무너무 이쁘지만 역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영상!








저는 패러글라이딩 마니아는 아니에요.

그래서 저 날, 저 시간, 저 때의 내 결심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저는 살면서 오스트리아의 하늘을 패러글라이딩으로 날아보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미칠 듯이 추웠지만, 역시 하길 잘했다 싶은 건 이 추억이 저의 하루를, 저의 여행을, 저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니까요. 꺼내볼 수 있는 추억 서랍이 하나 더 늘었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어



저는 이런 생각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내일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당연함이 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는 것까지 잊어서는 안돼요.

오늘이라는 시간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는 느낌... 을 일상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죠 우린.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하루하루가, 일분일초가, 한 끼 한 끼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경험.

그것이 여행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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