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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Feb 21. 2017

행복하기 무섭게 찾아온 불안

 오늘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바로 전에 올린 글이 '어제도, 오늘도 행복'이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묻고 싶어 질 것이다. 나도 그랬다. 어디서부터 이 먹구름이 시작되었는고 곰곰이 생각하니, 어젯밤부터였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에 대해 고심하던 중 오랜만에 타로를 보았고, 그 김에 올해 내 독일 생활이 어떨지 점쳐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인간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그동안 은근슬쩍 알면서도 모른 척 해왔던 '고쳐야 할 나의 단점'들이 언급되었다. 급작스럽게 불안과 무기력이 나를 덮쳐왔다.



행복이 밀려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는데, 그 먹구름은 아마도 자는 내내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 것 같았고 일어나서도 멈추지 않고 바로 이어졌다. 오늘은 아주 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집으로 놀러 올 예정이었기에 얼른 집을 환기시키고 청소기를 돌리고 싶었지만, 이 먹구름을 도저히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아침을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에 노트북을 붙잡고 일단 해야 할 과제 같은 것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하여 줄 약속을 잡고, 맥북 캘린더에서 구글 캘린더의 일정 추가가 왜 안되는지 검색하고, 과외에 쓸 새로운 과제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그렇게 심각하게 할 일들이 아니었고, 오히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나의 온몸은 온통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평소에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들었을 법한 피아노의 선율마저도 갑자기 구구절절 슬피 우는 이별 노래처럼 들렸다.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무기력함이 언제 찾아온지도 모른 채 허우적대기 바빴지만,
지금은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한 없이 무기력하게 보냈던 함부르크에서의 1박 2일이 떠올랐다. 충분히 반복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지금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수영도 못하는 녀석이 또다시 답도 없는 질문의 바다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나는 항상 좋은 습관이 '왜' 좋은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통해서 깨닫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생각을 할수록 긍정적인 에너지가 모여든다는 말을 '뜻은 이해하지만 진심으로 믿을 수는 없었던' 시기에,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수록 끊임없이 구멍을 파며 깊어지던 부정적인 생각의 반복'을 경험하면서 몸으로 느꼈다. 


'아, 반대도 가능하겠구나'라고. 


 그게 한 8년 정도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몸으로 느꼈다고는 해도 실제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 했던 경험은 '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들어야 하는가' 혹은 '왜 행복한 기분으로 잠들어야 하는가'였다. 자기 전, 감사 일기를 쓰라고 하는 일은 그냥 들었을 때는 매우 사소하게 느껴진다. 감사 일기를 적어도, 적지 않아도 별로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이번 주의 3박 4일간 겪었던 이 느낌이 다시 한번 내 등을 떠밀었다. 이전 글에서 쓴 것처럼 이번 주 중 2일은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고, 그다음 날은 아주 아주 기분 좋게 일어났다. (심지어 평균 수면시간보다 잠을 덜 잤는데도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러다 어젯밤에는 위에 적은 것처럼 잠자는 순간에 슬쩍 고개를 내민 '불안'과 '무기력'이라는 친구가 다음 날까지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괴롭힌 것이다. 친구와의 수다를 통해 극복해 내었지만,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었던 무기력함이었다.

 예전에도 겪었을 법한 일인데, 왠일인지 이번엔 더 또렷하게 인식을 할 수 있었다. 마치 잠시 떨어져서 내 삶을 지켜보는 것처럼. 그리고 의식적으로 감사 일기를 쓰는 일이 '나의 내일을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실질적인 자극제'가 된다고 몸소 체험한 기분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쳤고, 드디어 오늘 모두와 함께 감사 일기를 쓰고 나눌 수 있는 모임의 스타트를 끊었다.


내가 좋아하는 명언 중 하나를 공유하면서 끝내고 싶다. 한 번쯤 봤던 말이라도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길.





“Every day may not be good...
but there's something good in every day”

Alice Morse Earle

매일이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좋은 것 하나쯤은 늘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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