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다가 나는 그래도 꽤 인복이 넘치는 타입이었나보다, 하고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릴 때는 모든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누구든 스스럼없이 가까워졌고, 허물없이 내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자주 보든 드문드문 보든 언제봐도 반가웠다. 친구를 사귀는데에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고 친구때문에 크게 속상하거나 상처받은 적도 별로 없다.
대신 연애를 가장한 이별에 늘 마음 아팠다. 자주 또 금방 사랑에 빠지고 실망하고 헤어지는 내 이야기를 아무 불평없이 늘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던 고마운 사람들.
나는 그런 내가, 또 그런 내 인연들이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한국을 오래 떠나있어서인지 나이가 든건지 이제는
자주보는 횟수에 따라 달처럼 기울었다 찼다가 하는 인연과 그래도 그 중에 태양처럼 늘 한결같이 날 비춰주는 인연이 보인다.
그리고 나도 점점 변해간다.
이제는 새로운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조금만 덜어놓고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은 조용히 바람처럼 스쳐보내게 되었다.
각박한 세상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거나 누가 들어도 충격적인 사건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내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늘 문제 없던 내 우정 전선은 사실은 많은 부분 내가 참아온 까닭이기도 했다.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그 시간들이 좀 억울해졌다. 그래서 좀 더 이기적으로 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실수로 누군가를 실망시키기도 하고, 좋던 인연들이 떠나가기도 했지만 태양같은 인연들은 내가 변해도 그 모습도 그대로 바라봐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