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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Dec 12. 2018

내가 좋아하는 독일 마트엔
'이것'이 많다

버스를 타고 20분을 달려 장을 보러 갔던 9월의 어느 날







오늘은 내가 자주 가는 마트를 살짝 소개해 보려고 한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20-30분은 걸리는 곳이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물건마다 품목이 참 다양하고 선택폭이 넓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트이다. 함부르크에서 장을 볼 때는 대표적으로 Rewe, Real, Edeka, Penny 등의 마트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독일 마트가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한국에서는 어떤 이름의 마트에 가도 전체 카테고리의 판매 상품이 90% 이상 동일하다. 마트가 다를 뿐이지, 판매하는 상품은 늘 비슷하기 때문에 포인트를 쌓거나 어디서 특별 할인을 하는게 아닌 이상 어느 마트에 가든 나에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독일은 다르다. 각 카테고리마다 판매되는 상표가 마트에 따라 다른 경우가 아주 많다. A 마트에서 샀던 소세지가 B 마트에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격대도 다르다. 대체적으로 PENNY는 저렴한 마트, Rewe는 비싼 마트에 속한다. 같은 브랜드의 마트여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의 마트가 주택가의 마트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 꼼꼼한 사람들은 비교해가면서 산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까지는 아직 못하겠다.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는 파란 가을 하늘을 볼 수 있던 때 였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Rewe Center라는 곳이다. 겉보기에는 별로 안커보이는데 안은 굉장히 넓은 구조이다. 보통은 Rewe라는 이름만 쓰는데 Center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라 좀 더 특별한 곳인 것 같았다. 처음가게 된 계기는 주문 받은 아이템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가끔 1:1 문의가 들어오면 마트를 종류별로, 같은 마트라도 지역별로 여러군데 돌아봐야 찾는 경우가 많다. 규칙은 일정하지가 않다. 다 있을 것 같은 도심 속의 마트에도 없는 게 외곽 지역의 마트에는 있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멀지만 찾아갔었는데 이 마트 자체에 반해서 한 달에 한 두번은 이 곳으로 장을 보러간다. 





널찍하게 꽉 들어찬 각종 식료품들








매일 작은 마트에서만 장을 보다가 큰 마트에 가면 설렌다. 그러고보니 독일은 딱히 재래시장이나 소형 마트를 거의 보지 못했다. 가끔 재래시장 같은 곳이 열리지만 상시 열려있지는 않고, 마트보다 오히려 가격이 비싸다. 대신 더 질좋고 싱싱한 야채나 과일을 살 수 있다. 소형 마트는 예전에 다니던 어학원 근처에서 딱 한 번 볼 수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독일인이 아닌 터키 사람이 운영하는 경우이다. 독일엔 우리나라처럼 소상인과 대형 마트의 충돌은 없었을까 갑자기 궁금하다. 다음에 친구들을 만나면 물어봐야지.







이런 축구장이 마트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곳은 특이하게도 마트 한복판에 이런 작은 축구장이 있다. 종종 아빠와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내가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으면 아이들은 그런 나를 신기해하며 쳐다본다. 다른 선진국들처럼 결혼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이혼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런 시설들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템들을 하나씩 둘러보자.





계란 전용 소금, 그래서 계란 코너에 위치해 있다








마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내가 찾는 곳은 계란 코너이다. 그런데 이 곳 계란 코너에는 특이하게도 계란 전용 소금을 판다. 다른 마트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EGG GEWÜRZ SALZ'란 직역하면 ‘계란 향신료 소금’이다. 
정말 이 소금을 쓰면 계란이 더 맛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호기심은 생겼지만 아직도 사먹어본 적은 없다. 





이 사진을 찍었을 당시는 9월이었다. (묵혀놓은 사진이 많음;ㅎㅎ)








이 곳에 오면 내가 꼭 사는 유기농 계란이다. 이 곳의 포장박스가 나는 마음에 든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계란 박스 재질이 아니라 매끈한 일반 종이 느낌의 계란 박스를 쓴다. 여기는 같은 계란이라도 M, L 이라고 크기 표시가 되어있다. (한국도 그랬던가?) 
아무튼 위 사진 속 계란은 라지 사이즈다. 정말 크다. 유기농이라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가능하면 유기농 식품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날계란에 비벼먹는 걸 좋아해서 계란은 특히 유기농을 선호하는 편이다.





REWE에서 나오는 일반 계란 / 오늘 처음 산 20구짜리 계란 박스 (유기농은 아님)










보통은 이런 느낌의 계란 포장 박스가 일반적이긴 하다. 4구짜리, 6구짜리, 10구짜리가 있고 가끔 20개 들이도 귀여운 박스에 담겨서 파는데 계란끼리 뭉쳐있어서 깨지지 않는게 좀 신기하다. 또 반대쪽에는 빈 계란판이 있고 계란이 놓여있으면 본인이 원하는 만큼만 담아가게 해둔 곳도 있다.














독일 사람들은 감자를 진짜 좋아한다. 그래서 감자 종류만 해도 엄청 많다. 내 보기엔 다 똑같은데 이름과 포장이 제각각이다. 난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이런 천 그물망에 들어있는 감자가 참 예뻐보인다. 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든 느낌이 난다. 자주 가는 가까운 동네마트에는 이런 감자는 잘 없고 플라스틱 그물 포장이 된 감자가 많다. 대신 더 싸긴 하지만. 
여담이지만, 독일이 친환경적인 소비나 비건 소비를 하기에 한국보다 훨씬 좋은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독일에 있는 모든 상품이 다 그런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다. 아직까지 강제적인 제지는 없다. 하지만 선택의 폭만큼은 분명히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게 존재한다. 













고구마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고구마는 독일 사람들에게 감자보다는 인기가 없다. 뭐, 감자가 워낙 독보적이긴 하다. 한국인을 '김치'라는 단어로 대변할 수 있듯이 독일인은 '감자'라는 단어로 대변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독일인을 Potato라고 부르면 좀 놀리는 어감이 되니까 주의하도록 하자. (멋모르고 의도치 않게 썼다가 미안한 상황 생긴적이 실제로 있었다;)
아무튼, 고구마로 돌아와서 - 독일 고구마의 맛은 한국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맛이 다르다고도 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맛있는 고구마를 사야 맛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이 마트가 좋은 이유는 일반 마트보다 감성이 담긴 제품이 많고, 또 그것을 예쁘게 잘 진열해 두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도 독일도 제품들의 포장이 점점 감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위 사진도 너무 예쁜 파스텔 컬러로 가득하길래 가까이 다가가봤더니 커피원두를 파는 코너였다. 커피는 별로 즐기는 사람이 아닌지라 조금 실망했지만, 이쁜 건 좋아해서 사진으로는 담아두었다.














독일엔 요플레 종류가 참 많다.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려울 정도다. 요거트를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자주 먹었는데, 독일에 오고나서는 유제품 섭취 줄이기를 조금씩 실천하고 있어서 요거트를 못 먹는게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이 마트에는 콩으로 만든 비건 요거트를 판다. 왼쪽 요거트의 우측 상단에 보이는 작은 V 표시가 비건 마크인데, 이 요거트는 우유가 아니라 식물로만 만들어진 요거트이다. 포화 지방도 적고 글루텐 프리이다. 저 요거트는 설탕이 들어가 있지만, 무설탕인데 베리맛, 망고맛으로 나온 종류도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선택폭이 진짜 넓다. 설탕 섭취는 하고 싶지 않지만, 플레인맛 요거트는 싫다면 무설탕의 과일맛 요거트를 먹을 수 있다. 유제품 섭취를 피하고 비건 요거트가 먹고 싶고 당분은 신경쓰지 않는다면 위 요거트를 먹으면 된다. 저 요거트는 실제로 사먹어보기도 했는데 맛에 별로 차이가 없었다. 일반 요거트와 똑같이 맛있었다. 












'앗, 고기다!'는 페이크고 이건 실제 고기가 아닌 '비건식을 위해 야채로 만든 고기'이다. 나는 아직 완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독일에 온 이후로 많은 부분 육류 섭취를 줄이고 있는데 날때부터 콩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단백질 섭취가 가장 큰 문제였다. 계란을 많이 먹지만, 계란만으로 채우는 건 분명 질리기 마련... 그래서 조금씩 비건용으로 나온 콩고기(?)를 도전해보기 시작했는데, 우리 동네 마트에는 종류도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마트에는 그 종류가 훨씬 ~ 많았다. 아직도 못먹어본 게 더 많다. 큰 마트라고 다 이렇지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주변의 채식주의자들이 정말 사랑하는 마트가 아닐까 싶다. 이 마트 때문에 이 쪽으로 이사오고 싶을 정도. (독일이라서 소세지 기대하신 분들에겐 죄송 ^^;) 












이쯤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제목인 '내가 좋아하는 독일마트엔 이것이 많다'에서 '이것'은 '유기농 식품' 그리고 '비건 식품'이다.
요녀석들은 빵위에 주로 발라먹는 스프레드인데 이것도 비건이다. 독일 사람들의 주식이 빵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거다. 우리나라에도 쌀이나 밥솥과 관련된 미신이 있는 것처럼, 독일에도 항상 집에 빵이 떨어지면 안된다는 미신 같은 게 있다. 그래서 빵에 발라먹는 이런 스프레드 제품이 엄청나게 다양한 편이다. 나는 외국 생활을 반복할수록 점점 한국 입맛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간편한 독일식의 아침식사가 나쁘지는 않아서 아침에는 빵을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일단 빵먹기에 익숙해지고 지금 주로 함께 먹는 버터와 잼이 질리면 다른 스프레드들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심지어 치즈도 비건으로 나오는게 있다. 아직 치즈는 유제품으로 만들어진 치즈를 먹고 있는데, 이건 나도 사진을 찍어놓고도 잊고 있었다. 이 비건 치즈는 뭘로 만든걸까? 궁금해서 가운데 제품을 찾아보았다. 주요 성분은 '물, 정제된 코코넛 오일(21%), 가공 전문(감자 및 타피오카), 해염 등등인데... 맛은 과연 치즈 맛이 날지? 다음 장보기 목록에 추가!








이제 감 잡았겠지만 이것도 유기농에 비건 식품이다. 브랜드명도 'LIKE MEAT'이다. 이 브랜드는 유튜브에서 광고도 봤었다. 말그대로 '고기 같지만' 고기가 아닌 고기이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기존의 고기 메뉴에 들어가는 고기를 외형부터 맛까지 비건 콩고기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오늘 한국의 양념불고기와 유사해 보이는 종류로 하나 사왔다. 제발 맛있기를, 기-도!











우유 종류도 정말 정말 정말 많다. 왜 정말을 세번이나 이야기 하냐면...



첫째, 일단 브랜드가 많다. 
둘째, 유기농과 유기농이 아닌 우유로 1차 분류
셋째, 그 중에 지방 함유량이 최소 3가지 종류로 나뉜다. (1.5%, 3.5%, 3.8%...)
넷째, 락토스프리 우유도 따로 있다.



나는 그냥 우유를 안먹기로 했다. (너무 복잡해...) 그래도 시리얼을 먹을 때 우유만한게 없다. (흑흑)











그리고 항상 지나치기가 너무너무 힘든 이 코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밴앤제리가 이렇게나 많다. (WOW!)
밴앤제리 자체에서도 유제품을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도 나온다. (맛도 괜찮음) 하지만 밴앤제리는 독일에서도 비싸서 정말 정말 가끔씩 사먹고 있다. 여행 오시는 분들은 사서 돌아갈 수 없는 품목 중 하나이니 하나쯤 사서 맛보시는 걸 추천.












이 뮤즐리 브랜드는 함부르크 도심에 자신들의 매장도 있을 정도로 뮤즐리 전문 브랜드이다. 유제품을 멀리하기로 결정한 이후로, 나는 시리얼과 뮤즐리를 얼떨결에 같이 멀리하게 되었다. (우유랑 먹을 때만 맛있기 때문...) 하지만 이 브랜드는 포장이 이뻐서 케이스 때문에 사모으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사진을 잘 보면 윗칸의 맨오른쪽을 보면 BIO라는 마크가 붙어있다. 이것도 유기농 라인이 따로 나오는 것. 진짜 유기농 제품, 비건 제품 종류가 많다.













이건 내가 쓰는 유기농 생리대. 아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난 생리컵을 쓰고 있지만, 가끔 시간이 없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를 위해서 비상용으로 생리대를 사두는데, 이 브랜드를 쓰고 있다. 한국에 유명한 나트라케어는 유기농 제품'만' 파는 마트에 가야만 살 수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귀찮...) 하지만 이 브랜드는 주위 마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어서 초이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유기농 제품은 물론 일반 식품이나 제품보다 조금 비싸긴 하다. 그렇지만 내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싶다. 20년 가까이 없다시피 살아온 나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위해서 잘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 식단을 실천하거나 채식을 하기가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곳에 있을 때 더 많이 먹어두려는 마음도 있다. 아직도 내 전체 식단을 모두 바꾸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꿔나가는 지금 내 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편안하다. 정말 매일 매일 소화불량에 시달려서, 정말로 현대인에게 소화불량은 당연히 있는 거라고 세뇌당해왔던 지난 날들이 이제 과거가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 자신의 몸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두끼만이라도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글쓴이: 필명 노이. 영어 이름으로 독일에서 쓰고 있는 이름이기도 해요.

30살이 되기 전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쓰려고 독일에 왔다가, 독일이 너무 좋아서 2년째 거주 중입니다.

탈회사원을 선언한 뒤 먹고살기 위해 독일에서 글 쓰고, 영상 찍고, 명상하고, 구매대행 일을 하고 있어요.

구매대행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 마음에 드는 것들만 올려두고 있으니 구경 오세요. :)


- 구매대행 블로그: https://lifeisllll.blog.me








- Cover image copyrights: Photo by kevin lamint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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