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과거 그리고 집착

by 노이의 유럽일기



나는 종종 셀프 타로 카드를 본다. 보통 큰 고민이 있을 때 보거나 또는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을 때 타로를 펼친다. (타로가 미래를 맞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



나는 내 앞날의 방향성에 대해 꽤 자주(?) 탐색하는 편인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다시 한번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 그렇게 한 번, 두 번 타로를 보고 있는데 하나의 카드가 세 번이나 반복해서 나왔다. 한 카드가 다른 주제로 두 번 정도 나오는 건 간혹 있는 일이지만, 세 번이나 연속으로 나오는 건 나에겐 굉장히 드문 일이라서 혹시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다시 돌아보며 생각하다 보니 브런치를 켜고 앉아있는 나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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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세 번이나 등장한 카드는 바로 '포 팬타클(포 오브 펜타클) 카드'이다. 재물을 의미하는 펜타클 카드의 네 번째 카드인데, 보통 공통적으로는 '집착, 탐욕'을 의미하는 카드로 구두쇠 카드라고 보면 된다. 내가 요즘 주로 사용하는 카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 타로 카드인데, 이 책의 해석은 좀 철학적인 구석이 있어서 자꾸 여러 번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많다.



그리스 로마 신화 타로 카드의 포 팬타클 카드 해석은 책 두 페이지 정도를 차지하는데, 중요한 내용을 뽑아보자면 이렇다.




'자신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 것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를 경고한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상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얻음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창조적 에너지의 정체는 결국 자금의 흐름을 막을 뿐만 아니라 자기표현의 흐름을 막아버리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 팬타클은 미묘한 카드이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재산에 집착하여 에너지의 정체와 미래의 부를 상실하는 구두쇠의 성품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자신감의 결여라는 내적인 문제, 그리고 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 ㅡ 물질적 감정적 정체를 초래하는 ㅡ 을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감정 에너지의 흐름은 물질적 부의 에너지 흐름과 같이한다.'






미니멀리즘과 여러 가지 가치관의 변화로 요즘은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상당히 많이 내려놓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제는 무려 50% 세일하는 옷가게를 발도 들이지 않고 지나쳤다!) 어째서 이 카드가 이렇게나 '자주' 나온 것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자신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 것들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에 대한 경고'였다. 문맥상의 의미로만 보면 의미가 선뜻 이해되는 것 같아도 막상 내 문제에 대입해 놓고 생각해 보면 명쾌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집착'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돈다발을 품에 안고 눈을 희번덕 거리며 누가 뺏어가지 않을까 초조해하며 주위를 끝없이 경계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그건 아주 심각한 수준의 집착이고, 사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알면서도 고상한 척,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손에 꽈악 쥐고 살아가고 있다.




집착 [명사] 1.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집착하고 있는, '나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 것들'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래서 하나 둘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지금 무엇에 집착하고 있을까?






MONEY





첫 번째, 돈.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것처럼 집착이라는 것이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아마 지금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돈일 것이다. 처음에는 가진 것도 없는데 내가 돈에 집착하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돈에 집착한다는 것은 하나의 태도이며 내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와 상관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난하게 사는 것 같은데도 잘 베푸는 사람이 있고, 돈이 아주 많은 것 같은데도 오히려 못 가진 사람보다 돈 쓰는 일에 더 벌벌 떠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나는 엄청난 구두쇠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베풀지도 않는 타입.



-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사실은 엄청 집착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그것조차도 돈에 대한 집착이 된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말의 뒷면에는 '나는 지금 충분히 돈을 벌고 있지 않아.'라는 생각이 강하게 뒷받침되어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자꾸 돈에 대해 집착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집착은 건강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무조건 아끼는 것만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러한데 그게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마치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했사온데... 왜 홍시 맛이 나냐고 물으시오면...'이라고 당황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서 구두쇠의 레벨까지 가게 되면 개인의 최소 생활 유지를 위해서 나가야 하는 비용에도 아까운 마음이 들어, 당연히 필요한 것을 사는 건데도 마치 사치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불편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들이 모이게 되고 미래의 나는 또 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고 살고 있겠지!




왜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돈에 대한 가치관을 바꾼다는 건 정말 어렵다. 하지만 정말 정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작년까지는 연애 분야에 대해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고군분투했다면, 아마 올해 내 미션은 돈에 대해 새로운 가치관을 성립하고 지금까지의 체계를 완전히 뒤엎는 것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이 부분에 대해 스스로 챌린지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







DREAMS





두 번째,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




'내 꿈에 집착한다는 건 좋은 거 아냐? 좋고 말고를 떠나서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흔히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랬었고.



나에게 '꿈을 이룬다'는 것의 이미지는 '꿈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을 바라보며 집중하면서 달려 나가는, 힘들고 지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힘차게 달려 나가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여기서 이미 답은 나왔다. 나는 내 꿈에 잘못된 집착을 형성하고 있고 이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인생을 즐겁게 살다가 언제 떠나도 후회 없이 갈 수 있는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내 모습을 연상하면 이미 '힘들고 지쳐 쓰러져야 하는 내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하고자 하는 일의 모든 과정이 좋기만 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힘든 부분도 과정의 일부로 겪는다고 하더라도 보람차고 행복한 모습이 메인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만들고 있는 이미지는 보람과 행복은 끝에 약간 올랑 말랑이고 대부분의 과정이 힘들고 지친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나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의 결과. 그 과정이 행복하면 됐지, 조금만 더 하면 나아질 것 같아,라고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눈 앞에 놓인 결과를 보고 쉽게 무너지는 것 또한 내가 극복해야 할 나의 모습. 결과에 연연하기 시작하면 두 번째, 세 번째 발걸음을 내디딜 때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내 노래를 듣고 싶어서 온다면 난 끝까지 무대에서 노래할 거예요.'라는 어느 가수의 말처럼, 나도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가 하는 일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이 신념도 어느새 집착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진 지금 나에게는 내 꿈들이야말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것이 되어버렸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심지어 꿈이 없어도 나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PAST




셋째, 나의 과거.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 만큼이나 명백하게 나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것들은 없다. '내가 한 때 이런 일도 했던 사람인데'라는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우월하게 만드는 과거는 특히 가장 위험한 집착인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술을 마시면 자신의 좋았던 과거 시절 이야기가 메인 토픽이 된다.) 이 생각이 위험한 이유는 그 생각의 이면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못났다는 생각을 뒷받침하게 된다. 그것을 발전적으로 받아들여서 본인을 계발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보통은 현실 탓, 남 탓, 나이 탓을 하면서 합리화를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때는 나도 이런 일을 했는데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시간이 너무 흘러서 내 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거야.'라는 생각도 있는데 이것도 나도 모르게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증거 중 하나다. 이 생각에는 우월함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 위험하기도 하고. 내가 뜯어고쳐야 할 생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처럼 보이지만 정말 안 좋은 자기 합리화이자 과거에의 집착에 속한다.


'그 일을 계속했으면 나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을 텐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


자기가 싫어서 안 했으면 미련을 가지지나 말던가, 미련을 가질 거면 늦게라도 조금씩 다시 배우던가. 과거에 남은 미련이나 후회에 질질 끌려다니지 말자. 그것도 집착이다, 집착.










GET BACK TO THE BASICS





초심으로 돌아가자. 한 번씩은.




초심은 말 그대로 초심이다.

한결같이 계속될 수 없는 마음이기에 초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돈,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 그리고 나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진심으로 내 인생을 살고자 했던 내 결심에 있어서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매일 아침, 매 순간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내가 되기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에 집착하다 병들어 무너지고 나서야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한 번쯤 내 주위를 점검해 보자.





우리는 늘 지금보다도 훨씬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생생자불생(生生者不生)

삶에 집착하는 자는 도리어 살지 못한다.

- 장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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