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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Feb 23. 2017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당신의 하루는 무엇으로 채워지나요?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음, 아니 그건 좀 우울해 보이는데... 다른 표현이 없을까?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 














오늘은 겨울비가 자박자박 내리는 날. 






나는 비가 오는 날은 웬만하면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 안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또 막상 나가서 걸으면 그 나름의 운치도 좋아하지만, '집에서 밖으로 나가기까지 결심'하기가 어려워진다. '나갈 기분'이 나질 않는달까. 





나가기 싫을 때, 나가지 않는 자유




행복한 백수로 사는 장점 중 하나이다.


요즘은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 아끼는 남색 패딩에 달린 커다란 모자를 뒤집어쓴다. 오늘은 바깥 일정이 3개가 있었지만, 그중 2개는 취소했다. 다행히 단 하나 남긴 약속 시간이 다가올 때 즈음엔 빗소리가 약해졌다. 



'다행이다, 우산 안 들고 가도 돼서'



오랜 시간 구석에 박아두었다가 최근 짐 정리를 하다 발견한 하얀색 비츠 바이 닥터드레 헤드폰을 끼고 독일어 강의를 들으면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간다. 헤드폰이 불편해서 사실 잘 끼지 않지만, 헤드폰을 꼈을 때의 조금 발랄하게 느껴지는 이미지가 좋다. 근데 공짜로 받은 거라 그런지 쿠션감이 좋지 않다. 정수리 주위가 눌려서 아프다. 낑.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만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기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저녁을 먹는 대신, 스타벅스로 향했다. 비 오는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꽤나 북적거렸다. 지인이 음료를 사주겠다고 하는 것을 말렸더니, 케이크를 사주겠다고 했다. 더 사양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눈 앞에 보이는 케이크로 골랐는데 '너. 무.' 맛있었다. (행복♥︎) 스타벅스 애플 시나몬 치즈케이크. 뜬금포지만 강력추천. 하나 더 사서 집에 갈 때 지인에게 주려고 했는데, 영업시간이 종료되는 그 순간까지 폭풍 수다를 떠느라 그만 주문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아쉬워라)




 오늘 만난 새 친구는 내 글을 많이 좋다고 표현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요즘 들어 나에게 자신이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진 것 같다. 칭찬을 받는 기분이라,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실제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아무렇지 않은 척 듣고 있지만, 내 척추를 누가 위로 잡아당기는 듯 뻣뻣해지고 자세와 표정이 어색해진다. 언제쯤 이런 일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익숙하다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니까.




벌써 10시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흘러간 시간'이 내 하루 안에 존재한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하루 내내 특별할 일 없었던 오늘 하루가 단 3시간 만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하루로 바뀌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을 내 하루하루에 많이 채워 넣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3시간의 이야기를 글로 다 옮기기엔 조금 벅차서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문장 문장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차 한 잔을 대접받는 것보다 좋은 대화 시간을 가지는 일이 더 기쁘다. (케이크는 예외)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는 나와 상대의 친밀도나 그동안 알아왔던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학, 앞으로 더 알아가고 싶은 영역


#'러너의 삶으로 살고 싶다' 이 친구의 언어적 표현들은 내 머릿속에 이미지로 전환이 잘 돼서 신기했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인데, 저 말을 듣는 순간 러너로서의 친구 이미지가 머릿속에 바로 그려졌다.


#혈연으로 맺어진 공동체보다 약속으로 맺어진 공동체가 진짜 공동체


#교육은 왜 필요한가? 더 나아가서, 교육이 필요한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평생의 과제일지도 모른다. 


#둘은 회사 생활 동안 상당히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나는 회사를 떠났고, 그는 회사에 남았다. 

  하지만 둘 다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은 분명히 바뀌었다. 

  결국 퇴사를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변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다. 


#달리기도 배워야 한다 (내 생각에 갇혀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몰랐던 것들)


#배움은 항상 즐거워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태도와 그걸 자신의 머릿속에 넣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거나 지식 축적의 목적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 그 자체를 듣고 나누는 것을 즐거워하고 존중하는 모습, 깨끗한 순수함. 곱씹어 보게 된다.


#대화할 때 내 이미지: 하얀 도화지에 쓱싹쓱싹 감칠맛 나게 연필선을 사용하듯 그려나가면서 받아들이는 느낌


#친구 이미지: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커다란 고목나무 같은 느낌. 그것이 결국 하나의 뿌리로 이어지는.

  나는 다양한 학문이나 분야가 하나로 통합되었을 때의 쾌감을 좇는다. 


#미학, 역사, 공동체, 교육, 라이프 스타일, 운동 - 3시간 안에 나눈 이야기의 소재들. 3시간의 이 대화가 마치 마인드맵을 그리고 논 것 같은 기분이다. '마인드 챗'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이미 있으려나? 뭐 어때.


#영어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나왔는데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하지 못해서 아쉽다. 


#공부못하는고3을위한방송 - 을 하고 싶다.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너무 자책할 필요없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일이 의식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일인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가만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있으면 쉽게 우울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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