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 12주차를 마치며
전에도 잠깐 브런치를 통해 소개했던 책, ‘아티스트 웨이’.
모든 사람들이 아티스트라고 믿는 작가의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
그저 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을 직접 실천해보는 것이 이 책의 진짜 목적이다.
기간은 총 12주.
짧다면 짧고, 또 길었던 세 달이 흘렀다.
맨 처음 이 책을 읽었던 것은 대략 2016년쯤이었다. 그 때 나는 하루하루를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불태우는 직장인이었고,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이 이 책을 손에 쥐었었다. 하지만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던(또는 그렇게 믿었던) 나에게 책을 읽고 그것을 매주 실천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고, 4년이 지난 올해 2020년 3월 1일, 이번에는 함께할 사람들을 몇몇 모아서 다시 도전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완벽하지는 않아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지난 12주 동안 매주 기록했던 생각들을 간단하게 모아본다.
(원래는 매주 느낀 점을 매우 길게 썼었지만, 다 모으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주요 내용만 모아서 간추렸다.)
2020년 3월 8일, 1주차 과제를 마치고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모닝 페이지는 일주일 중 6일을 썼다. 모닝 페이지를 쓰기 전에는 항상 뭐가 나올지를 모른다. 원래 생각없이 글을 쓰는 편이기는 해도 최소한의 주제나 목적을 가지고 쓰는 다른 글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글을 ‚00을 써야지’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가지를 쳐내려가는 글이라면, 모닝 페이지에서 쓰는 글은 그냥 엎질러놓은 물 같다. 일단 병을 엎지르면 (글을 쓰기 시작하면) 물은 아무 곳으로나 흘러내려 간다. 그러다 어느 곳에 보이지 않았던 구멍이 보인다. 그 곳으로 물이 흘러들어간다. 가까이 가서 구멍을 파보면 나도 묻어 놓고 잊어버렸던 내 상처가 보이기도 하고, 보물 상자가 나오기도 한다.
2020년 3월 15일, 2주차 과제를 마치고
요즘은 코로나에 대한 생각이 머릿 속에 너무 강하게 박혀서 다른 일에 집중이 잘 안된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아이디어를 몇 가지 얻었다. 하지만 실행은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보다 더 재밌는 일을 이미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닝 페이지 외의 다른 과제들을 벼락치기 했던 지난 주와는 달리 이번 주는 미리미리 성실히 다 실천했다. 그래서인지 수요일에는 하루 24시간 내내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내 분신이 있어서 이 모든 순간을 다 바로바로 글로 써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저녁에 하루의 그 기분을 다 브런치에 쓰고 자고 싶었는데 다음 날이 비자 상담 받으러 가야하는 날인걸 깨닫고 (현실자각) 거기 집중하느라 그 창조성이 다 사라졌다. 한 번 지나간 건 다시 살리기가 좀 어렵다.
2020년 3월 22일, 3주차 과제를 마치고
이번 주에는 실천 과제가 좀 재미있는 주제여서 그 부분을 남겨본다. (아티스트 웨이의 실천 과제 중 많은 부분이 어떤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답을 쓰는 것이다)
(질문1. 어릴 때 내가 멋지게 해낸 일 5가지는?)
내가 쓴 답.
1) 길을(정확히는 주인을) 잃었거나 다친 동물을 잘 도와주고 돌봐주었다.
2) 불의에 굴하지 않고(?)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남학생들을 혼내주었다.
3) 친구들이 편을 나누어 싸울 때면 늘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중심을 지켰다.
4) 운동 신경이 좋아 음악 줄넘기 시범조로 뛰었다.
5) 춤, 노래에 능했다. (능했다고 쓰고 혼자 빵 터짐ㅋㅋ)
(아마도 이 3주차 주제가 내게는 제일 재밌었고, 그래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느꼈었는데, 이 주에 예전에 적었던 ‘독일 마트 이웃에게 마스크 나눠줬던 경험’에 대한 글을 브런치와 독일 유학생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많은 공감과 댓글을 받아서 행복했었다. 너무 행복해서 일일히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달 수 없을 정도 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 순간은 선명하다. 사람들이 내 글에서 위로를 얻고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래서 글을 쓰는구나’라고 느꼈었다.)
2020년 3월 29일, 4주차 과제를 마치고
4년 전 처음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실천했을 때는 ‘글쓰기’에 대한 내 장벽이 무너졌다면, 이번에는 ‘그림 그리기’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는 기분이다.
4년 전 아티스트 웨이를 하기 전까지 나는 내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한 적이 없었고,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 때 그 벽을 깨고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내 인생에서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번에는 아티스트 웨이를 하면서는 계속 그림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그림은 공개할만큼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그려서 개인 sns에 올릴 만큼 마음이 열린 것도 내게는 큰 변화였다.
2020년 4월 5일, 5주차 과제를 마치고
어제 모닝 페이지를 쓰다가 문득 깨달았다. 책에서는 3쪽씩 쓰라고 하지만 그것은 영어를 기준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고, 한글로 쓰면 3쪽을 채우는게 영어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언어 구조적으로...)
그래서 30분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쓰는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월요일에 함부르크에 진짜 귀한 눈이 펑펑 왔다. 처음에는 자잘한 눈비였는데, 함박눈이 더 좋지만 이것도 좋아라고 행복해하며 걷는데 나중에 정말 함박눈이 펑펑펑펑펑펑펑 쏟아져서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 혼자서 계속 감탄사를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티비 같은데서 보면 느끼하게 생긴 부잣집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는 걸 보면 이해가 안갔는데, 함박눈을 보며 탄성을 내뱉는 내 모습이 그 모습 같았다. 그 기분이 처음으로 이해가 갔다. 내가 가장 순수하게 행복할 때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 있는 순간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고 감탄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딱히 특별한 동시성은 아닌데 이런 일이 있었다. 전날 분명히 평소보다 매우 늦게 잤는데 다음 날 알람도 없이 눈이 일찍 떠졌다. 눈뜬 김에 모닝 페이지를 쓰려고 앉았는데 쓰다보니 얼굴이 따뜻한 기분이 들어서 옆을 쳐다봤다. 오른쪽 방향에 있는 창문의 커튼, 그 15센치 남짓 되는 틈 사이로 정확히 해가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모닝 페이지를 적으니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한 시간도 아닌데 그 시간에 눈이 떠졌고 그 때 해가 그 틈새로 나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는게 우주가 보내는 메시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내 편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하는 느낌.
2020년 4월 12일, 6주차 과제를 마치고
- 토요일 아침 갑자기, 아티스트 데이트(혼자서 자기 자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을 뜻하는 아티스트 웨이식 표현)로 뭘할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90년대에 유행하던 가요의 안무를 따라추고 싶었다. 늘 한번씩 재미로 해보고 싶었는데 귀찮아서 미뤄오던 일이었다. 노래방에서 가장 머리에 꽃 단 것처럼 놀 수 있는 노래의 안무... 바로 떠올랐다. DJ DOC의 런투유. 그러니까 나는 오늘 아침에 눈뜨자마자 양치하고 세수하고 바로 DJ DOC의 런투유를 신나게 췄다. (ㅋㅋ) 의상도 가능한 섹시한 의상으로 입었다. 돌려보려고 영상으로도 찍었다. 바운스 바운스 바운스를 하면서 이미 빵터졌다. 웃긴 걸 봐서 웃는게 아니라 혼자서 무언가를 하면서 이렇게 소리내서 크게 웃어본 적이 몇 번이나 되던가. ㅋㅋㅋ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 이번주는 절반은 놀고, 절반은 다시 생산 모드에 돌아갔는데 예전만큼 불안해하며 놀지 않았다. 오히려 놀고 쉬는 그 시간을 진심으로 창조성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그랬더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생산 모드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하지 않고 늘어져 있으면, 늘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창조성 회복을 위한 시간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나는 '더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 라고 적었다면, 이번에는 '돈을 버는 일에 있어서 더 당당해져야 한다.'고 적었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부분.
2020년 4월 19일, 7주차 과제를 마치고
(이 주에는 후기를 남기는 방법에 변화를 줘보고 싶어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가볍게 영상으로 만듬)
2020년 4월 26일, 8주차 과제를 마치고
이번주에 과제를 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난 7주간 했던 일들의 효과가 일상에 조금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순간 순간 마주하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예전엔 이런 순간을 깨닫지도 못했다) 짧게라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좋은 활력이 되어준 듯 하다.
예를 들면, 평소에는 아보카도를 예쁘고 길쭉하게 잘라서 빵위에 올려두는데, 어느 날 아침은 시간이 없어서 대충 숟가락으로 막 펐다. 그 모습이 마치 녹차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퍼둔 것 처럼 예뻐서 식빵 위에 예쁘게 올려놨다가, 귀여워서 호박씨랑 검은 밥알을 이용해서 데코를 했다. (원래 요리할 때 비주얼에 신경 거의 안 쓰는 편)
그래서인지 더 재밌었고, 인스타에 올렸을 때 주위 반응들도 재밌었다. 난 토끼라고 생각했는데 오리너구리 같다는 친구와 악어 같다는 언니의 댓글을 보면서 나의 이 작은 행동이 내 지인들에게도 잠시나마 창의적으로 자극이 되어준게 아닐까 생각했다.
2020년 5월 3일, 9주차 과제를 마치고
- 비슷한 느낌으로 글을 쓰는 것 같은데도 어떤 테마로 쓰느냐가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꾸준히 쓰고 있는 것이 아침에 쓰는 모닝 페이지와 저녁에 매일 하루를 정리하는 5줄 일기를 쓰는 것인데 중간에 감정 일기를 쓰는 것도 하루 정도 했었다. 이 3가지가 모두 나에게 각각 다른 면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글쓰기의 힘’이라고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치 친구에게 털어놓아도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이 위로받는 것처럼 머릿 속에서 아무리 이해하고 정리해도 계속 찝찝하던 일들이 글로 쓰니까 더 확실히 정리되고 위로받는 기분. 아침에 아무 걱정 없는 상태에서 쓰는 글도 중요하지만,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정리하는 글을 써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한 주.
- 9주차 내용이야말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나는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청난 두려움을 게으름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다. 지금 준비하는 독일어 시험만해도 그렇다. 매일 공부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답답해서 처음으로 과외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때 명확히 깨달았다. 나는 시험 대비용 공부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 편하고 즐거운 공부만 해왔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명확히 시험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는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뜯어보니 이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 모의 고사를 푸는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 때부터 독일어 공부에 대한 현실 자각 타임이 오면서 공부에 아티스트 웨이 실천이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2020년 5월 10일, 10주차 과제를 마치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이해는 하면서도, 몸과 마음은 잘 따라주지 않아 답답하다. 그 속에서 확실히 창조성이 많이 막혀있는 기분이 든다. 특히 이번주는 일중독 등 중독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였어서, 더 뚜렷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공부에 중독된건 아니지만 거의 그만큼 지금 공부에 지나치게 모든 신경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어딘가 가슴 속이 꽉 막힌 기분이다. 하지만 긴장을 풀면 또 이도저도 아닌 채 시험이 코 앞에 다가올까봐 두렵다.
2020년 5월 17일, 11주차 과제를 마치고
11주차 본문 앞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동요했다. 위로를 받은 것도 같고, 속마음을 들킨 것도 같고, 작가가 내 삶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같았다. 글을 쓰지 않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행복하다면 제발, 그러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서 눈물이 핑 돌더니, 지금도 울컥 울컥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잔잔히 고여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위한 시간을 내지 못하는 건, 내 자신에게 하는 가장 큰 거짓말이라는 걸 나는 안다. 나를 위해 하루에 단 한 시간도 만들 수 없다면, 그건 내가 지금 내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니라 남의 삶을 살아주고 있다는 반증일 뿐.
2020년 5월 24일, 12주차 과제를 마치고 (마지막)
이번주에도 10주차 때와 비슷한 심리적 땅굴 파기 시간이 찾아왔었다. (아니 좀 더 심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마음이 힘들었을 때 느끼곤 했던 감정과 생각, 부정적인 마음가짐, 회피하고 싶은 마음, 자책 등의 가능한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한 번에 덮쳐왔다. 이제는 그런 모습은 다 과거라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고 모든 걸 다 칼같이 끊고 한국으로 돌아갈 뻔 했는데,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너무 충격이 컸는지 다음 날 까지도 가슴 속이 얼얼한 기분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셋째날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나를 다 내려놓을 것 같았던 그 시간 속에서 ‘이런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야’ 라고 내 자신을 조금은 분리해서 볼 수 있었다. 왜냐면 다 포기하고 싶은 그 와중에도 지난 11주 동안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면서 순수하게 행복해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티스트 데이트를 통해 진짜 내 모습을 짧지만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것이 이렇듯 내게 위기가 왔을 때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힘이 되고 훈련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이 무너지고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모닝 페이지를 정기적으로 쓰지 않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조금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너무 멀쩡하던 내 심리가 갑자기 무너진 것은 모닝 페이지를 적지 않고 아티스트 데이트를 그만 둔 것, 그 외 모든 내가 하고 싶던 일들을 모두 임시로 중단하고,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독일어 공부에 쏟겠다고 결정한 뒤부터 모든 게 틀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많은 일을 하는 것은 나쁘지만, 공부를 많이 하는 건 좋은 거니까, 그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거니까 공부를 위해서라면 나를 돌보는 일 정도는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 어리석었다. 일이건 공부건 다 똑같았고, 나에겐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심리적으로 너덜너덜해진 한 주였지만, 덕분에 ‘내 자신을 돌보는 일(아티스트 웨이식으로 말하자면 내 안의 창조적인 자아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하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 살면서 무슨 일이 생겨도 꼭 매일 반복하는 ‘나를 돌보는 습관’을 정착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삶의 지침을 얻은 기분이다.
마지막주는 원래 모닝 페이지도 거의 적지 않았고, 특별히 책을 따라서 뭔가 실천한 것도 없어서 후기를 적지 않고 그냥 비디오콜 때(3주에 한 번씩 함께하는 분들과 영상통화로 느낀 점을 나누었다) 전체 느낀 점을 나누려고 했지만, 오늘 아침 준비를 하다 말고 문득 내가 참 마무리를 잘 못짓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후기를 적어보자고 결심하고 한 주를 되돌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실천율이 저조했던 마지막주가 가장 값진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아침에 글을 쓰는 일과 순수한 내 자신으로 돌아가 그저 삶을 즐기던 그 작은 순간들.
그 순간 순간의 기쁨도 크지만, 사소해보이는 그 일들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멈추었을 때 내 마음이 어디까지 바닥을 칠 수 있는지, 바닥을 치면서도 좋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어떻게 다시 돌아올 수 있었는지를 머리로 이해한 게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아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경험일 뿐, 모닝 페이지도 아티스트 데이트도 실천 과제도 읽는 사람들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각각 다르게 작용한다. 그것이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완결이 지어지는 열린 소설책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여러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결말이 달라지는 소설책을 하나 다 읽은 기분이랄까.
독일어 시험이 잘 마무리 되면, 또 한 번 이 책과 함께 3개월을 보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