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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un 21. 2020

코로나와 함께 하는 독일에서의 하루하루




오늘도 적당히 일찍 일어나 적당히 아침을 먹고 카페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제에 이어 날씨가 아주 좋았고, 날씨에 맞춰 내 기분도 한껏 달아올랐다. 개인적으로 함부르크의 겨울 날씨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싫고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화창한 날이 더 좋고, 기분이 날씨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아침이었다. 요며칠 몸상태가 좋지 않다가 오늘부터 다시 컨디션을 회복한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지하철역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지하철은 타지 않았다. 월 정기 티켓은 일시정지된지 오래되었고 가능하면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고 있다. 고맙게도 함부르크 사람들은 대중교통 안에서나 가게 안에서 마스크를 잘 착용해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확진자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하루에 4명, 5명씩은 나오고 있다. 듣기 공부를 할 겸 오늘도 독일어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 괴팅겐에서 한 아파트에서 102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건물 전체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조금 잠잠해지나 했더니 독일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독일에 온 첫 해부터 잘 이용하고 있는 시티 자전거를 하나 빌렸다. 요즘 서울시 따릉이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함부르크 따릉이는 3년전 서울시 따릉이보다 훨씬 빌리기도 좋고 이용하기도 편하다. 생활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이 뒤쳐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훌륭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시티 자전거. 다만, 원래는 30분까지 완전 무료였던 게 올해부터 연회비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연회비는 5유로. 그러니까 우리나라돈으로 약 7천원을 내면 1년 내내 언제든지 30분 동안은 무료로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남들보다 2배는 느리게 달려도 20분이면 센터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사는 나에게는 찰떡 같은 시스템이다. 다만 요즘 변한게 있다면 자전거를 타기 전후 꼭 소독제를 칙칙 골고루 뿌려준다. 빨리 내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켠에 품고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내 ‘어떤 카페’를 갈까 고민했다. 후보가 3군데인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매일 아침 고민을 한다. 그러다 문득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뭘 이런 것까지 매번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걸까. 그냥 아무 카페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거기만 주구장창 다녀도 될법한데 오늘 문득 느낀 거지만 아무래도 나는 한 가지를 끈덕지게 못하는 성격만큼이나 카페나 식당도 한군데만 반복적으로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늘 새로운 곳만 가는 것은 아닌데 단골도 여러개를 만들어둬야 하고 (골라갈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새로운 곳을 아주 가끔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오늘은 그 고민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획을 세워보려 한 적도 있었다. 이 날은 이렇게, 저 날은 저렇게. 그런데 그것도 잠시다. 나는 그 날 아침의 내 ‘직감’을 따라 움직여버리고야 만다. 이런 성격의 내가 어릴 땐 어떻게 그렇게 남들의 의견에만 맞춰 살았나 싶다.











11시 15분 전 쯤 호수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는 한산했다. 호숫가가 내려다보이는 2층 명당 자리를 잡았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독일 카페의 코로나 제한이 풀렸다고는 하나 그것은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는 것일 뿐, 지금도 제한을 두고 있다. 모든 카페는 기존의 절반 또는 그 이하 규모의 손님만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치우거나 의자를 치우거나 하며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있다. 이 스벅만 하더라도 입구에는 손청결제가 놓여져 있고, 혹시나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오는 손님에게는 직원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다이렉트로 이야기한다. (아마 손님이 강력하게 거절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듯) 실제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온 손님이 두 명 있었고 직원이 바로 마스크를 써줄 것을 요청했고 그 사람들은 마스크를 안들고 왔는지 난감한 표정.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는 상황. 결국 그들은 다시 카페 밖으로 나가야 했다.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할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코로나 경고앱 홍보가 눈에 띄었다. 독일 정부에서 공식 출시한 코로나 경고앱이 드디어 나왔는데, 개인 정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한국의 방식대로 하려다가 다시 익명의 블루투스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개인 정보 입력은 전혀 없고 암호화된 코드만 오간다고 해서 일단 다운은 받았지만, 뭐랄까 기분이 묘했다. 한국에 이런 앱이 있다, 그런 말들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실제로 이런 어플을 받고 보니 정말 코로나가 우리 옆에 있구나, 한층 더 실감이 나는 느낌이랄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다운을 받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모두를 위해서 받기로 했다.




독일에서 최근에 출시한 코로나 경고앱





물론 이 앱 하나로 완벽히 코로나를 차단할 순 없겠지만 방어벽을 한 겹 더 단단하게 세우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던 습관처럼 이제는 매일 코로나 경고앱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혹시나 코로나에 걸리면 어떡하나 생각하면 두렵지 않은데도 두렵다. 보험이 들어있긴 하지만, 사실 내 보험이 코로나 관련 치료를 커버해줄지도 아직 잘 모르는 상태다.





어떤 친구 커플은 4월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코로나로 연기가 되어서 7-8월쯤 다시 여행을 간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에도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므로 친구의 여행 비용에 한 가지가 추가가 되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은 여행객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100유로 정도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만약에 양성이라면 아이슬란드에서 2주간 격리 생활을 해야한다고 했다. 다행히 그 부분은 아이슬란드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듯 했다. 혹시 모를 격리 사태에 대비해서 친구는 원래라면 들고가지 않았을 노트북을 챙겨간다고 했다. 부디 무사히 여행하고 오길.




그 얘기를 들어서인가 꿈에서 여행하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는 코로나가 다 끝나있었고 오랜만에 여행하는 기분은 정말 자유롭고 행복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그 꿈이 현실이고, 지금 이 현실이 꿈이면 좋겠다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이제 매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마스크 쓰레기가 걱정되서 마스크를 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곳은 대부분 천으로 된 마스크를 만들거나 사서 쓰는데, 내 친구 중에는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서 내게 줄 만한 친구는 없고, 스스로도 손재주가 없어서 사보려고 했지만, 보통 천마스크 하나당 7천원에서 많게는 만원, 이만원도 넘어갔다. 매일 빨아서 써야하니 넉넉하게 7개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치면 꽤 부담이 가는 금액이다.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천마스크를 저렴하게 파는 곳을 추천해줬다. 2만원쯤 되는 금액에 10개 정도를 살 수 있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천마스크로 되겠냐며 불안해하겠지만, 천마스크도 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함부르크는 대부분이 천마스크나 얇은 일반 마스크를 쓰는데, 그래도 꽤 오랫동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마스크를 쓰는가보다는 얼마나 규칙을 잘 지키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나도 그 날의 일정에 따라 일반 마스크와 높은 등급의 마스크를 섞어서 쓴다. 94등급 정도의 마스크는 한국에서 가족들이 두어달에 한 번 정도 보내주는데 그 갯수에 제한이 있다. 또 마스크 외이 다른 물건을 같이 보낼 수도 없어서 온전히 마스크만을 위해서 비싼 국제 배송비가 나가는 중이라 고이고이 아껴서 쓰려고 하는 중이다.










다행히 함부르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쓰기나 안전거리 수칙 등을 잘 지키고 있지만, 얼마전에 방문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음식을 서빙하던 한국 카페가 마음에 계속 남는다. 현지 카페였으면 아예 나와버렸겠지만,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간 것이라 일단 먹고 나왔다. 하지만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었다. 독일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은 의무이고 특히나 음식을 서빙하는 직원들은 무조건 써야한다. 지금까지 많은 곳을 다니진 않았지만 내가 다닌 카페 중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서빙하는 곳은 거기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깜빡했겠지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두 번, 세 번 반복되었고 급기야 손님으로 온 한국 꼬맹이들과 끌어안고 부대끼며 놀아주기까지 했다. 친한 손님들인 것 처럼 보였지만, 여러 손님을 상대하는 직원으로서 그런 행동은 아이들에게도 위험하고 손님들에게도 위험한 행동이지 않나, 걱정이 되고 내 마음도 불편했다. 불편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들은 카페 주인의 일손을 덜어주려는 듯 하나 둘씩 부엌으로 들어가 그릇을 닦아주기도 하고, 정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마스크는 쓰지 않았고, 그래도 손은 씻었기를 속으로 바랄 뿐이었다. 아이들이 카페 안에서 100미터 달리기 하듯 질주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건 옵션이었다. 독일 친구들이 아이들의 뜀박질에 깜짝깜짝 놀랄 때마다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건 왜 내 몫인건지. 어느 나라를 가든 매너가 없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그 부끄러움은 배가 된다. 아마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겠지. 음식은 맛있고 친절하긴 했지만, 코로나까지 공유하고 싶어하는 카페는 사양하고 싶다. 지금은 불쾌한 이 기분이 나중엔 최소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부디 그 카페에도 나에게도 그 곳을 방문한 손님들에게도 아무 일이 없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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