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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an 05. 2018

생리컵을 쓰고 있습니다

어느새 8개월

안녕하세요,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는 여자 노이에요. 
최근 생리대와 관련한 이슈로 인해서 생리컵을 쓰게 된 사람이 늘었지만, 저는 그 전부터 생리컵을 쓰고 있어요. 벌써 8개월이 다 되어가네요.
그러니까 꼭 일반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를 떠나서도 생리컵은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했던거에요.

제 브런치에도 처음 생리컵을 썼을 때 생리컵에 관련된 글을 썼었어요.


- 여자라서 아픈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생리컵 첫 사용하고 감격해서 남긴 글)

https://brunch.co.kr/@noey/43



제가 생리컵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한 독일 여성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서 였어요. 저는 지금 독일에서 살고 있어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기 위해서 가입해 둔 페북 그룹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도 2017년 봄에 한동안 뜨거운 감자처럼 생리컵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어요. 한국처럼 크게 이슈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생리컵을 쓰고 있는 생리컵 선배들의 강력 추천이 그 시작이었죠. 


'너무 편하다', '생리통이 없어졌다' 등등 극찬이 이어졌지만, 사실 저는 처음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저게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와닿지않았어요. 아마도 살면서 전혀 들어본 적 없는 물건을 내 몸속에 넣는다는 게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해가 갈수록 점점 고통이 늘고 견디기가 힘들어지자 심각하게 고려해 보게 되었어요. 전 원래 생리통도 월경전증후군도 없는 편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매번 다양한 증상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났어요. 어떤 날은 배가 미칠 듯이 아프고, 어떤 날은 허리를 삔 것 처럼 아파서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고, 어떤 날은 우울감이 사무치게 찾아오고 그랬죠. 근데 그게 진짜, 정말로 이제 지치더라구요.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가 이때까지 생리때문에 아픈 거 불편한 거 줄이려고 뭔가를 해봤던가...?'


정답은 '아니오' 였어요.
제가 했던 건 생리통 진정제 같은 약을 먹거나 하릴없이 침대에 누워 쉬는 것 뿐이었죠.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그거였어요.
그냥 조금 더 싼 생리대를 쓰고, 아프면 약을 먹고, 약도 안들을때면 혼자 끙끙거리며 침대에 누워있고, 우울해 하거나,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거나 하는 매달 반복되는 이 삶이 그냥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견뎌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아니면 내가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증상이거나, 아니면 나는 원래 몸이 약하니까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더라구요. 

그 고통에서, 혹은 그 불편함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데 여자들이 생리때문에 겪는 고통과 불편함은 점점 늘어만 가요. 

왜 그래야 하는 걸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생리컵에 말이죠. 
결과는 어땠냐구요? 
실수도 하고, 새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고, 처음부터 완벽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히 쓰고 있어요. 
저도 처음 한 두달은 쓰면서도 의심으로 가득차서, 예민해지기도 했구요.
하지만 지금은 쓰면 쓸수록 익숙해지고 나아지고 있어요.



제가 생리컵을 쓰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이자 가장 기대했던 변화는 생리통이 없어지는 거였어요. 
생리컵이 약 같은 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생리통이 마법처럼 사라지진 않았어요. 대신 한 두달이 지나니까 조금씩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지금은 생리할 때가 되면 욱신거리긴 해도 배를 부여잡고 뒹굴 정도로 아픈 건 많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양이 적은 날이 되면 정말 생리컵을 빼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닌지 흠칫할 정도로 편해요. 
양이 많은 날의 증상은 사실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모든 게 완전히 생리를 안하는 것 처럼 편해질 순 없겠죠.
대신 확실한건 양 많은 하루 이틀을 제외하면 생리대보다 훨씬 더 편한 것 같아요. 
생리대를 안사놔서 혹은 안가지고 나와서 불편한 상황도 크게 줄었어요. 
전 건망증이 심해서 외출할 때 생리대를 들고 나가는 걸 깜빡하는게 일상이었거든요. 
축축하지 않아서 뽀송뽀송한 건 당연하구요. 단점도 있겠지만, 그걸 커버할 만큼 장점도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주위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내 몸을 위해 생리컵을 쓸지 말지 선택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 뿐이니까요. 
써보고 자신에게 별로면 쓰지 않으면 되고, 맞으면 당연히 좋고,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다른 제품과 병행하면서 쓸 수 있어요.
무조건 일반 생리대가 나쁘다, 쓰지 말자 라는게 아니라 생리대도 이 브랜드 저 브랜드를 써보듯 생리컵도 우리가 원할 때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대중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불편함과 고통을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지금이라도 깨닫게 되서 기뻐요. 

 고민 자체가 '내가 나를 케어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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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로써 독일 백수 노이는 독일 반백수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합니다 :D









글: 노이

커버 사진: Photo by Eneida Hot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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