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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Mar 06. 2018

30대의 생리컵 일기 1일 차

골든컵을 찾아서

그동안 생리컵에 관한 글을 몇 번 썼는데 '생리컵'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들어오는 분들이 꾸준히 읽어주고 있다.


https://brunch.co.kr/@noey/43

https://brunch.co.kr/@noey/97


그래서 한 번쯤은 실생활에서 어떤 느낌인지 좀 더 디테일하게 공유해보고 싶었더랬다.

그러다 마침 이번 달의 행사가 오늘부터 시작되었고, 매일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맥북을 열고 앉았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 될 것이며, 사실만을 기록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남성분들이나 솔직한 표현이 불편할 것 같은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를 누르셔도 된다. 

나는 내 경험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 이 글을 통해서 생리컵의 세계에 아직 발을 들이지 못한 분들에게 용기가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2018년 3월 5일, 생리 1일 차 

*글 쓰는 시간 기준, 독일은 아직 3월 5일!



나는 생리할 때가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확연히 받는다.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남)
아랫배도 콕콕 쑤셔온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화장실에 가서 평소처럼 볼일을 보는데 휴지의 볼이 붉어졌다. 

생리대를 쓸 때는, 솔직히 생리를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짜증이 났다.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내보내기 위해서 '생리를 한다는 건 건강한 거잖아?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늘 나 자신을 달랬다.

하지만 생리컵을 쓴 후로는 당연히 생리가 마냥 좋아진 건 아니지만, 위와 같은 주문을(?) 외워야 할 정도로 기분이 나빠지진 않는다. 게다가 오늘은 나의 두 번째 생리컵을 첫 개봉하는 날!



첫 생리컵 샀다고 기뻐서 기념 사진 찍었던 사진 캡쳐... 그 때 나 설레었나보다.



나의 첫 생리컵은 메루나다. 정확히는 메루나 클래식 S 사이즈. 
그중에 제일 작은 S 사이즈를 샀었다.
처음에는 나도 생리컵을 넣는 게 무서웠으니까. 
그런데 이게 양이 많은 날에 자꾸 샜다. 

생리컵 사이즈라는 게 체형도 고려해야 하는데, 양도 무시할 수가 없다. 

나도 양이 적은 편은 아닌지라 양 많은 날을 위해서 하나를 더 구매해야 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브랜드를 써본다는데 솔직히 나는 거기까지... 부지런하지는 못한 여자. 

다른 걸 사는 것도 귀찮고, 생리대나 탐폰을 예전처럼 계속 쓰기엔 그새 생리컵에 익숙해져서 그들이 불편하다.
그래서 첫 구매처럼 이번에도 dm 마트에 가서 같은 브랜드의 M사이즈를 사온 참이었다. 

(이럴 때 독일에 살아서 럭키!)

아무튼 이번엔 잘 맞으려나, 기대 반 걱정 반.
 

아참 그런데 사용하기 전에 끓는 물에 소독을 해야 한다.

생리가 5일이라고 하면 첫날 맨 처음 사용할 때, 그리고 마지막 날 맨 마지막 사용 후에 항상 소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좀 아침이 바빴다. 

아침에 급하게 해야 하는 일 때문에 소독할 시간이 없어 일단 나트라케어 탐폰을 꼈다. 
그런데 이게 웬일. 1시간도 안돼서 샜다. (이때 정말 화난다. 새 양말 신자마자 고추장 국물 튄 기분...)
그래도 시간이 없으니까 탐폰으로 다시 갈았다. 
급하게 끼우느라 깊이 넣지 못해서일까. 아프다. 끼고 있는 내내 딱딱한 느낌이 들며 아팠다.
내가 잘못 끼운 탓도 있겠지만, 생리컵을 쓰기 전에는 탐폰의 불편함도 어느 정도 그러려니 감수했는데, 생리컵의 편안함을 느낀 후에는 탐폰의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런 걸 내가 아는 언니는 '맛보지 말아야 할 것을 맛보았다...'라고 표현함...)



독일 내수용 나트라케어 탐폰의 모습. 간결한 포장이지만 넣기 넘나 불편한 것...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는데 내내 불편해 죽겠다. 
참고로 이건 독일 내수용 나트라케어 탐폰.
독일 탐폰은 한국 탐폰과 전혀 다르다.
독일 탐폰은 한국처럼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감싸여 있어서 밀어 넣을 수 있는 보조 장치(?)가 없다. 
그냥 아주 작은 탐폰이 압축이 잘 되어서 비닐에 곱게 싸여있다.
그냥 단순하게 비닐을 뜯은 뒤에 밀어 넣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탐폰이 더 불편해진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탐폰의 실... 그 실이 나는 늘 계속 찝찝했다.

뭐 생리대 흡수체 보다야 안전하긴 하겠지만. 그냥 기분상.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이건 정말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큰 일을 보고 난 후 잘못해서 실이... 뒤로 같이 말려들어서 큰 일의 흔적이 행여 실에 묻어서 남지는 않을까,

늘 실의 위치를 잘 확인하고 마무리를 짓고는 했는데 그것도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어쨌든 급한 일을 처리하고 드디어 새로 사 온 메루나 M사이즈를 뜯어서 전자레인지에 소독을 했다. 
S사이즈는 보라색이었는데 이번에 구매한 건 Clear라고 적혀있는 반투명의 하얀색 생리컵이었다.
M사이즈라고 해도 S사이즈와 별반 차이를 못 느꼈다. (내가 둔한 걸지 모르지만)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별로 느껴지지 않을 크기 차이였다. 
 
 


 '그래, 네가 나의 골든컵이 될 녀석이냐!' 


 
마치 루피가 새 동료를 찾는 것처럼, 새로 구입한 이 녀석이 앞으로 나의 동료가 되길 바라며 첫인사를 했다.

이제 생리컵을 넣을 차례.
첫 번째 시도 실패, 두 번째 시도 실패, 세 번째 시도... 성공!
사실 반년 넘게 생리컵을 쓴다고 하면서도 이 정도 두세 번의 시도는 아직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꼼꼼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 
대충 접어서 대충 넣는 성격(!)
심지어 한국 탐폰을 쓸 때도 탐폰 넣기에 실패해서 쓰지도 못한 탐폰을 버려야 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나만 이런 거 아니죠...?)
근데 나 같은 이런 똥손도 그렇게 못해먹을 짓이 아니라는 거.

내가 하면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뭐 이런 느낌?
 
 
사실 내가 주로 실패하는 이유는 넣을 때의 방향 때문인데, 펀치 다운을 해서 접은 부분을 아래로 해서 넣었던가, 위로해서 넣었던가 기억이 늘 가물가물하다. (벌써부터 건망증...)

정답은 위! 위로해야 성공! 
그래도 혹시 샐지 모르니까 최근에 사놓은 Cosmea라는 곳에서 나온 유기농 생리대 팬티라이너도 함께 백업으로 준비해뒀다. 

나는 사실 생리대 파동이 있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일반 생리대와는 결별을 선언했었고(생리대가 이슈가 된 게 처음은 아니었단 거 다들 아시리라!), 생리컵을 몰랐을 때는 나트라 케어만 사용했었다. 

(홈쇼핑 대량 구매가 참 편했었지...) 

하지만 이 곳에 오니 나트라케어 말고도 유기농 생리대가 많아서 이것저것 써보는데 그중 Cosmea에서 나온 팬티라이너가 그 브랜드 제품들 중에서도 더마테스트 베리굿 인증을 받은 녀석이라 써보는데 순하고 편안하다.




독일에서 뭐사야 할지 모를 땐 sehr gut 마크 보고 사세요!





자, 이제 생리컵도 잘 넣었고, 혹시 모르니 팬티라이너도 한 장 백업으로 깔아주고 외출 준비 완료. 
그래도 또 혹~시 몰라서 탐폰 2개를 챙겼다. 

나중에 한 번 씻어주는 타이밍을 잊지 않기 위해서 생리컵을 넣은 시간을 기억해 두려고 애썼다.
(사실 언제 생리컵을 넣었는지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아서 대충 기억나는 시간에 1시간을 더 플러스시켜서 외워두었다.)
 
 
아무튼 오늘은 친구와 스타벅스에서 만나 일을 하기로 한 날.
3시간 넘게 앉아서 컴퓨터만 타닥타닥거리고 있는데, 생리 기간에는 나는 유난히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라 한 시간에 한 번은 화장실에 간 것 같다.
그때마다 혹시 샜나? 샜나? 불안해하며 확인하는데 다행히 팬티라이너는 깨끗했다. 
굳이 의식을 하면 이 안에 뭔가가 있구나 - 싶지만 일에 집중하는 동안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래도 일기를 써야 하니까, 뭐가 더 편한 점이 있나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내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남사친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인 남사친으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친해지는 과정에 있어서 아직 서로 낯을 가리는 상태.

이 상황에서 내가 생리대를 썼다면 1시간에 한 번씩 파우치를 들고 가는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생리대를 내 커다란 손바닥 안에 조심조심 숨기며 꺼내서 아무것도 안 한 척 화장실 다녀온다고 했겠지...

그 눈치인 듯 눈치 아닌 눈치를 보던 순간들이 내 삶에서 사라졌다는 게 굉장한 해방감을 주는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이대로 무난하게 흘러갈 것 같다.

밖에서 6시간 정도 있다가 들어왔는데 한 번도 새진 않았다. (오예쓰!)
잘 때는 혹시 모르니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하고 자고는 했었는데 이제 있던 생리대도 다 써서 없다.(ㅠㅠ)
일단 라이너만 하고, 타월을 깔고 자보려고 한다.
 


'내일 아침 무사하겠지...?'
 



 



작가 노이의 새소식.

제가 어제부로 독일 백수에서 독일 반백수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바로 셀프 취업을 했어요. 

생리컵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분, 생리컵이 새지 않을까 걱정되는 분들을 위해서 필요한 물건을 요모조모 모은 '나만 없어 생리컵 패키지'를 블로그 마켓을 통해서 3/4~3/9 동안만 판매하고 있어요.

곧 제 일기에서도 사용기가 등장하겠지만, 생리컵을 빼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줄 메루나의 신상품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러봐 주세요. :)



http://lifeisllll.blog.me/22123826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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