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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Mar 08. 2018

30대의 생리컵 일기 2일차

안심하고 잠들고 싶다

1일차를 못보신 분들을 위하여 









2018년 3월 6일, 생리컵 사용하는 생리 2일 차


어젯밤은 생리를 시작하고 첫째날 밤이었다.
원래 계획은 생리컵+팬티 라이너를 세트로 하고 침대에 큰 바디 타월을 깔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너무 졸린 나머지 그냥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8시간마다 한 번씩 세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잠자기 전에 세척하려 했는데 그것마저 못하고 그냥 잠이 들었다. 
그래도 잠들기 두시간인가 세시간전에 세척을 했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서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계산은 하고 잤다. (메루나 생리컵은 최대 12시간까지 가능하다.)
 




아침


자고 일어나서 왠지 샌 건 아닌지 걱정되서 이불을 확인했으나 괜찮은 것 같았다.
알고보니 새긴 샜는데 팬티라이너가 다 흡수할 정도만큼만 샜다. 

솔직히 또 정말 이게 아직은 말하기 좀 부끄럽지만 솔직히 털어놓자면 생리대를 쓸 때는 많이 샜다.

오버나이트를 써도, 때론 티슈를 덧대어 보아도... 샜다.

이불에 묻으면 그렇게 짜증이 날 수가 없다. 

나중에는 팬티형 생리대를 알게 되어 잠시 조금 더 편하긴 했지만, 하룻밤을 위해 쓰이기엔 너무나 부피가 큰 쓰레기가 되버리곤 했다. (사는 가격도 만만치가 않고) 

생리컵이 익숙해진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샜을까 걱정하는게 사라졌다고 하지만, 난 사실 한 방에 사라지진 않았다. 그래도 똑같이 걱정했는데 실제로 새서 이불에 묻은 것과, 똑같이 걱정해도 실제로 새지 않은 것의 차이는 내게 어마어마하다.


다행히 자고 일어난 시간이 생리컵을 낀 상태로 딱 맥시멈 12시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바로 씻어주려고 생리컵을 빼려고 하는데 늘 있어야 하는 곳에 손잡이가 없었다.
잠깐이었는데도 엄청나게 당황한 내 머리는 '설마, 너무 깊숙이 들어가서 안빠지나?'라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휴, 다행히도 늘 가운데 있던 손잡이가 살짝 왼쪽에 있었다. 즉, 생리컵이 삐뚫어져 있었다는 소리가 되는데 이런 추측이 가능했다. 
넣을 때 항상 손잡이가 중앙에 오도록 해두는데 이렇게 삐뚫어져 있었다는 건 내가 자면서 몸을 뒤척이는 동안 생리컵이 안에서 움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좀 피곤하게 잘 때 나는 몸에 힘을 주는 습관이 있다. 그런 날은 자고 일어나면 내가 팔이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리컵을 넣을 때도 뺄 때도 골반 근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고, 근육은 움직이는 거니까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이 귀여운 봉투안에는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쓴 편지가 들어있다.





 


 
이번 생리는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S사이즈를 쓸 때는 반도 안되는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새서 그랬나?) M사이즈라고 좀 더 큰 걸 쓰니까 담고 있는 양도 확실히 많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전엔 보라색 생리컵을 쓰다가 지금 쓰는 건 흰색 반투명 컬러를 쓰는데, 흰색 컬러는 컵에 생리혈이 얼마나 찼는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양을 확인하기가 더 쉽다. 보라색도 보이긴 하지만 조금 덜 보이긴 하다.
아, 왜 양을 체크하냐면, 생리대 파동의 문제가 되었던 생리대를 쓰고 생리양이 줄어든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리고 실제로 내 친구도 그랬다는 얘기를 듣고, 생리양에도 신경을 쓰게 된 것 같다.

생리컵에 생리혈이 얼마나 가득 차는 걸까 궁금한 분들을 위해 적어두자면 내 경우는 첫째, 둘째 양 많은 날이라 M 사이즈의 80% 정도는 찼던 것 같다. 
나는 생리양의 기복이 있는 편인데, 양이 많은 달에는 정말 그냥 잊을만 하면 뜨끈뜨끈(...)하게 우루루쾅쾅 나오는 편.
여기서 내가 생리컵에 플러스 점수를 줬는데, 일단 생리컵을 하면 그 따뜻한 폭포 느낌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굴느낌이라고도 하는 그거. 

굿바이했다, 나는.
 

아무튼 다시 잘 씻어서 넣어주고 하루를 또 시작했다. 
전혀 새지 않고 편하기만 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조금 샜다. 팬티라이너를 두 번 정도 갈았다.
왜 새는 걸까, 잘못 끼운 걸까? 생각다보니 또 혼자만의 가설을 세웠다.
생리컵에 80% 정도 생리혈이 가득 찬다고 했을 때, 내가 앉아있으면 생리컵도 눕혀져 있을 테니...

좀 더 공부를 해보니 원래 양이 많은 날은 더 자주 갈아줘야 한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4~5시간 정도에 한 번씩 갈아주면 되나보다. 





생리통
 


생리통은 어제는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오늘도 고통스러울만큼 아프진 않았다. 그래도 잔잔하게 통증은 있는 편. 생리컵을 한다고 해서 생리통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나는 많이 감소된 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자기 전에 제대로 세척을 마무리하고(!), 타월도 깔았다.

안심하고 잠들 수 있겠군. :) 







작가 노이의 소식.

조금씩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설레기도 하고, 조금 더 바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 같이 준비한 언니와 소녀처럼 꺄악 꺄악 소리를 질러버렸네요. (부끄)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제품은 직접 테스트 해나가면서 실제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아, 저는 3월 12일이면 독일 워홀 비자 기간이 드디어 종료됩니다.

일년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 버렸네요.

오늘은 작년에 브런치와 함께 시작했지만, 더 오래 유지해나가지 못했던 유튜브 채널에 브이로그를 올리는 일을 '재도전' 해보았어요.

제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건 아직 결코 완전한 실패가 아니겠지요.


http://lifeisllll.blog.me/22123826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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