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하루는 어땠을까

일상에 깨어있기

by 노이의 유럽일기



금강경. 아마 한 번도 읽어보지는 못했더라도 다들 한 번쯤은 들어서 알고 있을 불교 경전의 이름. 오늘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금강경의 앞부분을 읽고 또 공부했다. 앞서 배우던 불교 대학은 어느덧 1년이 지나 졸업을 했고, 그 좋았던 경험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서 그다음 단계인 경전반도 신청을 했다. 온라인 불교 대학이 그러했듯이 경전반도 온라인으로 열리는 것이 처음이라 개설이 될지 안될지가 불확실했지만, 다행히도 충분하다 못해 조금 넘치는 인원이 모집되어 오늘부터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법륜 스님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내는 불교 대학 수업과는 달리 경전반은 말 그대로 경전을 공부하는 수업. 그래서 수업 초반 10분 정도는 과연 내가 이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을지, 지금이라도 환불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심히 고민이 되었다. AD400년쯤 산스크리트어에서 한문으로 번역되었다는 한문본과 용성 진종 큰스님께서 번역하셨다는 한글 번역본을 동시에 보면서 정말 한 자, 한 자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하고 상세한 설명이 계속되었다. 백 년 만에 다시 보는 한자들 앞에서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다시 한자 공부하는 셈 치고 열심히 보자.’라고 생각하며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금강경이라는 건 대승불교의 경전인데 그중에서도 반야부 계열의 600권 중 하나라고 한다. 음…? 대승불교는 그간 불교대학에서 설명을 들어와서 알고는 있었지만, 반야부는 또 무엇인지, 또 그 아래에 600권이나 되는 경전이 있다니, 그럼 또 다른 경전도 수없이 많이 있다는 것이겠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우리는 이번 경전반을 통해 수많은 경전 중에서 단 2개를 공부할 예정이지만, 스님들은 그 많은 경전을 다 공부하시는 것인가. 어휴, 나 같으면 절대 못하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세계 3대 성인 중 한 사람인 부처님의 지혜가 담긴 경전이 한 평생 다 공부해도 모자랄 만큼 많이 있다니, 지루할 틈 없이 끊임없이 배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금강경의 시작은 부처님이 밥때가 되어 걸식을 하고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금강경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법륜스님의 설명을 통해 부처님 시절 당시의 걸식을 하던 자세한 모습에 대한 묘사를 들을 수 있었다.



부처님이 살아계시던 당시에 걸식을 하는 데에도 원리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 옷을 갖춰 입고 발우(그릇)를 들고 간다. 즉, 옷을 입음으로써 예의를 갖추고 그릇을 챙겨감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성안으로 들어설 때에도 다들 부처님의 뒤를 따라 줄을 지어서 순서대로 움직였고, 부처님이 제일 안쪽에 있는 집으로 가면 순서대로 다음 골목의 좌우로 나뉘어 걸식을 하러 갔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가장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와 또 줄을 맞춰 질서정연하게 돌아온다. 그리고 한 번에 최대 일곱 가구를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즉, 일곱 가구를 다 돌았는데도 아무 음식도 얻지 못했으면 다른 집으로 또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빈 손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그럴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찾아간 집주인이 나에게 비난하는 마음이 있거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주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럼 나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깊이 반성하고 수행하는 마음으로 끼니를 굶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그 집도 사정이 넉넉지 않아 음식이 없어서 못 나누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함께 하는 마음으로 같이 고통을 감수한다. 걸식을 할 때에도 집 앞에 서서 무언가를 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가만히 서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을 본 이가 마음을 내어 무엇이라도 나누어 주면 감사히 받고, 또 아무것도 안 주었다고 하더라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들의 인생이고 그들의 결정이기에 참견하지 않고 미운 마음 없이 조용히 물러난다. 무엇을 받고 싶다는 욕구도, 받을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조바심도, 받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서운함도 없다.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무엇이든 감사히 받고, 받지 못해도 감사하며 때가 되면 나타나고 또 때가 되면 돌아간다. 음식을 받았을 때에도 절대 제자리에서 허겁지겁 먹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고 수행하는 곳으로 돌아와 다 함께 모여 예를 갖추고 또 공평하게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걸식을 한다는 것의 이미지라는 게 사실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 당시에도 좋아 보이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속에 바른 원칙과 경건한 마음가짐이 들어섰을 때에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불교에서 걸식이라는 것의 진짜 의미는 이런 것이구나, 이런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도 배울 점이 가득해 보였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것들을 얼마나 당연시 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어리석게 분별해 왔었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바라는 마음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구독자수가 많았으면 좋겠고, 공감도 많았으면 좋겠고, 댓글도 좋은 댓글만 많이 달리기를 바라게 된다. 처음에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인간이라는 게 참 어리석어서 얻을수록 더 바라게 된다는 것이 맞는 말 같다. 그저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때가 되면 하고, 주어지는 것은 분별없이 고맙게 받으면 되고, 없어도 그만인 것을, 때 돼서 부지런히 글은 쓰지 못하면서 얼마나 숫자에, 그리고 과거에 집착해 왔는지.




그리고 평소처럼 걸식을 하고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있던 어느 날,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도 뛰어난 제자 중 한 사람인 '수보리'라는 제자가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 온전히 깨어있는 것이다.

일상에 깨어있기… 일상에서 깨어있다는 건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설거지를 하고, 미래의 일만 걱정하고 대비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물을 마실 때에는 물을 마시는 데 집중하고, 운동할 때는 운동에 집중하고, 내 일상의 내 행동들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그동안 나름 혼자서 명상도 많이 하고 마음 챙김도 해오면서 배운 거라서 수업을 듣기 전에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잘되는 부분도 있지만, 되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뇌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여러 번 밝혀졌는데도, 나는 아직도 멀티태스킹을 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독일 뉴스를 틀어놓고는 그것이 공부라고 위안을 얻지만 설거지하는 시간만 늘어나고, 들은 뉴스 중에 제대로 머리에 남는 것은 없다. 밥을 먹을 땐 늘 무언가 영상을 틀어놓고 봐서 음식의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그저 위에 쑤셔 넣는 일이 태반이다. (정말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맛을 음미하느라 드라마도 보기 싫어진다! 이런 경험은 딱 한 번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잡생각에 휩싸이는 건 너무 흔한 일이다. 이런 일상에 깨어있기를 부처님은 본인이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몸소 실천하셨다. 주위에 부처님을 따르는 각 나라의 왕들, 부자들도 아주 많았으니 밥을 손쉽게 얻어먹는 것도 호화로운 곳에서 지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늘 때가 되면 손수 옷을 차려입고 직접 걸식을 하러 가고, 돌아오면 함께 나누고, 먹을 때는 먹고, 먹고 나면 치우고, 치우고 나면 자리에 앉아 수행을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쳇바퀴 굴러가듯 답답해 보이고 내가 오늘 먹을 밥을 얻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부처님의 하루 일과. 단순하기 짝이 없어보이지만 그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까지 깨우치게 만드는 삶이라니.








불교 대학에서 처음 막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나도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불교를 배우면 배울수록 부처님처럼 되고 싶다는 건 바라지도 않게 되었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기에,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 하나는 정말 명확하게 배웠달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교를 공부하게 되는 건, 조금씩 조금씩 편안해지는 내 마음이, 행복해지는 내 삶이, 느껴지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 넓고 커다란 지혜를 배우다 보면 내 삶이,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의 삶이,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단순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부처님의 하루 일과가 단순하고 지루한 일들은 미루기 바빴던 나를 마음 깊숙이 반성하게 했다. 이제 앞으로 일주일 동안 눈이 떠지면 일어나고, 일어났으니 씻고, 밥 먹을 땐 밥을 먹고, 밥을 먹었으니 앉아서 공부를 하고, 일할 때가 되면 일을 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해가 뜨면 햇볕을 쬐고, 내 걸음을 느끼고, 내 목소리에 깨어있는 그런 일상에서 깨어있기를 실천해야 한다.







당신은 오늘 하루 얼마나
깨어있었나요?













글: 노이

커버 이미지: Photo by wilsan 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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