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이의 유럽일기 Feb 09. 2017

서른이 넘어, 다시 춤을 추다.

한 일 이주 전의 일이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자려고 누웠는데, 정신이 말똥말똥 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렸다.(생각이 말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나 춤추고 싶어!"


그리고 곧바로 다음 생각도 이어졌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이제와서 어쩌겠단 거야."


"근데 나 며칠 전에 '늦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었잖아. 춤, 노래라고."


"음... 확실히 그랬지."


"노래는 진짜 40대가 넘어서라도 시작할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춤은... 진짜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음... 확실히 그러네."


요즘 내 내면의 소리가 꽤나 논리적으로 변해서, 제대로 설득당하고 있다. 

영화 비긴어게인의 OST중 하나인 'Lost stars'에 이런 가사가 있다.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신이시여, 왜 젊은이들은 청춘을 낭비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나에겐 이렇게 해석되었다.

청춘은 젊은이에게만 주어지지만, 젊은이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낭비하기 바쁘다.

이렇게 낭비될 거라면, 청춘을 젊은이에게 주는게 대체 말이 되는 일이냐고.

그 아까운 청춘을.


나 역시 그런 20대를 보냈다.

그리고 30대의 시작선에 서서, 나는 더 이상 내 청춘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댄스학원에 등록했다.


오늘은 세 번째 수업날이었다.


내 하루에 생기가 더해지고, 내 몸이 자신감을 얻고 있는게 느껴진다. 

내 몸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내뿜는 멋있는 강사 선생님을 보는 것 만으로도 설렌다. 

함께 춤추는 사람들은 이름도, 직업도 모르지만 이 시간에 함께 해줌에 고맙다. 나 홀로 쓸쓸히 추지 않을 수 있어서 고맙다.


금요일에는 완성된 짧은 안무를 촬영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잘 외워가야 할텐데. 

걱정도 되지만 설렘이 더 큰 밤.

내일은 일을 하면서도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춤을 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이의 어느 늦은 화요일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