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즈니스 메일에서는
어떤 냄새가 나나요?

by 노이의 유럽일기


얼마 전에 지원한 한 회사로부터 회신이 왔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함께 일하기는 어렵겠다는 내용이었다. 약간의 좌절과 아쉬움이 마음속에 안개처럼 번져나갔다. 하지만 금방 멈췄다. 인연이 아닌 것이다. 내 실력도 아직 충분치 않은 거겠지. 게다가 지원 과정의 소통 속에서도 그다지 좋은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딱히 나쁘다는 건 아니었지만, 뭐랄까,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나는 비즈니스 메일을 보낼 때 늘 앞부분에는 인사와 함께 받는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고, 마지막에는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항상 적는다. 사무직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겹도록 적는 그것. 시간을 단축하느라 미리 서식으로 지정해두기도 하지만, 안 쓰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처음 소통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는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 회사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한 번도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회사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그저 요점만 간단하게.


물론 그런 이메일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많은 일을 관리하려면 융통성 있게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이메일에서까지 그런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와 처음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회사의 일원이 되기 위해 지원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새로운 회사에 지원할 때 사람 냄새가 너무 많이 풍겨도 별로지만(가족 같은 분위기라던가) 너무 기계 냄새만 나도 나는 별로다.


사회생활 초반에야 '내가 실수할 까 봐' 두려워 내 이메일을 어찌 쓸지만 걱정했지, 상대가 쓴 메일이야 아무렴 어떻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유형의 사람을 겪을수록, 깨닫게 된 것은, 역시 서로를 존중하는 적당한 사람 냄새가 나는 이메일이 서로를 동기부여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라도 더 따뜻한 단어를 담은 이메일에 아무래도 더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일은 일이라 해도, 결국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국은 업무에서도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존중할 줄 알 때 가장 멋진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서운했던 마음도 싹 사라졌다. 오히려 고마웠다. 내가 거절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훨씬 깔끔한 일이다. 물론 사실은 그런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 불합격 통보를 받은 내 마음을 다스리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높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 그래서 아마 함께 일하게 되었더라도 내가 그만두었을 확률도 높다. 그러니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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