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내 감정을 쇼핑한다

by 노이의 유럽일기




진짜 스마트하게 사야 하는 건
옷도 아니고
가방도 아니다.

바로
내 하루를 만드는
생각과 감정들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건 마치 백화점에서,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같다.

어떤 생각들과 감정들로 채우느냐에 따라 내 머릿속이 다양한 생각을 취급하는 가게가 될 수도 있고 한 가지 물건만 취급하는 가게가 될 수도 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고장 난 물건만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는 예쁘고 좋은 걸 살 수 없다고 우울해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그 가게에 그런 것 밖에 없으니 그냥 있는 것 중에 가져다 쓰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니까 내 머리와 마음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만 취급하는 가게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살면서 내 가게 - 그러니까 내 머리와 마음속을 한 번씩 크게 리뉴얼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땐 주로 몇 권의 책, 여행, 그리고 해외생활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은 생각과 감정은 내 안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건 내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모든 생각과 감정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물론 생각과 감정의 채널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여전히 있지만 그건 조금 더 힘들 뿐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우린 그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학습해온 덕에 모든 상황에서의 내 생각과 감정들을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빠른 순간 내에 선택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건 심지어 습관화, 자동화되어있다.

현실적인 제약도 없다. 진짜 백화점처럼 돈을 내고 구매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생각, 하나의 감정에 대해 돈 보다 더 비싼 '시간'이라는 가치를 지불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대부분 잊고 산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내가 되고, 내 삶이 되어가는데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선택하고 그게 마치 내 운명인 듯 생각하며 살아간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적용하기가 쉽고 자극적이어서 계속 선택하게 된다. 그게 몸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계속 사게 된다. 마치 불량식품처럼. 어쩌면 중독일지도 모른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이고 편안한 감정을 유지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건 비싸고, 그러니까 어렵고, 힘들어서 몸에 좋은 걸 알아도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마치 한약이나 건강식처럼 말이다.



내가 정면으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 사실 잘 들여다보고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수많은 외부의 영향도 존재했고 존재하며 앞으로도 나는 주위로부터 수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넘어서서 결국은 내가 내 생각과 감정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말 멋진 일이 아닐까?



자, 다시 한번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면 생각과 감정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 간의 나의 지식과 경험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자동화된 시스템일 뿐. 뭐 물론 그걸 바꾸기가 좀 (많이) 어려워서 그렇지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아니다.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내 머릿속에서 너무 순식간에 고르고 선택해서 적용한 거라 그동안 내가 모르고 살았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 입을 옷을 고르기 전에, 오늘 하루를 어떤 생각과 감정들로 채워갈지를 먼저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선택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이 길이 누구의 길도 아닌 나의 길임을 잊지 말자고 말이다.









ps.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생각과 그 감정은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너무 아끼는 찻잔이 늘 내 곁에 있어도 그 찻잔은 내가 아닌 것처럼.











글쓴이

필명 노이.

30살이 되기 전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쓰려고 독일에 왔다가, 독일이 너무 좋아서 2년째 거주 중입니다.

탈회사원을 선언한 뒤 먹고살기 위해 독일에서 글 쓰고, 영상 찍고, 구매대행 일을 하고 있어요.


- 글: 노이

- 커버 이미지: Photo by freestocks.or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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