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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an 31. 2019

이럴 줄 몰랐다


처음 독일에 올 땐 내가 독일에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 몰랐다.


소시지가 최고로 맛있는 나라에 와서 고기를 안먹게 될 줄은 몰랐다.


클럽 가기 참 좋은 나라에서 클럽을 안가게 될 줄은 몰랐다.


전에 살던 사람들에게 얼떨결에 건네받은 두개의 화분들도 지금까지 살아줄 줄 몰랐다.


꽃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던 내가 집에 꽃을 꽂아두는 사람이 될 줄 몰랐다.





집에선 잠만 자고 늘 밖을 쏘다니던 내가 이렇게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귀밑 10cm에 질려서 다시는 하지 않겠다던 단발머리를 하게 될 줄 몰랐다.


잠시만 힘들다 보면 금방 정리되겠지 하던 마음이 이렇게 오래 갈 줄도 몰랐다.


다시는 외국에 나가지 않을 거라던 내가 이 곳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그래도 나름 마음주고 좋아하던 사람들과 이렇게 거리감이 느껴질 줄 몰랐다.


카메라 앞이라면 정색을 하던 내가 정말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게 될 줄 몰랐다.


그저 느끼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써온 내 글을 이렇게 많은 분이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


게임회사를 다니던 내가 구매대행이라는 걸 하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엠파스 성향을 많이 가진 사람인 줄 몰랐다.


헬스장 가는 사람들 조차 이해 못하던 내가 헬스장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일본어, 영어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또 외국어를 배울 줄 몰랐다.


혼자 레저하러 나갔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미련한 줄 몰랐다.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


조그만 불편도 따지던 진상 고객이던 내가 이렇게 온화해질 줄 몰랐다.


이렇게 이럴 줄 몰랐던 일들이 많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기분대로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될 줄도 몰랐다.


2019년엔 이럴 줄 몰랐던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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