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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May 31. 2021

진짜 황당했던 게스트 하우스 경험


옛날에 찍어둔 영상들을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을 몇 년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우기는 아깝고 그냥 두자니 용량이 어마어마한 나의 사진과 영상들...

결국 조금이라도 모아모아 유튜브 영상을 만들려고 요즘 옛날 앨범들을 뒤적이며 사부작 거리고 있다.

그러다 지금 봐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는 사진을 발견했다.




별로 이쁜 사진은 아니라서 크기도 줄였다




이 사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싱크대에 들어가 있어야 할 이 먹다 남은 그릇이 냉장고에 들어가 계신 모습이다.

(어허, 오해는 마시라. 내가 한 짓이 아니다...)


이 사진은 내가 독일 정착 초반에 집을 구하는 동안 잠시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일주일만 머물려고 했던 게하에서 좋은 딜을 제안받아 한 달 정도를 더 산 적이 있었다.

(어차피 집도 못구하던 중에 거의 반값으로 할인을 해줘서 덥석 물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쪽에서 온 사람이었고,

묵는 손님은 다양했지만 대부분 중동 또는 인도에서 온 사람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 남자...)

지금 생각하면 동양인 여자애 혼자 거기서 참... 어떻게 지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거기서 지낼 때, 공용 부엌을 쓸 수 있었는데,

뭐 보시다시피 저 모양이었다.

문제는 저런 일이 한 번이 아니었다...







아니, 정말, 왜.

한 숟가락도 안나올 것 같은 밥풀 묻은 밥그릇을 왜 저런 식으로 냉장고에 넣어두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저 때는 나중에 게하 주인에게 항의라도 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둔 것 같은데,

소심한 나는 한 마디도 못했었다.

그래도 냉장고는 써야겠기에, 가끔 포장된 음식 같은 걸 넣어두곤 했는데,

그걸 누가 훔쳐먹는 일도 다반사.

오가는 손님들이 먹는 경우가 많아 범인을 잡을 수도 없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할지 늘 24시간 저런 그릇이 들어가있었던 건 아니었다.

평소에는 이렇게 계란과 우유, 요거트 등이 가득가득.

(이 사진은 아마도 내가 내 음식 넣을 자리가 없어서 나중에 따지려고 찍어뒀던 사진인 것 같다.)






진짜 저 게하에서 이런 저런 스토리가 많았는데,

여기에 다 풀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 때의 나는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니었음에도, 참 생각이 있었던 건지 없었던 건지,

 어떻게 저런 곳에서 지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돈에 눈이 멀었던 걸로...ㅎㅎ;)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이유없이 싼 곳도 없다는 것을 배웠던 소중한 경험.

그리고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도.









추신)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나는 저 그릇들 만큼은 왜... 대체 왜(!)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추신2)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셨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날씨 좋았던 독일 하펜시티 풍경을 담은 영상 공유 :)


https://youtu.be/6tjVjaLk9dc










글: 노이

사진: Photo by Hello I'm Ni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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