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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Sep 12. 2020

어느 하나 똑같은 날이 없다

내 방구석 100일 표류기 5/100



내 방구석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는 바로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이 노을이다. 그렇게 탁 트인 전망은 아니지만 정면에 서있는 집이 나름 운치있고 예뻐서 꽤 좋아하는 풍경이다. 어떤 날은 그냥 그런 하늘일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너무 예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핸드폰을 집고 달려나갈 만큼 아름답다. 자연이 매력적인 까닭은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것이 사실은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기 때문이라고 종종 생각하고는 한다. 어떤 날은 주황색, 어떤 날은 보라색, 어떤 날은 하늘색, 어떤 날은 회색. 색깔 뿐만이 아니다. 그림으로 한땀 한땀 그려놓은 듯 선명한 뭉게 구름, 물흐르듯이 하늘에 수놓아진 날개 구름, 구름은 구름인데 그 어떤 날도 똑같았던 날은 없다. 어쩌다 늦은 새벽까지 잠못드는 날 이쪽 하늘을 바라보면 보고 또 봐도 아름다운 보름달이 걸려있는 날도 있다. 그 달의 모습조차 자세히 보면 어느 하나 같을 때가 없다. 그렇게 이 풍경을 사랑하고 나서부터는 비가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물건이 마음에 든다면, 내가 어디를 가든 가지고 가면 그만이지만 이 집만이 가지고 있는 이 풍경은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가치있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매일 별볼일 없어 보이고 똑같아 보이는 내 인생도 좋은 날도 힘든 날도 그 나름대로 어여쁘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집을 오가던 학창 시절이나 야근을 하느라 대부분 회사에서 내 하루를 보내고 집에선 씻고 자는 일이 거의 전부였던 쳇바퀴 같던 그 삶도 사실은 어느 하루 하나 똑같은 날은 없었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두 똑같았던 적은 결코 없었다. 그래서 자칫 흔해 보이는 내 일상도 사실 하나뿐이고 소중하고, 또 소중하고 그렇다. 당신의 일상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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