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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Feb 22. 2021

바다 건너로 돈을 보낸다는 것



평소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살다가 유학을 가게되면 일상이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해외 송금.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내다 보면 아무래도 한국에서 독일로 돈을 송금할 일이 많아진다. 그 돈을 모두 환전해서 직접 들고 다녀야 했던 옛날 옛적 시절을 생각하면 요즘처럼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다른 나라까지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송금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수수료도 일반 은행 수수료와는 천지차이인데다 환율에 따라 최종적으로 받는 돈이 매번 들쑥날쑥이라 내일까지만 기다렸다가 송금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다가 오히려 갑자기 환율이 오르고, 돈은 필요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본 경우도 참 많다. 



일본과 미국을 오갔던 시기에는 씨티은행을 이용했었다. 워낙 세계적인 은행이라 어느 나라에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일에는 씨티은행이 없다고 했다. 아니, 다른 나라도 아니고 독일 같은 큰 나라에 씨티 은행이 없다고? 알고보니 그렇게 잘나가던 씨티은행도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를 정통으로 얻어맞아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철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은 기존에 쓰던 다른 은행을 이용하기로 하고, 독일로 넘어왔다. 문제가 생긴 건 독일에서 처음으로 어학 비자를 받던 때였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올 때는 미리 한국에서 재정 증명을 하고 비자를 받아서 오지만, 그 이후로 어학비자를 받으려면 독일에서 독일 은행을 통해 재정 증명을 해야 한다. 당장 내일 모레 외국인청에 갈 때 재정증명 서류를 들고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통장에 있는 돈은 재정 증명 기준을 충족시킬만한 금액이 아니었다. 그럼 돈을 보내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문제는 돈이 독일 계좌에 도착하기까지 2~3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그만 깜빡한 것이었다.




“송금받는 은행과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송금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로 송금했을 경우
2~3일(은행 영업일 기준) 정도가 지나면
송금받는 분이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 안내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고 해서 돈이 더 빨리 올 수는 없겠지만 괜히 다시 한 번 은행 페이지만 뒤적거렸다. 지금 당장 송금을 해도 외국인청에 방문하기 전에 돈이 제 때 도착할 수 없을 듯 했다. ‘미리미리 준비할 걸’ 이라는 후회조차 할 시간이 없을 만큼 시간이 급박했다.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굴렸다. 가장 빠르게 한국에 있는 돈을 독일에서 받을 수 있는 방법. 그 당시 내가 알던 지식으로는 ATM 인출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ATM기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고, 또 외국땅에서 그 큰 돈을 혼자 들고 걷다가 행여나 소매치기를 당하지나 않을까 벌렁거리던 심장의 느낌도 여전히 또렷하다. (유럽에서 소매치기 2번 당한 사람의 트라우마) 




어쨌든 다행히 돈은 무사히 가지고 독일 계좌에 입금까지 했고, 비자도 무사히 받았다. 그 뒤로는 미리미리 잊지 않게 달력에 적어두고 돈을 보냈다. 이제는 제법 환율도 체크하게 되었다. 하지만 꼭 내가 돈이 필요한 시기에는 환율이 올랐다. 유로 환율이 오를수록 내 손에 들어오는 유로 금액은 줄어든다. 또 실시간 환율이 반영되는게 아니라서 송금을 할 때 적용되는 환율도 신경을 써야한다. 그런 상황에서 매번 내야 하는 송금 수수료, 전신료, 중계 수수료 등등은 유학생 입장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모두 냈다. 하지만 최근들어 송금도 며칠씩 걸리지 않고 수수료도 은행 대비 훨씬 저렴하다는 해외 송금 서비스 유트랜스퍼를 알게 되었다. 해외 은행으로 이체를 하면 24시간 이내에 송금이 완료되고, 수수료도 시중 은행 대비 1/10이나 저렴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조금 의심스럽기도 했다. 나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저 회사는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은행보다 1/10이나 저렴한 수수료로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의문 투성이였다.






어떻게 큰 은행보다 빠르고 저렴할 수 있지?



그 의문을 풀고자 조금 알아봤더니 비밀은 바로 ‘핀테크’였다. 핀테크란 금융(Finance의 ‘Fin’)과 기술(Technology의 ‘Tech’)의 합성어로 금융권과 IT기술이 결합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사실 금융권에서 IT기술이 적용된지는 오래 되었다.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은행앱이 그렇다. 하지만 핀테크라고 하면 그보다 좀 더 혁신적인 기술들을 의미한다. 바로 24시간 내에 저렴한 송금수수료만으로 해외 송금이 가능한 유트랜스퍼의 기술이 특히 그렇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중 은행은 다른 은행들에게 ‘이 돈 좀 미국까지 전달해주세요.’라는 방식으로 다른 은행을 거쳐서 돈을 보내느라 수수료가 많이 나온다면, 유트랜스퍼와 같은 회사들은 여러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다이렉트로 송금을 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저렴한 수수료로 송금이 가능한 것이다. 보통 물건의 값이 너무 저렴하면, 부정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중간 노동력 착취로 이루어지는 가격대인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너무 저렴한 서비스나 물건은 경계하는 편인데, 유트랜스퍼의 경우는 기술적으로 비용을 절감한 케이스라고 하니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은 말끔히 해결되었다. 게다가 일단 돈을 보내고 나면 내 돈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기존 은행의 송금 방식과 달리 송금 진행 사항을 확인할 수도 있고, 지급이 완료되면 문자 및 이메일로 완료 안내까지 보내준다고 한다.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여도, 내 돈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건 불안형 인간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걱정을 한 결 덜어준다. 이런 서비스가 없는 기존 은행을 이용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날 때마다 독일 은행 어플에 접속해서 새로고침을 하는 방법밖에 없는지라 상당히 답답하고, 시간 낭비인 경우가 많다. 이건 정말 시중 은행과 인터넷 은행에서도 꼭 추가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는 중.







하지만 과연 안전할까? 



24시간 내 빠른 송금, 저렴한 수수료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풀렸지만 과연 이 서비스를 이용해도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소액송금 서비스이기 때문에 건당 송금 한도 금액이 5천 달러 (한화 약 550만원) 이긴 하지만 그 돈도 결코 적다고 볼 수 없고, 또 돈을 나누어 여러번 보내도 시중 은행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더 큰 돈을 나눠서 보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내 돈이 독일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인지도 확인을 해야했다. 알아보니 유트랜스퍼는 ‘유핀테크허브’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기획재정부에 정식 등록된 정부 인가 서비스라고 한다. 또 만약 내가 유트랜스퍼를 통해 돈을 보내다가 손해가 발생하게 되면, 손해 보상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 서울보증보험에 영업보증보험도 가입되어 있다고 하니 더 든든했다. (인생은 역시 보험인가) 요즘 민감한 이슈인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률,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하니 이 부분도 믿음이 갔다.








2018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유트랜스퍼 서비스가 2018년에 시작되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유학 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것 같다. 그동안 비싼 해외 송금 수수료가 부담스러웠던 분들, 내 돈이 저 바다를 어디쯤 건너고 있는지 몰라 답답했던 분들도 유트랜스퍼 서비스를 이용해보실 것을 추천해 본다. 









*이 글은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 첫 의뢰글을 쓰게 되어 신기한 노이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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